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가스공주 티모셴코 총리가 부패 척결에 나선 이유
우크라 가스공주 티모셴코 총리가 부패 척결에 나선 이유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8.04.04 0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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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천연가스와 돈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2004년 우크라이나 민주화의 주역 율리야 티모셴코(47)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녀는 그동안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던 화려한 외투와 치마를 벗었다. 대신 검은색 롱 코트에 청바지 차림으로 오른손에는 일본도(刀)를 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티모셴코가 든 칼이 겨누는 곳은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에 파는 중개 기업인 '로스우크레네르고'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과 우크라이나 기업인 드미트리 피르타시가 각각 5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티모셴코 총리는 이 회사가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러시아 마피아의 보스인 시묜 모길레비치의 지시를 받는다고 말한다. 러시아 가스를 우크라이나로 공급하면서 챙긴 막대한 부당 이득으로 우크라이나내 친러시아파를 위해 로비를 한다고 본다. 나토가입을 놓고 우크라이나는 친러시아파와 친서방파가 대립하고 있다. 권력투쟁 과정에서 천연가스와 돈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천연가스라면 티모셴코 자신도 전문가다. 1995년엔 남편인 올렉산드르와 우크라이나통합에너지시스템(UESU)이란 가스중개 회사를 세워 큰돈을 벌었다. 그래서 티모셴코의 별명이 '가스 공주'였다.

천연가스의 위력을 잘 아는 티모셴코가 유력 가스중개회사를 부패로 몰아가는 것은 다른 속셈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티코셴코 지지자인 이호르 콜로모이스키가 로스우크레네르고의 우크라이나 측 지분 50%를 매입하려고 협상 중"이라며 티모셴코가 이를 지원하려고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부패 이미지로 부터 벗어나 민심을 얻은 뒤 2009년 대선 출마를 겨냥한 포석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천연가스에 대한 장악력과 그에 따른 돈싸움이 더 눈에 띈다.

그녀의 부패척결 포스터는 티모셴코의 홈피 /www.timoshenko.com.ua 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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