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꾸준히 발간되는 러시아 관련 책들
그래도 꾸준히 발간되는 러시아 관련 책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1.03 0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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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러시아어문학과 오종우 교수의 '예술적 상상력:~~'
러시아서 만난 북한사람들 이야기 '러시아에서 분단을 만났습니다'
모스크바 박물관 방문기 '프롬나드 인 러시아'

책은 지식이다. 디지털과 인공지능(AI)의 시대에 이 말이 더이상 진리가 아닐 수도 있지만, '지식을 탐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꾸준히 책을 찾는다. 그리고 책은 또 우리를 찾는다. 러시아 관련 도서가 출판계의 위기설에도, 크지 않는 규모의 시장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우리 주변에 나타나는 이유다. 세밑에 우리를 찾은 러시아 관련 서적 몇권을 소개한다.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오종우 교수(성균관대 러시아어문학과)가 문학의 세계를 넘어 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예술적 상상력을 미래세대에게 전하는 책 '예술적 상상력: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어크로스 출간· 1만7000원)을 내놨다. 문학에서 그림, 음악, 영화에 이르기까지 거장들의 작품을 넘나들며 독자를 '예술적 모험 세계'로 인도한 명저 '예술 수업' 이후 5년 만에 다시 '예술의 상상력'을 전한다. 그는 이미 학생들에게 최고의 명강의로 꼽히며, 성균관대 티칭어워드(SKKU Teaching-Award)를 수상한 바 있다.

오 교수는 신작에서 인간보다 인공지능(AI)이 주목받는 시대에 우리는 왜 여전히 문학과 그림, 음악을 이해해야 하는지 설파한다. 디지털과 AI에 빠진 미래세대를 향해 “예술적 상상력은 보이는 것 너머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나게 하는 힘이며, 삶을 고양하는 능력"이라며 ‘예술의 효용성과 쓸모 있음’을 주장한다. 

저자는 묻는다. AI가 만든 작품도 예술이 될까? 독재자 히틀러가 탐내고 위대한 화가 피카소와 소설가 프루스트에게 똑같이 영감을 준 작품에는 무엇이 그려져 있을까? 추상회화의 선구자 몬드리안은 왜 사선을 긋지 않았을까? 음악이 다른 예술보다 더 직관적으로 감각을 열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독자와 함께 답을 찾아간다. 저자는 우리의 삶을 바꾸는 AI와 같은 기술의 뿌리를 예술에서 찾고, 예술에서 기술의 씨앗을 발견하며, 예술과 과학이 교차하는 지점들을 면밀히 탐구한다. 그림과 소설, 음악, 영화, 테크놀로지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명에 새로운 시대적 공간을 만들어낸 담대한 생각들이야말로 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예술적 상상력을 일깨운다고 했다.

예술적 상상력은 또 우리에게 개성을 찾게 해준다. 개성을 지닌 사람은 욕심이 아니라 관심을 따른다. 여러 개성들이 만나 이루는 세상은 건강하다고.

오 교수눈 문학, 철학, 예술을 넘나드는 전방위 인문학자로 꼽힌다. 고려대 노어노문학과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모스크바국립대학에서 수학했고 러시아국립인문대학 초빙교수를 거쳐 성균관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문학연구원장 및 러시아문화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러시아에서 만난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러시아에서 분단을 만났습니다'(너나드리 출간, 29,000원)은 '한반도 분단의 슬픈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동아대학교 강동완 부산하나센터 교수. 2011년 동아대 교수로 부임한 뒤에도 '문화로 여는 통일'이라는 주제로 북한에서의 한류현상, 남북한 문화, 사회통합,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북한 미디어 연구에 관심이 많은 학자다. 

책은 ‘충성의 외화벌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당과 조국을 위한 충성자금으로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우울한 삶을 조명한 것이다. 저자는 러시아에서 만난 북한 노동자가 '평양에 있는 가족의 얼굴을 못 본지 여러 해가 지났다'며 지갑 속 깊숙이 넣어둔 사진 한 장으로 그리운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더듬는 이들을 그냥 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의 모진 삶의 흔적들을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했단다. 

그가 전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바다를 얼려버릴 만큼 혹한의 날씨에도 건설 현장에 있었고,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작업장의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뼛속을 파고드는 시베리아 벌판의 매서운 칼바람에도 그들의 망치질은 계속됐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한 노동자들의 단체숙소 앞에서 망설이다 발길을 돌리기를 수없이 했다고 고백한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갔어야 한다고 자책한다. 

러시아에서 만난 북한 사람이야기는 1999년 발간된 '북한 북한사람 모르면 다친다'(이진희 지음, 책섬 발간)가 처음일 것이다. 한국일보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낸 저자가 현지에서 만난 다양한 북한사람들을 통해 터득한 체험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때만 해도 해외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었다. 

 

모스크바 박물관 방문기 '프롬나드 인 러시아' (이담북스, 310쪽)도 색다른 책이다. 러시아 전문가인 김은희 청주대 연구교수가 '모스크바는 박물관의 도시'라고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모스크바에는 65개가 넘는 국립 박물관이 있고, 시 외곽 즉 모스크바주에는 35개가 넘는 저택-박물관, 보존 지역-박물관이 있다. 이 많은 박물관을 방문만 해도 러시아의 예술, 문학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썼다고 한다.

책은 푸시킨과 톨스토이 박물관, 체호프와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영지 등 모스크바 근교의 6개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다. ‘프롬나드 인 러시아’ 제목은 ‘모스크바를 걷다’는 뜻.

저자는 일반인들도 쉽게 손이 가도록,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러시아 작가와 작품, 문학을 쉬운 필체로 열어간다.
"톨스토이 가족이 실제 거주했던 하모브니키 지역 저택-박물관에는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야의 손길이 닿은 수제 카펫과 침대 커버, 도자기 세트, 아이들 장난감 등이 보관되어 있다. 또한 톨스토이가 예순 살에 배웠던 자전거 등이 전시되어 있고, 톨스토이가 부상까지 당해가며 직접 사냥했던 곰의 가죽도 거실에 깔려 있다"는 식이다.

김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 노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에 대한 연구로 러시아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러시아 문화 예술에 관한 책을 꾸준히 집필하고 있다. '그림으로 읽는 러시아'(이담북스, 2014), '러시아 명화 속 문학을 말하다'(이담북스, 2010) 등이 대표작이다. 

참고로, 러시아의 박물관은 2016년 기준으로 모두 2,742곳, 방문객 수는 1억2,36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정확한 수치는 아직 산출된 적이 없다. 몇몇 자료에 따르면 모스크바에 400곳이 넘는 국립 및 사립 박물관과 그 분관들이 있는데, 447곳 안팎으로 추정된다. 국립박물관만 따져 모스크바에는 65개, 모스크바주에는 35개가 넘는 저택-박물관, 보존지역-박물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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