축구는 아이스하키와 함께 러시아 2대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예상과 달리 러시아가 월드컵에서 예상외 승리를 따내는데, 시내에서 광란의 축제는 찾기 힘들었다고 현지에 간 취재진은 전한다. 2002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미친듯이 외쳤던 사람이라면, 현지에서 '러! 시! 아!'를 외치는 사람들의 수가 기대이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테러와 훌리건 폭동을 대비해 시내 곳곳에 배치된 경찰 장갑차와 기마경찰, 불시 검문검색 등 도를 넘는 보안 조치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러시아 사람들은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국민아닌가 하는 게 취재진의 인상이다.
틀린 말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잘 논다. 식당에서 다차에서 사나토리(휴양지)에서 진짜 술마시고 춤을 추고..진짜 잘 논다. 우리는 삐죽거릴 뿐이다. 도심에서 무질서하게, 공권력의 통제를 무시하며 광란을 벌이거나 시위를 벌이는데 익숙할 뿐이다. 러시아에서 그렇게 광란을 벌였다가는 바로 훌리건으로 체포되거나 곤봉 등으로 강제 해산을 당할 것이다.
러시아 포탈 얀덱스를 보면 러시아 축구팬들은 경기장에서, 팬 페스트 фан-зона (야외 응원장) 에서 골이 터질 때마다 환호하고 함성을 질렀다. 모스크바의 야외 응원장(사진) 은 이집트와의 경기를 앞두고 수만명이 꽉 들어차는 바람에 치안 당국이 안전과 불상사를 막기 위해 입장 자체를 막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무려 8만명이 야외 응원장으로 몰렸다고 한다. 경기장에서 응원가가 '러! 시! 아!'라는 삼박자 구호 정도이고, 응원가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민요 ‘카튜사’가 전부라고 하는데, 한국식 응원 문화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면 특이한 경우다. 집단적인 응원문화다. 그것도 2002년 월드컵에서 처음 조직화했다.
러시아가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을 넘어 8강, 4강까지 간다면 응원문화도 달라질 것이다. 자칫 폭력적인 훌리건 문화가 고개를 들면서 유혈로 얼룩질런지도 모른다. 축구팬을 훌리건과 일반 관중으로 나눠야 하는 곳이 유럽이다. 러시아 당국의 철저한 관리로, 일반 관중만을 보고, '비교적 조용하게 경기를 지켜볼 뿐'이라고 평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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