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낮은 구소련 몰도바의 민주주의-적폐청산에 헌재까지?
수준낮은 구소련 몰도바의 민주주의-적폐청산에 헌재까지?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6.17 0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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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패배 내각이 정권 재창출 시도하다 실패, 대거 해외로 출국
새 총리 "저지른 범죄에 책임 물을 것", 과거 청산이 '정치보복'으로

소련에서 독립한 소국 몰도바는 지난 2월 총선 이후 심각한 정국 혼란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전임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태풍이 또다른 혼란을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몰도바의 정쟁은 근본적으로는 루미니아계와 러시아인 등 비루마니아계 주민간의 정치적 갈등이라고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 분쟁의 저변에 포로셴코 전 대통령 정부에 대한 러시아계 주민의 반발이 깔려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400만명에 불과한 몰도바 국민중 루마니아계는 친서방 노선을 추진하고, 러시아계 등 비루마니아계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자는 쪽이다. 독립이후 한동안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루마니아계가 수적 우위를 점했는데, 최근에는 친러시아 성향의 비루마니아계 주민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친러시아 성향의 이고리 도돈 대통령이 탄생했고, 지난 2월총선에서도 친러시아 성향의 사회주의자당이 제1 당(35석)이 됐다. 하지만 기존의 집권 민주당이 30석, 제 3의 정당 아쿰(ACUM)이 26석을 차지하는 바람에 연정 구성이 쉽지 않았다.

제 1당은 3당인 아쿰과 연정을 추진했지만, 친서방 노선의 아쿰이 쉽게 응하지 않았다. 결국 아쿰 측에 총리를 양보하는 방식으로 가까스로 연정 합의에 성공했다.

문제는 연정 구성 시기. 파벨 필립 총리가 이끌어온 민주당 주도의 기존 내각은 법률에 정해진 기한을 넘겨 구성된 새 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의회를 해산하고 다시 총선을 치르자고 요구했다. 의회 해산및 총선 실시 권한을 가진 친러 성향의 도돈 대통령(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를 혼합한 이원집정제)이 이에 응할 리가 만무.

기어이 몰도바 헌법재판소마저 정쟁에 끼어들어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도돈 대통령의 권한을 일시 정지하고 필립 총리를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임명하면서 정국 혼란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몇개월 전에 총선을 치렀는데, 그것도 2당으로 전락한 기존 내각이 또 선거를 하자는 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현실을 받아들인 기존 집권당인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이 최근 대거 해외로 출국했다고 한다. 정국 혼란을 해소할 돌파구가 생긴 건 다행이지만, 그 다음 정국 흐름이 불안하다. 새 정부의 적폐청산을 피한 도피성 출국이라는 게 러시아 언론의 시각이다.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 대표이자 올리가르히인 블라디미르 플라호트뉵 등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은 14일 내각 해산을 발표한 뒤 곧바로 출국했다. 이들을 태운 5대의 비행기가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의 공항을 서둘러 이륙했다고 한다.

제 1당의 양보로 새로 구성된 내각을 지휘할 마이야 산두 총리는 즉각 플라호트뉵 대표 등의 출국을 비난하며 "그가 어디를 가든 저지른 범죄에 책임을 지게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강력한 적폐청산과 형사 처벌 가능성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기존 민주당 내각의 거지나 다름없는 조기 총선 요구를 받아들인 헌법재판소 또한, 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새 총리는 헌재를 향해 사퇴를 요구한 상태다.  '과거청산' 바람에 '헌재' 까지 내몰리면, 몰도바의 정국 안정은 더욱 암담해질 터. 아직 민주주의의 수준이 한참 낮다는 걸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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