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푸틴이냐? 조선일보 권 특파원 칼럼
왜 푸틴이냐? 조선일보 권 특파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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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0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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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 조선일보 모스크바 특파원의 뒤를 이은 권경복 특파원이 왜 푸틴이냐를 보여주는 칼럼을 썼습니다. 25일 정례 국민과의 대화에서 보여준 푸틴의 자신감이 현재의 경제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지도자는 국민이 잘 먹고 잘 살게 하면 된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GDP 대통령=푸틴 이라는 등식은, 좋게 말하면 경제 대통령, 나쁘게 말하면 성장독재형 대통령이란느 점을 일깨워줍니다.


지난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지켜본 러시아 국민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워하는 편이었다. 푸틴 대통령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 때문이었다. 특히 경제 현안에 대한 답변 때는 거침이 없었다. “우리는 소련이 지고 있던 대외 부채를 8월에 청산함으로써 경제가 견실해졌다”고 한 뒤 GDP 성장률, 외국인 투자 증가율 등 각종 수치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대형 쇼핑몰에서 만난 한 젊은 주부는 “최대 관심사인 주택문제 해결방안이 속 시원히 나오진 않았지만…그래도 역시 ‘GDP 대통령’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GDP 대통령’이란 러시아인들이 푸틴 대통령을 부르는 말이다. 물론 GDP는 ‘국내총생산’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다. 푸틴이 GDP 대통령이라는 별칭을 얻은 데는 사연이 있다.

처음에는 푸틴의 이름 때문이었다고 한다. 러시아어로 GDP를 표기할 경우 ВВП(영어발음으로는 VVP)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푸틴 대통령의 이름 이니셜만 배열하면 역시 ВВП, 영어로는 VVP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름 때문에 ‘푸틴=GDP 대통령’ 공식이 나온 것은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2003년 연두교서 때 2010년까지 GDP를 배로 증가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러시아 국민들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제시한 선거공약쯤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3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러시아인들은 당시의 공약이 결코 공약(空約)에 그치지 않았다고 느낀다. 푸틴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려면 러시아는 10년간 매년 GDP 성장률 7.2%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2003년과 2004년에는 이 성장률을 달성했다. 작년과 올해는 약간 못 미치는 6.6% 수준이다.

물론 고유가가 없었으면 이런 목표는 아예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또 최근 2년간은 목표치에 미달했다. 그런데도 러시아인의 대체적인 정서는 “이젠 잘 먹고 잘살 수 있게 됐는데, 그 정도 (GDP) 차이는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러시아인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11%에 이른다. 또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가 6.5~7%의 GDP 성장률을 지속하면, 연말에는 한국을 제치고 경제규모 10위권에 입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V로 국민과의 대화를 지켜보던 한 노파는 “푸틴이 점쟁이가 아닌데 어떻게 GDP 성장률을 100%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느냐”고 두둔했다. 이쯤 되면 ‘도장을 받을 때까지 그 거래를 자랑하지 말라’는 러시아 속담도, 푸틴=GDP 대통령이라는 등식 앞에선 무색해진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푸틴 대통령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이달 초 푸틴 대통령의 체첸 무력진압을 비판해온 양심적 언론인이 청부살해되는 등 잇단 폭력, 인권 침해, 비정부기구(NGO) 활동 규제 등에 대해선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눈에 띄지 못했다. 오히려 경제분야에서 자신감을 비친 푸틴 대통령의 모습에 가린 듯했다.

지금도 국민의 지지율은 77%에 달한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느냐 아니냐가 통치자의 리더십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임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이날 푸틴 대통령이 보여준 자신감은 요즘 같은 글로벌시대에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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