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주도의 연금개혁 반대 시위, '코브존' 영결식 더 중요한 것은?
공산당 주도의 연금개혁 반대 시위, '코브존' 영결식 더 중요한 것은?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9.03 0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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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정권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전국 단위 반대시위에 쥬가노프 공산당 당수 등장
코브존 영결식에 푸틴 대통령 참석, 미망인 위로하고 붉은 장미 다발 바쳐

모스크바 등 러시아 전역에서 2일 푸틴 정권의 연금법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조직 세력은 제 1야당인 공산당. 그래서 모스크바 시내 사하로프 대로에서 열린 집회에는 '사회주의 부활이 러시아를 살리는 길이다', '모든 권력을 노동자에게로', '민중을 테러하는 자본가 정권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참가자 규모를 놓고 경찰은 6천 명, 주최 측은 10만 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 포탈 얀덱스에는 연금개혁 반대 시위가 주요 뉴스로 배치되지 않았다. 이날 차이코프스키 콘서트 홀에서 열린 백학가수 코브존 장례식을 한동안 머릿기사로 올렸다. 영결식에는 푸틴 대통령도 참석, 붉은 장미 다발을 바쳤다.

코브존 미망인과 나란히 앉아 영결식을 지켜보는 푸틴 대통령/ 사진출처: 크렘린
코브존 미망인과 나란히 앉아 영결식을 지켜보는 푸틴 대통령/ 사진출처: 크렘린

 

오랜만에 대중집회에 나온 겐나디 쥬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연금 개혁법을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요구했다. 시위는 모스크바 인근의 블라디미르, 모스크바 남부 보로네슈, 서부 스몰렌스크, 우랄 산맥 인근의 첼랴빈스크주, 시베리아 알타이주,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는 물론 크림반도의 심페로폴 등에서도 벌어졌다.

이날 집회가 공산당 주도라고 해도, 많은 군중이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집회에 참가한걸 보면 연금 개혁안을 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은 여전히 푸틴 대통령과 다르다는 것이 분명하다. 푸틴 대통령은 대규모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달 말 대 국민 담화에서 연금법 개혁안에서 제시된 여성의 정년 연령 63세를 60세로 낮추는 등의 완화 조치를 제안했으나 그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 연금 개혁 반대 시위 / 사진출처: 트윗
모스크바 연금 개혁 반대 시위 / 사진출처: 트윗

 

오히려 30일 구류 처분을 받은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조직 중인 전국 규모의 대규모 집회가 9월중에 다시 한번 열린다면, 푸틴 정권은 더욱 곤혹스런 처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2일 시위는 지방 조직이 남아 있는 공산당 지부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나발니 주도의 대중 집회는 거의 자발적인 참가자들에 의해 조직되고 확산되는 만큼 그 파급효과는 공산당 주도 시위와는 비교가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날 모스크바의 또다른 지역, 도심의 수보로프 광장에서는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야당인 '정의 러시아당'이 주도한 집회가 별도로 열렸다. 경찰 추산 1천500여 명이 참가. 정당 단위의 연금개혁 반대 시위는 앞으로 당의 세력이나 조직력을 과시하는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집권 여당의 '통합러시아당'이 맞불 차원에서 연금 개혁 찬성을 위한 군중 집회를 가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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