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하면 못 먹고 못 산다?
민주화하면 못 먹고 못 산다?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6.10.25 0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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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에서 독립한 공화국(CIS)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어떤 국가는 고속성장의 길로, 다른 국가는 여전히 혼란의 와중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나라들을 보고 전문가들은 ‘CIS가 저성장 경제를 유지하는 민주주의와 고속 성장의 권위주의 체제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고민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CIS국가 중 권위주의 또는 독재국가라는 악명을 얻고 있는 나라는 고속 성장의 길로 들어선 반면 장미, 오렌지, 레몬혁명 등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국가는 혁명 이후 경제가 저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CIS 국가의 ‘맏형’ 격인 러시아는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연간 6∼7%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을 제쳐 내년에는 세계 10위에 오를 것이라고 한다. 옐친 전 대통령 시절의 민주화 열병은 이제 끝나고, 전제 혹은 짜르시대의 권위주의가 부활한다고 서방측은 비난한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선출직 주지사를 임명직으로 바꿨고 대부분의 언론을 장악했다. 높은 지지도 때문에 의회는 제도적으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었고, 사법부도 대통령의 특권이나 권력 남용을 견제하지 못했다.

북한과 더불어 마지막 남은 독재국가의 하나로 꼽히는 벨로루시도 마찬가지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2004년과 지난해 벨로루시를 겨냥해 인권 존중을 촉구하는 결의를 연속 채택했으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올해 3선 연임에 성공했다. 10년 전 2%대이던 GDP 성장률은 올해 7%로 올라갈 전망이다.

시민혁명을 거치지 않은 중앙아시아의 실력자 카자흐스탄은 여전히 1인 지배체제가 유지되고 있지만, 최근의 에너지 민족주의 바람에 힘입어 CIS 국가 중에서 외국인 투자 1위, 경제성장률 1위를 자랑한다.

반면 2004년 오렌지혁명을 겪은 우크라이나는 최근까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혁명이 일어나던 해에 12.1%까지 올라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6%로 주저앉았다.

2003년 장미혁명을 거친 그루지야도 경제가 불안하다. 혁명이 일어난 해의 경제성장률은 11.1%였으나 2004년부터는 5∼9%대에서 출렁거리고 있다. 지난해 레몬혁명을 거친 키르기스스탄은 1인당 국민 소득이 507달러로 CIS 최빈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가의 행복은 부자순이 아니라지만, 같은 나라(소련)에서 분화한 CIS국가들간에 못 사는 나라 국민이 잘 사는 나라쪽으로 옮겨가 3D직업에 종사하는 걸 보면 일단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집권자의 최우선 순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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