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간첩 독살 기도 사건 용의자는 러시아 GRU 출신 남성 2명?
이중간첩 독살 기도 사건 용의자는 러시아 GRU 출신 남성 2명?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9.07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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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영국 총리 발표, 두 남성 동선과 CCTV 자료 공개
루블화 다시 출렁, 미국 2단계 추가 제재 여부 주목

영국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 독살 기도 사건이 6개월만에 다시 러시아를 뒤흔들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5일 매주 수요일 진행하는 총리와의 문답(PMQ)에서 소위 스크리팔 사건의 용의자로 러시아의 40대 남성 2명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영국 경시청 자료
사진출처: 영국 경시청 자료

 

영국 경찰은 두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한 이유과 관련 사진, 동선 등을 공개했다. 영국 검찰도 이날 러시아 GRU 소속 장교인 알렉산드르 페트로프와 루슬란 보쉬로프를 지난 3월 4일 솔즈베리의 쇼핑몰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돼 중태에 빠진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야(33)에 대한 살인 공모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서방 진영은 영국측 발표를 신뢰한다고 밝히면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이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거론하면서, 사건을 유엔으로 가져갈 태세다. 그러나 러시아 크렘린과 외무부는 영국측 증거자료와 설명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자하로프 외무부 대변인은 "시작도 끝도 없는 지옥같은 회전목마가 돌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러시아군 정보국 장교 출신인 두 남성의 영국 입국부터 출국까지의 행적을 사진 자료와 함께 날짜와 시간까지 콕 집어 발표했다. 두 사람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SU2588 비행편을 이용해 런던 게트윅공항에 지난 3월 2일 오후 3시에 도착한 뒤 이틀 후인 3월 4일 오후 10시30분엔 히스로공항에서 모스크바행 SU2585 비행편을 타고 영국을 빠져나갔다. 이들이 움직이는 곳마다 설치된 CCTV 자료를 증거로 제시했다. 

 

메이 총리는 “형사 250명이 그동안 1만1000시간 이상 CCTV를 살펴봤다”며 “그들은 하루 24시간 작업했고 1300명 이상으로부터 진술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사건 주변 CCTV에 나타난 의심 인물을 하나씩 추적해 공항 입국부터 도시의 모든 CCTV를 연결해 인물의 동선을 파악한 뒤 용의자를 지목했다는 것이다. 

용의자들은 런던 도착 다음 날인 3일 낮 두 시간가량 스크리팔 부녀가 사는 솔즈베리 집 부근을 사전 답사했다. 4일 다시 그 집을 찾아가 현관문 손잡이에 독극물 노비촉을 뿌리고는 오후 1시 50분쯤 솔즈베리를 떠났다. 이들은 노비촉을 담은 가짜 니나리치 향수병이 담긴 박스를 스크리팔의 집에서 수백 m 떨어진 거리의 자선 단체 박스에 버렸다.

이후 지난 6월 27일 스크리팔 부녀와 무관한 또 다른 영국인 남녀가 이 독극물 병을 향수병으로 오인해 뿌렸고 결국 이 중 여성(44)이 끝내 사망했다. 

이같은 사건 전모 발표 이튿날인 6일 모스크바 증시에서 루블화 환율은 2016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69 루블선을 넘어섰다. 루블-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69.64루블까지 뛰었다.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도 올해 4월 이후 처음으로 80루블 선을 넘어 최대 80.85 루블을 기록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 8월 초순 스크리팔 독살 미수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1991년 제정된 '생화학 무기 통제 및 전쟁종식법'(CBW Act)에 따라 대러 추가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제재 1단계 조치는 지난 8월 말부터 발효했고, 2단계로 외교관계 축소, 러시아 국적 항공사의 미국 취항 금지, 미국 제품의 러시아 수출 전면 금지 등을 준비 중이다. 2단계 제재가 가시화하면 러시아 금융권은 또다시 크게 출렁거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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