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 러시아 강경노선 심상치 않다
영국의 대 러시아 강경노선 심상치 않다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7.07.18 0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에 고든 브라운 총리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 러시아 노선이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영국 정부는 16일 핵물질로 살해된 KGB 전직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살인 용의자로 지목받은 안드레이 루고보이의 신병 인도를 거부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 외교관 4명을 추방하기로 했다. 전임 정권에서는 대 러시아관계를 감안해 러시아의 조치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즉각 영국에 대해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양국 관계가 1970년대 이래 최악으로 진단하고 있다. 양국은 90년대까지 외교관을 스파이 혐의로 맞추방하기는 했으나 외교 현안을 두고 외교관을 추방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양국 외교 관계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밀리반드 영국 외무장관은 16일 의회에서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명백하고 적절한 신호를 러시아 정부에 보내기 위해 4명의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든 브라운 총리도 "(러시아 측이 루고보이의 신병 인도 요청에) 협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도 영국에 강경조치에 지지 않았다. 외무부 대변인 미하일 카미닌은 "영국의 입장은 비도덕적"이라며 "영국 당국이 배후 조종한 도발적 행동에 응답이 따를 것이고, 양국 관계에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은 영국과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극한 상황으로 빠지는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 그의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지만, 핑퐁 게임에 빠져들기를 원치는 않는다"고 외교부와는 다른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루고보이는 러시아 TV를 통해 살인 혐의를 부인했으며 "영국의 주장은 정치적 의도"를 지닌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크렘린으로서도 문제 해결에 쉽지 않는 상황이다.

여하튼 영국 대사관에서 정보 업무를 담당하는,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담당 외교관들이 있다, 우리도 각국 대사관에 국정원 소속 외교관들이 나가 았다. 러시아 외교관 4명이 수일 내 추방될 전망이다. 이들이 지목된 것은 역시 전직 KGB 요원의 살해에 영국에 주재하는 정보요원들이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일단 영국의 대응에 맞서 모스크바 주재 영국 외교관을 추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명이 아니라 1명 혹은 2명으로 상징적 조치를 취할 것 같다. 또 러시아 석유 기업에 투자하는 영국 기업인의 러시아 방문을 제한하는 보복을 가할 수도 있다. 기업인의 방문 제한으로 전적으로 크렘린 결정에 달려 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보복 조치를 취하겠지만 국익을 위해 문제를 더 악화시키거나 양국 간 경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데까지는 가지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