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귀환과 더불어 화제가 된 푸틴의 눈물
크렘린 귀환과 더불어 화제가 된 푸틴의 눈물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2.03.06 0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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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신문에 눈물 흘리는 푸틴 총리의 사진이 실렸다. 아니, 대통령 당선자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 눈물은 어떤 의미일까? 과연 진짜일까? 였다. 사람은 누구나 감읍하면, 감동하면 눈물을 흘린다. 아니면 진짜 어려운 과정을 거쳐 목표하던 바를 이뤘을때 눈믈을 흘리는 법이다.

푸틴 당선자의 눈물은 어느 것일까?

푸틴 총리가 4일 밤 모스크바 크렘린 앞 마네즈 광장에서 수만 명의 지지자가 모인 가운데 연설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야당 등 반푸틴 세력은 자신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연출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눈물은 메드베데프 현 대통령이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말하는 순간 시작됐다. 옆에 있던 푸틴은 눈가를 손으로 훔친 것이다. 하지만 TV 시청자와 군중은 웃통을 벗고 호랑이 사냥을 하던 장면을 자주 보여 주던 ‘강한 남자’ 푸틴의 눈물에 고개를 갸웃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푸틴은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가 이겼다. 누구도 러시아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해칠 수 없다”며 말하는 순간 또다시 그의 오른쪽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군중이 ‘푸틴, 푸틴’을 연호하자 그는 “공정한 선거를 마친 우리는 (끝내) 승리할 것”이라고 외치며 눈물을 닦지 않았다. 오른쪽 뺨을 타고 내린 눈물은 조명에 선명하게 반짝였다.

공교롭게도 러시아 국영 TV는 이날 아침 80년대 영화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는 영화를 틀었다. 구 소련 시절 시골에서 모스크바로 올라온 세 명의 여자가 도시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내용이다.

그의 눈물은 몇가지로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우선 오랜 고행끝에 모든 걸 끝냈다는 감격의 눈물이다. 비록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자신이 임명했다고 해도 5년간 2인자로 권좌에 복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권력투쟁도 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둘러싼 인의 장막도 이겨내야 한다. 한번 내놓은 권력을 다시 차지한다는 게.. 어렵다. 또 지난해 말 총선이후 대규모 시위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아마 시청앞 과장을 가득 채운 촛불시위를 본 이명박 대통령의 답답한 심정 아니었을까?

두번째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비롯한 지지 군중에 대한 감동. 이것이야말로 진짜 사나이의 눈물이다. 푸틴은 자신의 눈물을 이것이라고 주장한다.

세번째는 연출된 눈물. 반 푸틴 세력들은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사전에 짜인 각본에 따라 흘린 눈물”이라고 폄하했다. 한 시민은 영화 제목을 들어가며 “모스크바는 푸틴의 눈물을 믿지 않는다”라고 비꼬았다.

푸틴의 눈물이 어느 것이든, 일단 이를 지켜본 일반 국민에게는 찌릿한 감동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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