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륙을 휩쓴 '섹스 유럽선수권 대회', 그게 진짜 가능해?
유럽 대륙을 휩쓴 '섹스 유럽선수권 대회', 그게 진짜 가능해?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6.17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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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의 우크라이나 반격 군사작전과 함께 이번 주 유럽 대륙을 휩쓴 이슈 중 하나는 '섹스 유럽 선수권 대회'다. 인간의 가장 말초적인 욕망인 섹스를 '스포츠의 하나'로 규정하고, 유럽 최강자를 가리겠다는 게 대회 주최 측의 목표였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당연히(?) 무산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회가 무산되면서 이 선수권 대회는 성 도덕성과 맞물려 더 큰 화제를 몰고 왔다. 

러시아 스포츠 매체 스포르트(스포츠) 엑스프레스는 15일 "섹스 선수권대회 개최라는 아주 자극적인 아이디어에 상당히 회의적이었지만, 대회는 실제로 추진됐다"며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20개국에서 참가자들이 대회 현장에 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8일로 예정된 대회가 하루 연기되더니 완전히 취소되고 말았다. 대회 참가자들이 스스로 대회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의 성교육 관련 영상 캡처
스웨덴의 섹스 유럽챔피언십이 허술한 대회 조직및 운영 때문에 무산됐다는 기사가 러시아 포탈 얀덱스의 '젠'(dzen.ru) 뉴스 사이트 스포츠 분야 주요 뉴스로 올라와 있다/젠 페이지 캡처  

국영 리아 노보스티 등 러시아 언론은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유럽 섹스 챔피언십이 개최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고, 가짜뉴스로 보였다"면서 "그러나 그 소식은 언론을 통해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매체도 이 소식을 빠뜨리지 않았다. 대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러시아 대표로는 'Master of Sports'라는 이름이, 우크라이나 대표로는 'Matthew Mayer'라는 이름이 올라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경기 참가자들이 대회가 열리는 스웨덴 예테보리에 실제로 왔다는 점이라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대회에서는 서로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진 20명의 참가자들이 하루 6시간씩 16개의 부문에서 성적 능력을 겨루기로 했다. 유혹과 에로틱및 전신 마사지, 전희, 구강 성교, 삽입, 지구력, 자세 변경및 창의성, 혈압, 맥박 등이다. 심판진(3~5명)은 일정 시간내의 오르가슴 수, 어렵고 아름다운 자세, 의사 소통, 성적 움직임, '카마 수트라'(Kama Sutra)적 예술성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되 최종 승자는 온라인 투표를 통해 가리기로 했다. 

포르노 경연대회를 연상케하는 이같은 대회의 개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성이 자유로운 북유럽 스웨덴 출신의 스트립 클럽 사업가 드라간 브라틱이다. 그는 미국에서 스트립 클럽을 여러 개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에 '섹스'는 '일종의 스포츠'라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이를 현실화하고자 하는 방안으로 유럽선수권 대회를 생각해낸 것으로 전해졌다. 

Фото Кадр видео канала SVT1
드라간 브라틱/사진출처:SVT1 비디어 채널

대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스웨덴 스포츠연맹(RF)이었다. 스웨덴 스포츠 연맹은 소위 '섹스 스포츠 협회'가 낸 가입 신청서를 검토한 뒤 지난 4월 승인을 거부했다. 협회 측은 스웨덴에 31개 지부에 3,126명의 회원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스포츠 연맹 가입이 무산되면서 유럽선수권 대회 개최도 불가능해졌다. 강행할 경우, 성매매와 풍기 문란, 위생 기준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될 수도 있었다.

스웨덴 스포츠 연맹의 안나 세츠만 대변인은 “스웨덴과 스웨덴 스포츠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일부 국제 언론에 퍼지고 있다"며 "말도 안되는 짓거리"라고 비판했다. 

논란은 스페인 출신의 'OnlyFans' 모델인 셀바 라피에드라가 대회 무산 뒤 대회 주최 측을 공격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그녀는 스페인 언론과의 회견에서 방송 중계 문제와 심사위원 선발 등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대회 취소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았고, 심사위원도 오지 않았다. 대회장이 어느 시점에 통제 불능 상태가 되더니, 결국 끔찍한 '공포 영화'로 변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대회 시청을 위한 유료 회원들의 회비도 문제가 됐다. 

대회 무산을 신랄하게 비판한 모델 셀바 라피에드라/스페인 매체 웹페이지 캡처
아직도 폐쇄되지 않은 대회 주최측 홈페이지/캡처

거창한 유럽 선수권대회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남녀간의 은밀한 사랑 행위를 공개적으로 경쟁시키고, 나아가 '쇼'로 만들려는 시도는 부도덕하고, 정상적인 사회의 가치에 위배된다는 게 러시아 언론들의 결론이다. 성이라는 주제는 많은 국가에서 상당히 민감한 주제인데, 성행위를 생중계하겠다는 발상도 황당하다. 대회가 열리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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