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도 '구정'이 있다, 그들은 왜 새해를 두 번 기념할까?
러시아에도 '구정'이 있다, 그들은 왜 새해를 두 번 기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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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2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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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구정, '오래된 새해' 기념 일러스트
러시아의 구정, '오래된 새해' 기념 일러스트

러시아의 신년 연휴는 1월 1일부터 일주일 간 계속된다.  국가가 지정한 공휴일이다. 새해를 맞이한 러시아 사람들은 주말이 끼면 10일이라는 긴 연휴를 보낸 후 1월 13, 14일 또다시 새해를 기념하는데, 이 날을 러시아어로 '스타르이 노브이 고드'(старый новый год)라 칭한다. 영어로 '올드 뉴이어'(old new year), 한국어로는 '오래된 새해'로 번역된다. 직역하면 '예전 새해'(구정·舊正), 의역으로는 한국의 '설날'이나 '구정'을 의미한다.

우리 설날이 민족의 명절인데 반해 러시아의 설날은 그저 '기억속의 명절'이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다. 1918년 혁명정부가 태양력(그레고리력)의 새 달력을 채택한 이후, 이 날을 기념하던 오랜 풍습들은 많이 사라졌다. '오래된 새해'라는 모순 어법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러시아의 많은 기념일들과 마찬가지로, 새해를 현재의 1월 1일로 축하하기 시작한 것은 1917년의 공산혁명 이후이다. 볼셰비키 혁명정부가 제정러시아가 쓰던 율리우스력에서 13일 빠른 태양력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달력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율리우스력을 사용한 러시아인들의 오랜 관습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었다.

특히 러시아 정교의 신자들이 그랬다. 고대 러시아 시절(루씨 시대) 정교의 성인인 바실리예프의 이름을 따 '바실리예프의 날'(Васильев день), 혹은 줄여서 '바실리의 날'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설날 전야(이브)를 ‘바실리예프의 저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전에는 ‘바실리예프의 저녁’에 이웃과 지인들의 집을 돌아다니며 새해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이웃을 방문하거나 초대해 복(福)을 빌어주는 전통도 있었다. 한해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치기도 했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모든 가족이 집에 모였다. 이는 태양력으로 바뀐 지금도 이어지는 미풍양속이다. 

모스크바의 새해 맞이 행사장 모습. 공식 명칭은 '성탄절로 가는 여행'이다/현지 TV 영상 캡처

러시아인에게 구정은?

러시아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구정'(설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 서로에게 복을 나누는 풍경만은 우리와 별반 차이 없다.

과거 '구정'에 유행하던 러시아인들의 전통을 살펴보면,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들은 거울을 이용해 새해 운수를 점쳤다고 한다. '구정 음식'으로 돼지 새끼로 구운 통돼지 구이를 비롯해 토끼와 수탉 등으로 음식을 마련했다. 기름진 통돼지 구이는 새해에 행운을 가져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토끼 고기는 신속함, 닭고기는 몸이 가벼워질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이를 통해 당시 토속신앙이 민중들에게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종의 고대 러시아의 풍속이다. 최근에는 설날을 기념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하나 생겼는데, 일명 '스카이 랜턴'(sky lantern, небесные фонари)이라고 불리우는 소형 기구를 하늘에 띄우며 소원을 비는 것이다. 미하일 노심의 작품 '설날'은 러시아의 '구정' 전통을 비교적 잘 묘사하고 있다. 또 소련의 유명 시인 안드레이 보즈네센키는 그의 시 '설날'에서 설날 풍습을 멋드러지게 읊었다. 

또 하나, 러시아인들은 구정이 되면 지난 연말에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와 집안 곳곳을 장식한 새해 축하 소품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업체가 샘플로 제시한 러시아의 새해 방 장식/사진출처:https://phonoteka.org/9953-fon-elka-v-komnat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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