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 키르기스 총선이후 친미-친러 대결은 계속될 듯
중앙아 키르기스 총선이후 친미-친러 대결은 계속될 듯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0.10.13 0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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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구소련연방이었다가 독립한 뒤 민족분쟁을 겪고 있는 중앙아시아의 한 나라다. 고려인이 많이 사는 카자흐와 우즈베크 정도는 알지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키르기스는 알기가 쉽지 않다. 다만 2005년에 이어 지난 4월에 쿠데타성 대규모 시위와 대통령 축출이 일어나는 바람에 우리 언론이 잠깐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정권이 바뀐 키르기스에 지난 10일 총선이 치러졌다. 조만간 연립정부 구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강력한 공산당 지도자에 이어 강력한 대통령이 장악하던 권력을 의회가 나눠갖는 시스템이 잘 정착될지 주목되는 지역이다. 또 러시아와 미국의 외교적 각축이 이뤄지는 곳이다.

11일 키르기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 결과 29개 정당 가운데 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해 의회(총 120석) 진입에 성공한 정당은 아타 주르트당(모국당·8.88%), 사회민주당(8.04%), 남이스당(존엄당·7.74%), 레스푸블리카당(공화국당·7.24%), 아타 메켄당(조국당·5.6%) 등 5개이다. 이중 가장 친러시아성향은 존엄당이고, 친 서방파는 조국당이다. 모국당도 친서방 성향으로 분류된다.

겉으로는 모국당이 제1당이 돼 친미세력이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은 또 지난 4월 쿠데타성 시위로 축출된 쿠르만벡 바키예프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이다.

반면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존엄당은 3위를 차지, 선전했다. 러시아 의회 외교위원회는 11일 “키르기스에 연정이 꾸려지면 러시아와의 관계가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안드레이 그로진 모스크바 주재 독립국가연합(CIS)연구소 대표는 AFP통신에 “이번 총선은 러시아의 승리라고도 볼 수 있다”고도 했다. 조국당을 빼면, 러시아가 이런 저런 이유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정당들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중앙아시아의 맹주격이 카자흐를 통해서도 조종이 가능한 정당이다.

또 모국당의 세력인 바키예프 전대통령을 축출한 사민당과 조국당이 각각 2위와 5위를 차지, 러시아는 이들 세력과도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이해관계가 각기 다르지만, 바키예프 전 대통령의 모국당 하나만 잘 다루면.. 나머지는...

키르기스는 지난 4월 유혈사태와 6월 키르기스계-우즈벡계 민족분규(400여명 사망) 등으로 정국 혼란이 가중되자 6월 국민투표를 통해 내각제를 골자로 하는 새 헌법을 채택했다. 10일 치러진 선거는 별다른 폭력사태 없이 56.59%라는 투표율을 기록, 대내외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자 오툰바예바 대통령은 11일 “모든 키르기스스탄인들은 압력이나 특정 정당의 공작 없이 공정하게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새 연정이 민족분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두고봐야 한다. 연정을 꾸리는 것부터 쉽지는 않을 것이다. 로자 오툰바예바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도 이번 선거 결과에 당혹했다고 한다. 1위를 차지한 모국당은 대통령제에서 의회민주주의제로 바꾸는 개헌에 반대했던 세력이다. 또 키르기스계를 제외한 소수민족들의 권리 제한을 주장해왔다.

새 연정이 자국 내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기지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주목 대상이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위한 미군의 주요 병참통로인 마나스 기지에 대해 민족주의 정당들은 철수를 요구하는 입장이다. 미국은 지난해 초 마나스 기지를 잃을 위기에 처했으나 바키예프 전 대통령이 임대료를 3배 이상 인상하는 대신 주둔 기간을 1년 연장시킨 덕에 유지됐다.

오툰바예바의 과도정부도 지난 7월 마나스 기지의 임대기간을 다시 1년 연장했지만, 임대기간 만료 전 조건이 어떻게 바뀔지는 분명치 않다. 친러 성향의 러시아 세력이 승리했다는 분석을 믿는다면 미국은 마나스 기지 유지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하든가 잃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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