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반란 직후 루블화 폭락의 '검은 토요일'은 진정됐지만, 달러당 90루블도 위험하다?
군사반란 직후 루블화 폭락의 '검은 토요일'은 진정됐지만, 달러당 90루블도 위험하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6.30 0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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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루블화에 '위기 등'이 켜졌다. 29일 모스크바 거래소에서 루블화는 작년 3월 29일 이후 처음으로 87.54루블까지 올랐다.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개시(우크라이나 전쟁, 2022년 2월 24일) 이후 폭등한(가치 하락) 루블화는 중앙은행의 과격한 금리인상 조치와 개인의 외화 예금 인출 제한, 수출기업에 대한 외화 매각 의무화 등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프리고진의 6·24 군사 반란'을 계기로 지난해 3월의 언저리로 되돌아간 것이다.

유로화는 이날 유로당 95.37 루블을 찍었으나, 위안화는 12루블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러시아에서 3번째 외화로 자리잡은 위안화가 전 세계적으로 달러·유로에 대해 약세를 보인 탓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달러화 환율 고시 변화 추이. 오른쪽 수치는 최근 10일간의 동향. 맨 위 30일자 고시에 달러당 1.41루블을 올린 게 눈에 띈다. '검은 토요일'은 중앙은행 환율 고시에 반영되지 못했다/출처:얀덱스.ru   

루블화의 약세는 '6·24 군사 반란' 이후 러시아 정치 정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외화예금으로 갈아타려는 기본 수요가 늘고,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 수입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은 다행히 하루 만에 끝났지만, 단기적으로 계속 루블화 포지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리아 노보스티 통신과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무장 반란 당일인 24일은 '검은 토요일'로 기록됐다. 로스방크는 달러와 유로를 각각 105루블과 115루블에 판매했다. '반란이 끝났다'는 소식에 외화 매수 열기는 조금 가라 앉았지만, 루블화는 눈에 띄게 약화됐다. 반란 전날인 23일(금요일) 달러당 84.7루블, 유로당 92.34루블을 찍었던 루블화는 주말 이후 26일(월요일) 각각 87루블, 95루블에 마감됐다. 주말 사이 거의 3루블 가까이 오른(루블화 가치 하락) 것이다.

올해 들어 루블화 가치는 이미 20% 이상 하락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60%나 떨어졌다. 근본적인 요인은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의 감소다. 올해 1~4월 러시아가 에너지를 수출해 벌어들인 수익은 2조 2000억 루블(약 33조 75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3% 급감했다. 벌어들인 외화를 루블화로 환전할 때 발생하는 매입 압력도 그만큼 약해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외화 예금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도 루블화 약세의 원인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해외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국민의 외화 예금 잔고는 약 5조 7000억 루블(약 87조 4400억원)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과 비교하면 약 2.5배 늘어났다. 

이처럼 루블화 약세 압력이 점증하는 상태에서 '무장 반란'까지 터졌으니, '검은 토요일'이 발생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러시아 루블화/바이러 자료사진

더욱 큰 우려는 루블화 약세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서방 전문가들의 시각이 그렇다.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 은행은 “군사반란 이후 불확실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어 루블화가 달러당 90루블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미국의 골드만삭스도 “매수와 매도 간 스프레드(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어 루블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의 판단은 좀 다르다. 수출업자가 외화를 대거 판매하는 기간이 끝나면 루블화는 통상적으로 약세를 보이는데, 6'·24 군사반란'까지 겹치는 바람에 하락 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부그로프앤파트너스'의 투자 부서 책임자인 옥산나 포크로프스카야는 "군사 반란이 그렇게 빨리 해결되지 않았다면, 루블화는 급락했을 것"이라고 안도했다. 그녀는 7월과 8월로 예정된 러시아-아프리카 경제포럼과 브릭스(BRICS) 정상회담을 계기로 루블화 가치가 다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곡물과 비료, 원전 분야에 대한 소위 '글로벌 사우스'의 15억 시장이 러시아의 교역 수지를 개선해 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개전 이후 루블화는 달러당 70~80루블에 머물렀고, 이 환율이 '러시아 경제에 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루블화의 강세는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재정 수입의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달러당 65~85루블을 국내 산업에 가장 적정한 환율로, 금융 분야에선 70~80루블을 생각하고 있으며, 정부는 2023년 예산 편성에서 달러당 73.8루블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사진출처:위키피디아

하지만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미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러시아의 기준금리는 작년 9월 이후 연 7.5%를 유지하고 있다. 알렉세이 자보트킨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위험의 균형이 인플레이션 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기 기준금리 결정 회의는 7월 21일로 예정돼 있다. 

IC 알로르 브로커의 투자 컨설팅 책임자인 알렉세이 안토노프는 "자보트킨 부총재의 금리 인상 발언이 환율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달러당 89~90루블까지 지속적인 약세를 예측한 뒤, "중앙은행이 금리를 2~3% 포인트 인상하지 않는 한, 루블화 약세를 뒤집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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