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비중을 줄이려는 러시아, 루블화 결제는 여전히 시기 상조
달러화 비중을 줄이려는 러시아, 루블화 결제는 여전히 시기 상조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10.05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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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추가 제재에 맞서려면 달러화 비중을 줄여야 하는데, 대안이 마땅치 않아
중국 터키등 일부 국가의 현지 통화 결제 요구도 있지만, 그 비중 크지 않아

러시아가 미국의 새로운 추가제재에 대한 우려로,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 러시아 해운·항만기업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는 한편,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에 대한 본격 제재도 준비중이다. 미국의 대선 개입 의혹과 사이버 공격 등에 대한 보복성 제재 조치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러시아로서는 자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 고리를 끊어내지 못할 경우,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게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성명에서 "외국과의 무역 대금을 현지 통화로 지불하도록 촉구하고, 그러한 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면서 "그렇다고 달러화 대금 결제를 포기하거나 유통 금지 혹은 다른 제재를 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반미 성향의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 등을 향해 무역 결제시 현지 통화를 사용하자고 촉구한 데 따른 반응이다. 

막심 오레슈킨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은 "현지 통화의 사용이 편리하고, (환차손 같은) 추가 피해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중"이라며 "이는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정부의 전략적 노선'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러시아의 올해 1분기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4분기과 비교했을 때, 달러화 비중은 45.8%에서 43.7%로 줄었고, 위안화의 비중은 2.8%에서 5%로 늘어났다. 

직접 외화를 많이 다루는 러시아 국영 VTB은행의 안드레이 코스틴 총재는 지난 9월 국제무역에서 현지 통화의 사용을 늘리고 유로화 국채 발행시 현지 금융 인프라를 사용하는 등 '탈 달러화'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약 5년의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대응은 미국의 추가 제재 조치로 러시아 주요 은행들이 자칫 미국 금융 시스템에 접근이 금지될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리 미리 대비하는 측면이 크다.

하지만 노력에 비해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러시아는 지난 수년 간 중국과 유럽연합(EU)과의 무역에서 현지 통화를 사용하도록 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전문가인 알렉세이 쿠드린 전 러시아 재무장관은 "글로벌 시장에서 루블화는 달러 유로화 등 기존의 주요 외화(reserve currency)와 같은 충분한 유동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루블화는 다음 결제를 위해 다른 통화로 바꿔야 하는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보유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터키 등과 같은 국가는 현지 통화로 무역 결제를 원하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고, EU의 경우 루블화로 대금 결제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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