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러시아 전역에선 블록버스터 영화 ‘1612’가 개봉됐다. 바로 1598~1613년의 혼란기가 그 배경이다. 영화를 영화로만 보기엔 작금의 러시아 상황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12월 총선과 내년 3월의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한 지도자의 중요성을 다룬 이 영화에서 혼란기는 1990대 러시아 혼란기를, 외세는 지금의 서방을, 로마노프는 푸틴을 연상케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슷한 경험을 이전에도 겪었다.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이 만든 ‘러브 오브 시베리아’(원제는 시베리아의 이발사)가 흥행을 탈 때 당시 정국과 비교하는 분석이 줄을 이었고, 그것이 더 관객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었다.
그런 탓인지 10여일만에 350만명이 ‘1612’란 영화를 봤다고 한다. 대박이다. 이 영화를 만든 블라디미르 호티넨코 감독은 “관객들에게 로마노프, 푸틴과 같은 국가 지도자의 교훈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은 영화의 이미지처럼 푸틴을 러시아를 다시 세운 ‘국부’로 만들어가고 있다. 푸틴을 비례대표 1번으로 지명하고, 총선 공약으로 ‘플란 푸티나(푸틴의 계획)’를 제시했다. 위대하고 독자적인 러시아 문명 건설, 경쟁력 갖춘 경제 확립, 국방력 강화 등을 통한 위상 제고 등이 골자다. 통합러시아당은 “그동안 러시아의 많은 발전 계획이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국가 지도자 푸틴이 있기에 성공한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압둘하킴 술티고프 크렘린 행정실 관료 같은 이는 “푸틴이 프랑스의 샤를 드골처럼 국부로 대접받을 수 있을 만큼 통합러시아당의 당헌이나 정부 문서 등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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