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CIS 토크) 중앙아시아 경제에 드리워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명암은
러시아CIS 토크) 중앙아시아 경제에 드리워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명암은
  • 바이러시아
  • buyrussia21@buyrussia21.com
  • 승인 2023.07.02 0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러시아 수출은 꽉 막힌 듯했다.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주요 기업들도 사실상 '고사(枯死)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우리 나라의 러시아CIS 수출이 '나홀로'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한달간 대러, 대CIS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3.9%, 78.8% 급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도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우회·병행 수출 등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1~5월 CIS로의 수출액은 57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뿐 아니라 전쟁 전인 2021년 1~5월(50억9,000만 달러)까지 넘어섰다. '교역 흐름'이 달라진 것이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매월 발간하는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2023년 제 7호(2023년 7월 1일자, https://ruscis.hufs.ac.kr)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달라진 러시아CIS 교역을 다뤘다. Kunduz Bakytova(석사 과정, 러시아 개발협력·CIS 전공)가 쓴 '중앙아시아 경제에 드리워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명암'이다. 이 글을 소개한다/편집자.

◇ 세계은행의 중앙아시아 송금액 증감 예측 

러시아가 ‘특수 군사작전'으로 명명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 지 16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 정세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는데, 중앙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주지하듯, 다수의 중앙아시아(이하 중앙아) 국가는 러시아에서 일하는 자국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보내온 송금액이 국가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른바 '송금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열흘 만에, 전쟁이 중앙아시아 국가로의 송금 흐름에 미칠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흘러 들어가는 송금액이 크게 줄더라도, 폴란드와 기타 국가들로부터의 송금액 증가로 상쇄될 가능성이 크지만, 중앙아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와는 다르게 송금 흐름에 불리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방의 대러 제재 강화로 러시아 내 중앙아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루블화 가치가 폭락함에 따라, 러시아에서 중앙아로 들어가는 송금액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 경제 전반에 미친 타격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중앙아로의 송금 흐름은 이중으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세계은행은 전망했다.

◇ 도리어 늘어난 송금유입액

그러나 (표 1에서 보듯) 중앙아 국가들의 송금 유입액은 세계은행의 예측과는 반대로 오히려 증가했다. 우즈베키스탄 중앙은행은 2022년 러시아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들어온 송금 유입액이 전년 대비 2.1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로부터 송금받는 금액이 국가 전체 GDP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역시,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세계은행의 예측과 달리 이런 결과를 낳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의 대러 수출 급증을 들 수 있다. 전통적인 대러 교역국이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로로 중앙아를 선택함으로써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로 2022년 중앙아 각국의 대러 수출 현황을 보면, 카자흐스탄은 전년 대비 8.6%, 키르기스스탄은 87%, 타지키스탄 22.2%, 우즈베키스탄은 50%, 투르크메니스탄 37.2% 증가했다.

◇ 중앙아 각국의 대러 수출 증가

중앙아 국가들로 유입되는 송금액이 증가한 이유는 또 있다. 러시아에 진출한 외국 기업과 러 시아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후폭풍을 피해 러시아 시장에서 잠시 철수한 뒤, 이후 상황이 호전되면 다시 진입하려는 중·단기 전략 아래, 인접한 중앙아 국가들을 '디딤돌 시장'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2022년 카자흐스탄의 외국 기업 수는 4만5,000여개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전체 외국기업의 3분의 1이 러시아 국적자의 소유였다.

키르기스스탄에서도 러시아인들이 소유한 기업 수가 2022년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외국기업뿐 만아니라 러시아 기업 역시 대체 진출지로 중앙아를 선택한 것이다. 전쟁의 여파로 인한 러시아인들의 국외 이주도 중앙아 지역으로의 송금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2022년 9월 크렘린의 ‘부분 동원령' 발령 이후 러시아인들의 중앙아 이주가 부쩍 늘어났고, 이와 함께 송금액도 증가했다.

◇ 중앙아 경제에 드리운 우크라이나 전쟁의 명암 

무려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끝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길어지는 전쟁은 중앙아 경제에 명암을 동시에 드러낸다. 대러 수출및 유입 송금액의 증가로 중앙아 경제가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이후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민초들의 삶에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웠다. 에너지 부족에 임대료 상승, 식료품 가격 폭등, 빈곤율 증가 등 여러 부작용이 중앙아 국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러시아에서 유입되는 송금액에 크게 영향을 받는 중앙아 국가들의 경제는 매우 취약하고 늘 불안하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다주 는 부정적인 영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거나 최소화하는 조치와 함께 효율적인 정책적 개발 노력이 요구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앙아 경제에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