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남미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체제 구하기에 나선 까닭?
러시아가 남미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체제 구하기에 나선 까닭?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1.31 0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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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경제적 협력 파트너를 잃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
20년간 170억달러 이상 투자, 장기 비행의 중간기착지로 중요

남미 베네수엘라의 정정이 지극히 불안하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대규모 저항 운동이 유혈 사태를 빚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스스로 임시대통령이라고 지칭하면서 극단적인 '좌우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 큰 우려는 세계도 '좌우'로 갈라져 '냉전 시절'을 연상케한다는 점이다. 좌파 반미 정권인 마두로 체제를 바꾸려는 미국 등 서방진영은 과이도 임시정부를, 러시아와 중국 등은 기존 마두로체제를 지원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제3의 세력'이 등장하지 않는 한 양측의 대결은 쉬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올 or 낫싱' 구도로 계속 진행될 경우, 대규모 유혈사태는 불가피하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RIA) 통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30일 “베네수엘라의 국익, 평화와 미래를 위해 나는 야당과 협상테이블에 마주 않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제 중재자(mediator)들이 참여한 조건하에 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누군가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러시아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찌감치 마두로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권력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또 헌법의 틀 내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평화적 대화를 통해 사회적 대립을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했다. 

러시아의 마두로 체제 지지는 자칫 지난 20년 간 쌓아온 베네수엘라와의 각별한 우호 관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러시아와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집권 기간 1999~2013년)과 그의 뒤를 이은 마두로 대통령(2013년 집권)에 걸쳐 외교, 경제, 국방 등 다방면에 걸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경제협력 측면에서도 러시아는 중국에 이어 2번째 협력 파트너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1990년대 후반부터 베네수엘라에 170억 달러 이상 투자 혹은 지원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티'는 베네수엘라 유전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  '가스프롬' 자회사인 '가스프롬방크'도 베네수엘라에 합작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상용 자동차 기업 '카마스'는 현지에서 버스를 조립 생산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모스크바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러시아로부터 60억달러 이상 투자를 받기로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따라서 마두로 체제가 무너질 경우, 러시아의 대 베네수엘라 경협 자체가 끝날 수도 있다.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양국간 군사적 협력도 긴밀하다. 러시아는 장거리 비행에 나서는 전략폭격기와 대형 수송기들을 위한 중간기착지로 베네수엘라를 이용하고 있다. 남미의 중차대한 전략적 협력 파트너를 잃을 수도 있다. 러시아가 마두로 체제 구하기에 나설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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