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보험공사의 '신용평가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위험' 지수가 높아진 진짜 이유
무역보험공사의 '신용평가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위험' 지수가 높아진 진짜 이유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6.13 0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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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리나라 기업이 거래하는 러시아 파트너들의 대금 결제 신용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상한 결과이지만, 어느 정도일까?

국내에서 유일하게 매년 약 5만 건의 해외기업 신용평가 자료를 발간하는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의 발표에 따르면, 신용등급 '불량'(R급)을 받은 기업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러시아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의 신용등급 '불량' 기업의 비중은 무려 45%에 이르렀다. 신용등급 평가 후 불량(R) 등급을 받거나 신용등급 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업체을 모두 합친 비율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사진출처:홈페이지

무역보험공사는 1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해외시장 신용위험보고서'를 발간했다. 국내 수출 기업이 무역보험 가입을 위해 제출한 국외 기업의 신용정보를 활용해 신용등급을 평가한 기업 수가 1,000건 이상인 12개 국가를 대상으로 국가별, 산업별 기업 신용도를 분석한 결과다. 

무역보험공사는 또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않았거나 제출 자료의 사실 확인이 어려워 등급 평가를 보류한 기업을 제외하고, 신용등급 '불량'으로 평가된 기업들을 기준으로 국가별 '신용위험지수'도 발표하는데, 여기서도 러시아가 43.1%로 조사대상 12개국 중 가장 높았다. 이 지수가 올라가면 무역거래 대금의 미결제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전체(글로벌) ‘신용위험지수’도 전년(2021년) 3.2%에서 4.7%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러시아의 '신용위험지수'가 크게 오른 영향이 컸다.

러시아의 신용등급 '불량' 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간단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은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무역보험공사는 "미국이 지난 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연루된 다수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며 "제재 대상 기업은 아예 신용 '불량' 등급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 7.2%였던 러시아의 '신용위험지수'가 지난해 약 6배나 치솟은(43.1%) 근본적인 이유다.

러시아는 지난해 경제제재 대상 기업이 전년 대비 12배 이상 늘어났고, 주요 은행들이 소위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 달러결제시스템) 체제에서 배제되면서 무역대금의 송금 자체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우리은행의 러시아 법인 홈페이지
러시아 중앙은행/사진출처:위키피디아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당할 정도면, 러시아에서는 나름 탄탄한 기업이라는 역설적인 평가도 나온다.

경제제재 대상기업이 신용 '불량' 등급을 받은 경우를 제외한 후, 국가별 '신용위험 지수'를 다시 계산하면 베트남(3.4%), 미국(3.2%), 튀르키예(2.8%) 순으로 위험도가 높았다.

특이한 것은 신용 '불량' 비율이나 '신용위험지수' 모두 미국이 중국보다 높았다는 사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 '불량' 비율은 러시아 다음으로 미국(9%), 중국(7%), 인도(6%), 멕시코와 독일(5%) 순이었고, '신용위험지수'도 베트남(3.5%)과 튀르키예(터키·3.3%), 미국과 멕시코(3.2%), 독일(3.1%), 브라질(3.0%), 중국(2.9%)이 러시아의 뒤를 따랐다. 

무역보험공사는 이에 대해 "신용등급 평가는 우리 수출기업이 무역보험을 들기 위해 수출 대상인 국외 기업에 대해 매긴다"며 "보험 가입을 신청한 미국 기업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최종 소비재 관련 영세 도매기업 비중이 컸다"고 설명했다. 신용도가 높은 초우량 미국 기업은 아예 보험을 들 필요가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무역보험공사는 또 '해외시장 신용위험 보고서'와 함께 ‘수출대금 결제동향 보고서'(Payment Data Report)‘도 냈다. 최근 5년간 주요 수출국가 및 업종별 결제조건·결제기간·연체율·연체기간 등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올해로 네 번째 발간이다.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수출기업들이 해외시장 신용위험 보고서를 활용하면 기업별 주력시장의 최신 신용위험 변화 동향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수출기업들이 시장 개척과 리스크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하고 실용적인 정보를 발굴하고 공유하는데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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