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협의로 체포된 미 남성, 러시아와 '인질(?) 교환' 은 가능?
간첩 협의로 체포된 미 남성, 러시아와 '인질(?) 교환' 은 가능?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1.05 0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윌런 미-영 이중국적자, 러-미, 영 관계 더욱 경색, 조기 해결 필요
미-러엔 간첩 '부티나'와 교환, 영-러엔 외교 관계 정상화 카드로

러시아에서 지난해 말 간첩 혐의로 체포된 전직 미 해병 출신 남성 폴 윌런(렌?)이 미국과 영국 이중국적자로 확인되면서 사건은 더욱 복잡하게 꼬일 전망이다.

영국 언론들은 4일 윌런이 캐나다에서 영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뒤 미국으로 이주, 미국과 영국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외무부도 "러시아에 구금된 영국인 남성(폴 윌런)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뒤 영사조력을 제공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윌런은 전직 미 해병 출신으로 미시간에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 보안책임자로 일해왔다. 지난 2007년부터 수 차례 러시아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지인의 결혼식 참석을 이유로 러시아를 방문했다고는 하지만, 기밀로 분류된 러시아 기관원들의 명단을 담은 USB를 건네받은 지 몇분 후에 모스크바의 메트로폴리탄 호텔에서 FSB에 체포됐다는 러시아측 언론 보도를 보면, FSB는 확실하게 물증을 잡은 것 같다.

영국 스크리팔 사건 당시 사건용의자로 지목된 러시아 정보요원 두 사람/ 기존 자료 사진
미국서 간첩혐의로 체포된 마리야 부티나/기존 자료사진

과거 러시아서 근무하던 우리 정보기관 관계자나 한-러 스파이 사건에 정통한 외교 관계자에 따르면, FSB는 스파이 혐의자를 끈질기게 추적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현장에서 긴급 체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첩보영화에 나오는 장면 그대로다.
 
겉으로는 윌런이 갑작스레 체포된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오랫동안 추적해온 결과물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냉전시절부터 중요한 스파이 사건은 대충 '스파이 교환' 방식으로 신변을 상대방에게 넘겨주면서 끝났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양국 관계가 결정적인 국면이면, 교환 욕구는 더 커진다.

이번 사건 역시 그렇게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그 판세를 한번 짚어보자. 

미-러 관계에서는 미국에서 기소된 '러시아 미녀 스파이' 마리야 부티나가 있다. 부티나는 지난해 7월 러시아 정부의 지시에 따라 워싱턴 정계에 침투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미국 교도소 독방에 수감 중이다. 일부 혐의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삭감받는 일종의 '프리 바겐' 협상도 진행됐다.

러시아가 부티나의 조기 석방을 원한다면, 윌런과 '스파이 교환' 협상도 가능하다. 러시아측은 존 헌츠먼 주러 미국 대사의 윌런 접견을 이미 허용했다. 미국 측은 상황 파악이 끝났을 수도 있다. 만약 유죄가 인정될 경우 그가 최대 20년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의 변호인은 "윌런의 보석을 신청했지만 조만간 결정될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아마도 러시아 정보기관은 윌런을 대상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고, 그렇다면 조사 시간은 길어질 수 있다. 그 사이에 그는 기소돼 러시아 법정에 서야 한다. 러시아로서는 급할 게 없는 상황이고, 미국은 다른 사안이 터져나오기 전에, 어떻게든 빨리 자국민으로 데려가야 할 형편이라고 할 수 있다.

영-러시아 관계를 보면,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의 독살 기도 사건으로 양국 관계는 최악이다. 이미 정보파트 외교관을 비롯해 대규모 '외교관 추방전'이 벌어졌다. 영국이 자국민인 윌런의 안위에 신경을 쓴다면, 암암리에 러시아와 외교 관계 정상화 협상에 임할 수도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영국으로 대상으로 소위 '1타 쌍피' 카드를 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