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총장 영입 러쉬 약인가 독인가?
외국인 총장 영입 러쉬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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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6.13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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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원)들이 외국의 거물급 학계인사들에게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총장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 스탠퍼드대의 로버트 러플린교수(응용물리학과)교수가 선임된 것을 비롯,지난 5월 개교한 서울 과학종합대학원에선 데이비드 스미스 전 하버드 대 법대교수가 원장으로 재임중이다. 또 올 9월 개원할 예정인 성균관대 MIT경영대학원은 원장으로 로버트 클렘코스키 전 인디애나대 석좌교수를 초빙했다.

이들 외국인 거물 교수에 대한 대학들의 잇따른 영입은 그간 우물안 개구리에 머물러왔던 우리 대학들을 국제적 위상은 물론 선진 시스템 도입등으로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는 기간을 한층 단축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다.

반면에 외국인이란 한계상 국내에서의 단기체류로 인한 철새근무,파격적 대우로 인한 위화감조성, 문화차이, 언어불소통등으로 위화감과 불협화음만 낳는 시도에 그칠 것이란 우려의 시각도 만만찮다.

외국인총장 영입이 뉴스의 중심으로 본격부상한 것은 러플린교수가 카이스트 총장으로 선임되면서. 그간 서강대등 일부 신학 계통의 대학에 외국인총장이 재임한 적은 있었지만 일반대학에 노벨상 수상자급의 인사로서 선임된 것은 처음이란 점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 3월 개교한 서울종합과학대학원은 외국인총장에 대해 긍정적 자체평가를 내리고 있다. 수업의 60%이상을 다국적 수업으로 진행하는 학사운영시스템상 의사소통의 문제점은 없다는 지적이다.

또 데이비드 스미스교수가 하버드 법대시절 한국인과 교유를 돈독히 하는 등 대표적 지한파 교수였다는 것도 문화적 차이를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학교측 인사는 “확실히 외국인총장은 세계적 학문의 흐름을 읽고 받아들이는데 발빠른게 사실”이라며 “대학원이 체제를 잡을 때까지 무기한 총장직을 부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카이스트 측 관계자는 “형편없던 국내 이공계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1970년 카이스트가 설립됐다”며 “이제 모방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제경쟁을 선도한다는 21세기 비전을 실현하는 세계속의 명문이공계 대학으로의 도약을 위해 외국인총장은 필수적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일단 외국의 경우, 외국인이 총장을 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국인이 총장을 하더라도 주변대학에서 교육을 일정기간 받은 등 연고가 있는게 대부분이란 것. 이는 각 문화권별로 총장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도 맞물려있다.

미국쪽은 학자형 보다는 모금형 총장이 아무래도 선호되는 편. 몇년전 미국의 사립대 총장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기부금모금에 업무시간의 82%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대부분 미국대학들이 공모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총장의 모금능력을 중시하는 의도도 숨어있다. 인맥네트워킹이 중요한 특성때문이라도 외국인총장 선임은 그리 활발치 않을 수 밖에 없다.

영국 독일등 구라파는 일단 국립대학 중심체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총장이 그같은 모금의 의무에서 자유로운 편. 총장상도 행정가형보다는 학자형이 요구된다. 하지만 얼마전 맨체스터 대학에 독일인 총장이, 런던대학에 러시아인총장이 영입되는 등 조직에 자극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획기적 조치가 간혹 시도되기도 했다.

일본은 국립대학의 경우,정부가 임명하고 사립대학은 설립자가 총장을 대부분 겸하고 있다. 리스메이컨 대학등 국제적 이사회가 조직된 몇몇 대학경우이외에 외국인 총장을 영입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최근 와세다대학이 증권회사 사장을 지낸 사람을 부총장으로 영입하는 등, 학교밖 외부인사를 수혈한 케이스는 있었다.

홍콩은 외국석학 영입으로 세계적 대학을 양성한 대표적 사례. 정책적으로 적극 외국인총장 초빙을 지원하고 있다. 동양에 위치하고 있지만 일단 영어권이란 점도 외국인 총장 영입을 자유롭게 하는 요소다.

박홍이 연세대교수(물리학)는 “순혈주의란 말에서 상징되듯 한국인 총장은 교수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하기가 원천적으로 힘들다”며 ‘대학교육 개혁을 위해 외국인 총장 영입은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국가대표 축구팀의 4강도약이 학벌 지연을 초월한 히딩크의 리더십 덕분이듯 외국 석학초빙이 그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다. 김성수 한국사립대학 교수 협의회 회장(경희대 국제경영학부)은 그간 여러 차례 지적돼왔듯 노벨상 수상자란 화려한 이력이 대학총장이란 행정리더로서의 능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 우리나라 대학정책은 독자적 운영방침 뿐 아니라 교육부의 여러가지 장단기 정책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총장이 그 흐름을 짚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가 의문시된다고 밝혔다.

또 향후 외국인총장 영입바람이 유행처럼 번질 경우,일부 지방의 군소사학재단이 자신들의 전횡을 막을 ‘상징적 역할’로만 활용할 우려도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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