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명 기자 앞에서 4시간을 떠든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은?
1700명 기자 앞에서 4시간을 떠든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은?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12.21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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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정상회담, INF 파기, 미군의 시리아 철군, 경제제재 등 다양
"결혼하느냐?" 사생활 질문까지 막힘없이 척척 응답? 대단한 배짱?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언론은 상대하는 모습을 능수능란하다. 이전 옐친 전 대통령도 그랬다. 최소한 '큰 나라'를 운영하는 지도자는 '통도, 언변도 큰' 모양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일 연례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내외 기자 1700명을 앞에 놓고, 4시간 떠들었다. 질문에 차별을 두지도 않았다. 미 ABC 방송은 이날 회견을 '철저히 연출된 회견'이라고 했지만, 외신기자로부터 "당신은 세계를 지배하고 싶은가?" 류의 질문이 나온 것이나, 무려 4시간이나 문답을 계속한 걸 보면, '쇼'도 그 정도면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푸틴 대통령 기자회견 모습/사진 출처: 크렘린.ru

"당신은 세계를 지배하고 싶은가?"에 대한 미국 기자 질문에 그는 "물론"이라고 전제했지만, "하지만 미국의 군비지출은 러시아를 상회한다. 세계 지배를 시도하는 본거지가 어디인지 알아야 한다. 모스크바는 아니다"고 응수했다. (당신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지목한 것이다.

그러면서 '러시아 위협론'을 (미국이)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이 나토 국가들을 모아 러시아의 적으로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에 대해 "IS(이슬람국가)가 격퇴됐다는 (그의) 말이 맞는다"며 "미군 철수는 옳은 결정이며, 애초에 미군의 시리아 주둔 자체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응하는 푸틴 대통령의 표정/ 사진출처: 크렘린.ru

미국의 중거리핵전략조약(INF) 탈퇴 선언에 대해선 "국제적인 무기 통제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며 "미국 탓에 핵 위협이 더 커졌다"고 비판했다. INF는 냉전시대의 군비경쟁을 종식한 문서로 꼽힌다. INF는 사거리가 500∼5500㎞인 중ㆍ단거리 탄도ㆍ순항미사일의 생산ㆍ실험ㆍ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월 러시아가 INF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며 탈퇴 의사를 밝혔다.

몇차례 고배를 마신 미·러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는 만날 의사가 있다고 여러번 밝혀왔고, 북한과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여러 이슈에 대해 트럼프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 중간선거 결과) 대통령에 대해 새로운 공격이 더 있을 것 같은데, 그가 러시아와 직접 대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러분이 그쪽(미국)에 물어보라"고 했다. 

한 러시아 기자가 "결혼 계획은 있느냐"고 묻자, 푸틴 대통령은 그 기자에게 "결혼은 했느냐"고 되물었다. 그 기자가 "결혼했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하자, 푸틴 대통령은 "그래서 나에게도 결혼하기를 바라는군요"라고 농담을 던진 뒤 "나도 점잖은 한 남자(66세)로서, 조만간 해야겠지요”라고 대답했다. 기자들의 박수갈채가 터져나오자, 그는 “감사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누구와 언제 결혼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 2014년 30여 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온 류드밀라와 이혼했다.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리듬체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알리나 카바예바(35)와 10년 이상 연인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보고 있는데, 결혼 여부를 질문한 기자는 카바예바가 대표로 있는 모스크바 소재 미디어 ‘라이프뉴스’ 소속이다. 

푸틴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기자들. "질문권을 주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다"는 팻말을 든 모습(맨위)

푸틴 대통령은 또 흑해 케르치 해협에서 일어난 우크라이나 해군 군함의 나포와 승조원 억류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올리려고 긴장이 높아지기를 바란다"며 우크라이나 정부의 도발설을 거듭 주장했다. 억류된 우크라이나 군함 승조원의 신병은 "재판이 끝나야 풀릴 문제"라고 말해 조기 석방 불가방침을 재확인했다.

경제 분야에선 러시아의 경제 규모를 세계 5위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여지껏 계속되고 있는 서방의 대 러시아제재는 "러시아의 발전을 되돌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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