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우크라 함정 나포 사건으로 조약 폐기 사안이 더욱 부각됐을 뿐
우크라이나가 이제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는 듯하다.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 러시아와의 우호조약 파기 법안을 자국 의회에 제출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최고 라다)는 이날 웹사이트에서 포로셴코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우호·협력·파트너십 조약' 중지에 관한 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안은 "조약을 2019년 4월 1일부터 중지하도록 승인해 달라"고 했다. 의회가 이 법안을 승인할 경우, 우크라-러 우호조약은 내년 4월부터 파기된다.
이런 흐름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크림반도-케르치 해협에서 발생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 사건으로 더욱 부각됐을 뿐이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미 지난 8월 말 외무부에 조약 중지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9월 초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는 외무부의 건의를 받아들여 조약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친러시아 반군과의 관계에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조약 파기를 위한 절차만 남겨두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측에도 이미 지난 9월 조약 연장 거부 의사가 통보됐다.
그러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국제(외교)관계상임위 레오니드 슬루츠키 위원장은 "포로셴코 대통령의 법안 제출은 케르치 해협 도발에 이은 또다른 대통령 선거용"이라며 "선거전 히스테리 증세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슬루츠키 위원장은 러시아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 소속이다.
문제의 조약은 지난 1997년 5월 체결돼 1999년 4월부터 발효됐다. 양국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 국경 훼손 불가 원칙, 영토적 통합성 존중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에 함정 나포사건이 발생한 아조프해의 러-우크라 공동영해 규정이나 공동이용권은 이 조약에 담겨 있지 않다.
양측의 이견이 없을 경우, 10년 단위로 자동 연장된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된 이 조약은 지난 2009년 4월 어느 쪽도 연장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다시 도래한 10년차에는 폐기 수순에 접어든 것이다.
포로셴코 대통령이 이제 러시아해군의 자국 함정 나포 사건을 계기로 조약 파기 법안을 의회에 제출함으로써 이 조약은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역사적으로 형제국이나 다름없는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완전 결별한다는 것은 그 지역의 안정성이 훼손된다는 뜻이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조약 연장 거부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동유럽의 과거와 완전한 결별하는 전략"이라며 "이 전략은 독립국가연합(CIS) 탈퇴, 유럽연합(EU)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우크라이나군 창설 등 국가 정체성 요소로 구성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