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학 1세대 기광서 교수, '북한국가의 형성과 소련' 펴내
러시아 유학 1세대 기광서 교수, '북한국가의 형성과 소련' 펴내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1.26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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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 붕괴후 공개된 비밀 외교 문서및 자료를 근거로 북한현대사 연구

러시아(구소련) 유학 1세대 기광서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과)가 해방이후 북한 정권 수립의 과정과 구소련의 역할을 분석한 책 '북한 국가의 형성과 소련'(기광서 지음, 선인 펴냄, 5만5000원)을 발간했다.

1991년부터 러시아연방과학원 동방학연구소에서 유학을 시작한 기 교수는 각 문서보관소에서 소장한 소비에트 시대 문서들 속에서 한반도 관련 문서를 찾아내 북한 정권 수립 과정 연구에 천착했다. 그 결과물이 '북한 국가의 형성과 소련'이라고 보면 된다. 

북한 연구에는 관련 자료를 접하기조차 어려운 국내보다는 모스크바에서 공부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던 게 적중했다. 그것도 1991년 구소련의 붕괴로 문서보관소의 비밀 문서들이 일반에게 공개됐으니, 운도 좋았던 셈이다.

기 교수는 오랫동안 비밀 속에 묻혀 있던 러시아가 소장한 한반도 관련 비밀 문서들을 바탕으로 북한 현대사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잡았다. 당시 그는 러시아 각 부처 문서보관소를 다니며 자료들을 수집했는데, 새로운 사실을 확인해주는 자료들을 발견할 때마다 “고고학자가 새로운 유물함을 열어보고 느꼈을 법한” 감동을 누렸다고 했다.

국내 언론도 앞다퉈 구소련의 비밀 자료를 찾아내 북한 정권 수립 과정의 비사를 크게 보도하곤 했다. 그 중의 하나가 북한 점령군으로 들어온 구소련군의 주도적 역할 부분이었다. 김일성을 내세워 꼭두각시 정권을 세우고, 북한 공산주의자는 그 과정에 종속되어 있었다는 시각을 보다 확고하게 하는 자료들이 많이 공개됐다.

하지만, 기 교수는 그 자료들 역시 한계를 갖고 있다고 본다. 전체 자료중 일부라는 뜻이다.

기 교수는 당시 구소련 자료를 볼 때 '해방 직후 좌파들이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한 상황이 유지된다면, 한반도에 좌파적인 단일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해석한다. 해방 직후만 해도 미국과 소련, 한반도의 좌·우 세력들은 모두 자신들이 주도하는 한반도 단일 국가 수립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특히 구소련은 한반도에 좌파가 우위인 상황에서 자기들에게 우호적인 통일국가를 만드는 것까지 가능하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한반도 분단의 불행은 단일정부 수립을 위한 두 차례의 미-소 공동위원회가 실패한 이후에야 현실화됐고, 구소련도 나름의 친소 정부 수립에 나섰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분단 문제에서 소련과 북한의 책임도 있지만, 미국이 약속을 어긴 것도 큰 것이었다"며 "서로 믿지 못하고 사소한 것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는 해방 당시의 상황은 이후 북-미 관계에서도 반복돼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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