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인질을 군사작전으로 구출해? 앗서라 위험하다
탈레반인질을 군사작전으로 구출해? 앗서라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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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8.0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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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 인질로 잡혀있는 우리 국민들을 돈으로 사올 수 없다면? 우리 정부로서는 어떻게 더 이상 해볼 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미국은 자기네 국인들이 목숨을 바쳐 붙잡은 주요 탈레반 우두머리들을 민간인 인질들과 맞교환할 이유가 별로 없다. 이건 처음부터 그랬다. 그럼에도 우리는 마치 청와대에서 특사만 가면 협상이 수르르 풀릴 것처럼 행동했는데... 오히려 이제는 군사작전을 펴드라도 빨리 구출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구출작전이란 게 그리 쉬운가? 영화나 소설에서 처럼 모든 일들이 우리가 계획한대로 풀려나가고, 탈레반 납치범들은 바보만 모였는가?

우선 인질 규모가 큰 데다 소련과 영국 미국 등 최강전력이 쩔쩔 매는 아프간의 험난한 산악 지형, 탈레반의 최고조 경계 등을 감안하면 군사 작전은 인질의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카드'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의 인질구출 사건만 봐도 그렇다. 가장 최근의 사건은 2004년 9월1일 개학날을 맞아 체첸 무장세력이 체첸 지역 인근의 베슬란 학교를 침입, 1천명이 넘는 학생 학부형들을 인질로 잡고 대치하다가 이틀만에 진압된 사건이다. 그 지형을 잘 알고 있는 러시아 특수부대가 나름대로 치밀한 준비끝에 들어갔지만 사실상 실패였다. 체첸 전사들은 그 성격상 탈레반과 비슷하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하는 아해들이다. 같이 죽자고 나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당시 인질범들은 로켓포와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러시아군은 이에 맞서 탱크와 전투 헬리콥터를 동원하는 등 8시간동안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결국 어린이 186명을 포함한 민간인 333명과 인질범 31명이 사망한 채 종결됐다. 군사작전은 인질들의 대규모 희생만 초래한 채 실패로 막을 내린 경우도 적지 않다.

1985년 팔레스타인계 테러범들은 승객과 승무원 100여명을 실은 이집트 항공기를 납치한 뒤 몰타 공항에 착륙했다. 이집트는 특공대를 투입했으나 기내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폭탄의 양을 조절하는데 실패, 인질의 절반 이상이 사망했고 살아남은 인질 대부분도 부상을 당했다.

1979년 이란 과격파 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에 난입한 후 미국인 인질 52명을 붙잡고 444일간 팔레비 국왕 신병인도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사건 역시 군사작전이 실패한 경우다.

잘 보면 탈레반처럼 죽고살기로 덤비는 곳은 거의 성공사례가 없다. 목적달성이 안되면 인질들과 같이 죽겠다는 자살공격단 앞에서는 아무리 좋은 전략 장비도 무용지물이다. 특히 탈레반은 지금 자신들의 은거지에서 인질을 잡고 있다.

물론 성공사례도 있다. 1976년 7월4일 이스라엘 군은 대 테러작전사(史)에 큰 족적을 남긴다.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 소속 테러범들에 의해 납치돼 우간다 엔테베 국제공항에 기착한 에어프랑스 여객기에서 99분만에 100여명의 인질들을 구출해낸 전격 작전의 성공 전례다.

1977년 독일 국적 루프트한자 여객기를 무대로 한 `란주트 인질극' 역시 손꼽히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독일 정부는 승객과 승무원 등 91명의 인질을 잡고 1천5백만 달러와 동료 11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팔레스타인계 테러범들에 맞서 `마법 불꽃'이라는 암호명의 군사작전을 펼쳤다.

1996년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축하 파티를 벌이던 페루 주재 일본 대사관을 습격해 이원영 한국대사를 비롯한 각국 외교관 등 인질 700여명을 억류한 페루 무장세력도 정부의 군사작전에 제압당한 경우.

페루 정부는 동료 400여명의 석방,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폐지 등을 요구조건으로 내세운 인질범들과 약 4개월간 지루한 협상을 벌인 끝에 특공대를 투입키로 결정했다. 땅굴을 파고 대사관에 돌입한 특공대는 인질 1명의 희생을 남겼지만 인질범 전원을 사살했다.

성공한 사례를 보면 거의 군사작전이 이쪽에 유리한 경우다. 인질범들을 포위한 상태에서 여러 작전이 가능하고, 적의 동향을 손금들어다보듯이 들어다 볼 수 있다. 근데 이번에는 아예 적의 동향을 예측조차 할 수없다. 가장 위험한 군사작전의 예다. 앗서라! 함부로 군사작전 어쩌구 하는 이야기를 꺼내지도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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