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CIS토크) 우크라 전쟁에서 돋보이는(?) 인도의 'My Way' 외교는
(러시아CIS토크) 우크라 전쟁에서 돋보이는(?) 인도의 'My Way' 외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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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03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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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와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제한하기 위해 '가격 상한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배럴당 60~62달러로 상한 가격이 정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러시아 측은 아예 수출 금지 조치로 맞설 계획이다. 그 경우, 러시아 원유 수출의 '서쪽 문'은 거의 닫힐 전망. 러시아로서는 남아도는 원유를 서방 측이 정한 상한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라도 '동쪽'으로 '밀어내기'할 수 밖에 없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다.

인도는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거의 30% 할인된 가격에 원유를 대량으로 수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는 인도이지만, 국가의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기 위해 '러시아 편'을 든 것. 인도는 서방 측이 사활을 건 러시아 원유의 가격 상한제 시행 이후에도 러시아 원유의 주요 수입 시장으로 남아 있을까?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매월 발간하는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2022년 제 12호(2022년 12월 1일자, https://ruscis.hufs.ac.kr)에서 인도의 ‘My Way’ 외교를 다뤘다. 이 송씨(박사 과정 러시아·CIS 정치 전공)가 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끄는 인도의 My Way 외교'다. 이 글을 소개한다/편집자. 

2022년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간의 과열된 경쟁 속 인도의 ‘My Way’ 외교가 국제 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미·중·러 3대 강대국이 엮어내는 국제질서 재편 구도에서 인도는 편승 외교, 균형 외교, 헤징 외교, 네트워킹 외교의 현란한 조합을 통해 자신의 몸집과 지정학적 존재감을 한층 키워가고 있다. 특히 '말로만 협력하는' 미국보다 정확히 '원하는 것을 제시하는' 러시아를 선택해 실리를 얻고 있다. 

◇ 러·인 협력의 역사적 연원 

러시아와 인도, 양국의 전면적 협력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련은 대(對)중국 견제 차원에서 인도에 경제및 군사 원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1962년 중국과 '국경 전쟁'을 치른 인도에게 소련이 조건 없이 전방위 지원에 나섬으로써 양국 관계는 한층 긴밀해졌다.

미국의 대인도 정책은 소련과 달랐다. 1964년 중국의 핵 실험 성공에 자극받아 핵개발을 시작한 인도에 대해 미국은 무려 30년 동안이나 핵 개발 제한 조치를 취했다. 반면 인도에 적대적인 파키스탄의 핵 개발은 묵인했다. 그 결과, 파키스탄은 1974년 핵무기를 손에 쥐었다.

인도는 소련의 우호정책에 '보은 외교'로 화답했다. 1956년 소련이 헝가리 혁명을 폭력적으로 진압했을 때도, 1968년 '프라하의 봄'을 짓밟았을 때도,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도 인도는 소련에 대한 공개 비난을 자제했다.

지난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는 모디 총리와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또, 2000년대 초 체첸 반군의 테러 활동 근절을 겨냥한 러시아의 제 2차 체첸전쟁에서 러시아군의 ‘무자비한 무력 사용'을 비난하는 유엔(UN) 인권위원회 결의안 표결에서 인도는 반대표를 던졌다 이같은 역사적 관계를 바탕으로 러·인 양국 정부와 국민들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수 군사작전을 전후로 국제 무대에서 벌어진 외교전에서 단 한 차례도 크렘린을 공개 비난하지 않았다. 인도 여론도 대체로 정부의 이같은 대외정책을 지지하는 편이며, 야당조차 모디 총리에게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고립 정책' 동참을 요구하지 않는다.

◇ 진영을 넘나드는 인도의 ‘My Way’ 외교 

오랜 미·소 냉전시절, 인도는 비동맹 외교노선의 대표주자였다. 미·소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고, '제 3세계' 국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1955년 (아시아와 아프리카 29개 국가들이 참석한) '반둥 회의'를 계기로 비동맹권의 좌장으로서 국제질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인도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인도는 서방을 겨냥해 중·러가 결성한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의 회원국인데, 미국 주도의 대중 봉쇄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IPEF)에도 한 발 걸치고 있다.

지난 6월 화상으로 진행된 브릭스 정상회의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더욱이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강하게 압박하는 미국의 요청을 무시하고, 서방의 대러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구멍'이 되고 있다. 원유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부족국가이면서도, 서방 측의 에너지 수입 제한 조치로 '수출 시장 축소'라는 직격탄을 맞은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헐값에 대량 구매함으로써 경제적 이득까지 챙기고 있다.

인도는 또 비동맹 노선에서 벗어나 '인도식 실용주의'를 앞세워 국제적 위상 강화와 실리를 극대화하고 있다. 동시에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식량 수출과 자포로제(자포리자) 원전 포격 사건 등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주요 국제 현안에서 적극적으로 막후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협상 중재국의 입지도 넓혀 가고 있다.

앞으로도 인도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손을 잡으면서도, 안보와 실리적 국익 확대를 위해 러시아와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 강화시켜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인도의 이런 독특한 ‘My Way’ 외교가 우리에게는 어떤 시사점을 안겨주는가?

◇ 인도 외교정책의 시사점 

남아시아 패권국 인도는 국익과 실용주의 관점에서 진영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견고히 구축해 왔고, 그 과정을 통해 국제적 위상과 지정학적 활동 반경을 꾸준히 넓혀 왔다. 협력의 성격이 전혀 다른 SCO, BRICS와 QUAD, IPEF의 동시 가입이 대표적이다. 이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인도 특유의 외교 노선을 잘 보여준다. 인도는 국익 증진을 위해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국제적 이슈에 자신의 의사를 적극 표명하고, 필요한 경우 지정학적 경쟁국 또는 대결국가와도 협력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외교적 '포지셔닝'이 인도를 '다극적 세계'의 독자적인 중심축으로 부상하게 만든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인도가 처한 지정학적 상황과 위상이 우리(한국)와는 다르지만,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대외정책의 핵심 아젠다로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 정부가 진영을 넘나드는 인도의 스펙트럼 외교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포인트다.

한반도가 미·중 패권경쟁과 신냉전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한국이 국제 사회의 리더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동맹 일원론적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유와 인권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국익 우선의 실용주의도 한국 외교의 중요한 잣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위해 한국식 실용주의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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