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으로 치우진 러시아 경제 패턴
한쪽으로 치우진 러시아 경제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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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0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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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100대 재벌 명단에 제조업에서 성공한 인물은 전혀 없다. 루코일, TNK, 수알 등 에너지ㆍ광물자원 기업이 대다수다. 러시아 성장이 에너지 의존 성장이라는 점을 말해주는 지표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그만큼 제조업 육성에 손을 놓고 있다는 뜻도 된다. 또 젊은이들이 중소벤처를 세우기 보다 한탕주의에 물들어 있다고 봐도 된다. 실제로 중소기업은 러시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그것은 러시아 구조적인 문제라고 봐야 한다. 무너진 사회주의 경제에서 한탕에 성공한 기업은 대부분 창의력이나 기업정신으로 일어선 게 아니라 국가재산을 빼돌리거나 주인을 바꾸는 과정, 혹은 마피아를 동원한 수법등으로 이뤄졌다. 깨끗한 부는 결코 아닌 것이다.

그리고 생필품이나 필요한 제품을 제대로 만들만한 인적 기술 자본적 인프라가 형성돼 있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품질이 좋은 외국산 제품이 쏟아져들어오고, 대형 유통업체가 수많은 물품을 비교 전시하다보니 국내산이 설 땅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소득이 증가한 모스크바 사람들은 값은 비싸더라도 질 좋은 외국 제품을 찾게 되면서 러시아 물건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거침없는 소비패턴이 눈에 띈다. 러시아 땅덩이만큼이나 큰 초대형 유통상가들이 각 도시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소위 `타르고비첸트르`다. 우리말로 하면 '쇼핑센터'다. 옛날 대형 아파트촌 곳곳에 있던 상가건물들이 서방식, 현대식 쇼핑센터로 바뀌는 풍경이다.

지난해 11월 모스크바 남쪽 베르나스코보 거리에는 초현대식 쇼핑몰이 오픈했다. 터키계 유통업체인 `람스토르`와 독일계 전자제품 유통회사인 `미디어마트`가 입주해 주말에는 상가 전체가 발디딜 틈이 없다. 이 건물 때문에 한가했던 베르나스코보 거리는 매일 차량 지체를 겪고 있다.

미디어마트측은 "러시아 가전 유통시장은 앞으로 대형화가 큰 추세"라며 "기존에 엘도라도, 테크노실라 같은 전자매장들은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러시아인의 왕성한 소비패턴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휴대폰이다. 지난 1월 기준 가입자 수는 1억5320만명으로 러시아 전체 인구(1억4200만명)를 넘어섰다. 자동차도 지난해 외국 브랜드가 처음으로 판매대수 100만대를 넘기는 등 세계 5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대신 지굴리, 라다 등 러시아 차량 판매 비중은 44%로 급락하며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러시아가 WTO에 가입하면 그 흐름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러시아 경제도 WTO 가입으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러시아 정부가 산업 다각화에 보다 큰 의지를 갖고 교통, 정보통신, 경제혜택 창출 등에 나선다면 성장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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