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바가노프 발레 학교에 가고 싶은 분들은...
러시아 바가노프 발레 학교에 가고 싶은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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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1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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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에 가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로시 거리. 원래는 ‘테아테르’(극장) 거리라 불린 이 곳에 200년이 넘게 버티고 선 기숙 학교가 있다. 건물은 노란 색깔부터가 밑동이 튼실하고 오랜 은행나무를 닮았다. 세계적 발레 사관학교인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이하 바가노바)다.

학교를 찾은 지난 8일, 1층 박물관과 2층 복도에 걸린 낯익은 초상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나 파블로바, 바실레프 니진스키, 나탈리아 마카로바, 조지 발란신…. 수업을 좇아 분주히 오가는 학생들. 무릎을 살짝 구부리며 들꽃 이파리처럼 손을 벌린 채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넨다. 저 아이들 중 누군가도 언젠가 이 학교 복도에 사진을 올려놓고 또다른 전설을 만들 것이다.

아침 9시20분, 수업이 시작한다. 50평 남짓 연습실에서 선생님 2명이 6학년 14명을 지도하는 클래식 기본 수업. 직접 피아노가 연주된다. 음악 없는 실기 수업은 없다.

1학년부터 직접 악기도 연주해야 한다. 감성은 그렇게 계발된다. 앙트르샤 시스(도약한 채 다리 교체)나 피케 앙투르망(이동 점프하며 회전)을 거듭하는 소녀들. 표정은 이미 무대 위 지젤이고 오로라다. 동문 선배인 갈리아 울리아노바처럼 되고 싶다는 보로니에즈(16)가 학교 자랑을 했다.

“여기만큼 역사가 오래되고 환경이 멋진 학교는 없어요. 높은 도약, 시선이나 손처리까지 일관된 정확성을 요구해요.” 매해 두 차례 실기시험으로 이들의 진급이 결정된다.

점심 때 만난 울리아(15)는 “1999년 1학년으로 함께 입학한 여학생 동기 12명 가운데 4명만 남았다”고 말했다.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아요. 매번 긴장해야 하고.”그러면서도 활짝 웃는다. 포인트 테크닉(토슈즈 끝으로 서는 기술)으로 중력과 다투는 고통을 몸 아래 숨겨두고, 웃고 또 웃는 발레리나의 삶을 이미 살고 있다.

학사 관리는 물론, 학부모가 학교에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안팎이 엄격하다. 올해로 개교 266돌을 맞았다. 최초 남녀 학생이 12명씩이었는데 지금은 8학년까지 300여명에 달한다.

훌륭한 스승이 없었다면 지금의 바가노바도 없다. 그 정점에 아그리피나 바가노바(1879~1951)가 서있다. 1897년 졸업생인 그가 고안한 교수법은 ‘빠르고 강하되 동작이 정확한 무용수’를 목표로 한다. 아무리 작은 몸짓이라도 몸의 일부가 아닌, 몸 전체를 사용하게 한다. 온 근육이 어울려야 섬세하고 우아한 몸선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마카로바, 바르시니코프 등이 이렇게 탄생했다. 못난 얼굴 때문에 정작 무대에선 그럴듯한 ‘발레리나’가 되지 못한 바가노바. 하지만 학교는 그가 죽은 뒤 아예 이름을 ‘바가노바’로 바꿨고, 이른바 ‘바가노바 메소드’는 지금 유럽, 북미, 한국까지 널리 퍼져 수많은 꿈나무들을 다듬고 있다.

“실력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체격이 너무 부러워요, 허리가 제 가슴에 닿는다니까요.” 유학생 엄태경(19)이 너스레를 떤다. 손영주(18), 고혜주(17)와 함께 지난 9월에 입학한 새내기다. 유지연, 김지영과 졸업은 하지 않은 두 남학생에 이어 5번째다.

“발레의 본고장에서 배우고 싶은 열망” 때문에 6천km를 날아왔다. 월~일, 오전에는 클래식 기본과 러시아 수업을 받고 오후엔 요일따라 캐릭터 수업(세계 민속춤 등), 듀엣, 연기, 모던 댄스를 익힌다.

“기본기에서 차이가 많아요. 키로프 발레단 입단은 워낙 어렵다는데….” 영주는 고민했다. 하지만 “졸업반이 돼봐야 결과는 아는 것”이라며 이내 벼른다.

볼쇼이와 함께 러시아의 양대 발레단인 이곳 키로프 발레단의 무용수 95% 가량이 바가노바 출신이다. 이 학교 예술감독 에쉬무라토바는 “바가노바와 키로프를 분리하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했다. 바가노바의 우수졸업생이 키로프에서 춤을 춘 뒤 다시 학교로 돌아와 후배를 길러낸다. 바가노바가 세계적인 키로프를 만들고, 키로프가 세계적인 바가노바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 에쉬무라토바 예술감독 인터뷰
“시대흐름 맞춰 느낌 살려내야 ‘기본과 창조’ 결합해서 가르쳐”
“학교에는 선배들의 체취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바가노바 메소드예요.” 이 학교 예술감독인 알티나이 에쉬무라토바(43·사진)의 자랑이다. 자신 역시 바가노바를 졸업한 뒤 1982년 키로프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로 조베이드(의 등장인물), 오데트 등이 되어 전 세계를 누볐다. 지난 1983년 ‘러시아의 위대한 무용수’상을 받았고, 4년 전 학교 예술감독이 됐다. 그의 이야기를 주제별로 재구성했다.

△ 왜 바가노바인가 = 세계 최고인 바가노바 메소드와 역사, 학교 건물과 주변 환경 같은 것들 때문이다. 7년 전 학교에서 건물을 다시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구촌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더 현대적인 시설, 더 넓은 스튜디오가 필요했다. 하지만 바꾸지 않았다. 니진스키 같은 댄서들 때문에 닳고 닳은 바(연습실 막대)를 보라.

△ 70년 전 교수법, 낡지 않았나 = 여기 선생님들이 바가노바 교수법을 복창하지만은 않는다. 모두 자기만의 방법을 개발할 줄 아는 전문가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기본과 창조를 결합할 줄 아는 선생님의 실력이 중요하다.

△ 기본 수업과 특징 = 클래식, 발레, 오페라, 듀엣, 모던 댄스, 연기론이 필수과목이다. 내 학창 시절엔 등의 역할 연기를 위해 펜싱도 배웠다. 지금은 없다. 요즘엔 모던 댄스를 중시한다. 내 때에는 없었지만, 지금 마린스키 극장에선 컨템포러리 발레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포사이드, 노이마이어의 모던 발레작들이 극장에 올랐고,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시대의 흐름, 마린스키의 흐름에 맞춰, 어떤 스타일에서든 자신의 느낌을 잘 표현해내도록 우리 학생들을 키워낸다.

경쟁과 삶 = 중간에 낙오하는 학생도 있다. 어쩔 수 없다. 바가노바의 요구 수준이 높긴 하지만 지나치진 않다. 발레가 폐쇄적이어서 이 외의 다른 삶을 찾아가기란 어렵다. 그게 바로 우리가 선택한 직업이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8년 동안 여러분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많은 교육을 시킨다. 매년 졸업생들이 많아 취업문제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지만, 바가노바 졸업장을 갖고 일 못할 이는 없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러시아)/글·사진 임인택 기자 한겨례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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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2004-10-18 10:51:53
아직도 바가노바하면 모스크바의 볼쇼이 발레학교와 함께 최고명문으로 꼽힙니다. 발레에 관심이 있다면 이 글을 참고로 해서 발레 유학을 함 시도해보세요.

운영자 2004-10-18 10:51:53
아직도 바가노바하면 모스크바의 볼쇼이 발레학교와 함께 최고명문으로 꼽힙니다. 발레에 관심이 있다면 이 글을 참고로 해서 발레 유학을 함 시도해보세요.

운영자 2004-10-18 10:51:53
아직도 바가노바하면 모스크바의 볼쇼이 발레학교와 함께 최고명문으로 꼽힙니다. 발레에 관심이 있다면 이 글을 참고로 해서 발레 유학을 함 시도해보세요.

운영자 2004-10-18 10:51:53
아직도 바가노바하면 모스크바의 볼쇼이 발레학교와 함께 최고명문으로 꼽힙니다. 발레에 관심이 있다면 이 글을 참고로 해서 발레 유학을 함 시도해보세요.

운영자 2004-10-18 10:51:53
아직도 바가노바하면 모스크바의 볼쇼이 발레학교와 함께 최고명문으로 꼽힙니다. 발레에 관심이 있다면 이 글을 참고로 해서 발레 유학을 함 시도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