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제친 러시아 소치 올림픽 피겨 금메달리스트 소트니코바 왜 도핑 폭탄선언을?
김연아 제친 러시아 소치 올림픽 피겨 금메달리스트 소트니코바 왜 도핑 폭탄선언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7.0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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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김연아(33)를 누르고 금메달을 딴 전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7)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팔로워 77만명을 가진 러시아 인플루언서의 유튜브 채널 'Tatarka FM'(릴리아 아브라모바)에서 “2014년 도핑 검사에서 문제가 있어 조사가 이뤄져야 했고, 두 번째 샘플을 까면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징계를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폭탄성 발언에 러시아 스포츠계와 언론은 뒤통수를 맞은 듯한 분위기다. 현지 언론들은 적극적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서 진실 규명에 나섰고, "그녀가 왜 뒤늦게 그런 적절치 않는 발언을 했는지 의심스럽다"는 표정이다.

러시아 스포츠 전문 소비예트스키 스포르트(소비예프 스포츠)참피오나트(챔피언).com에 따르면 소트니코바가 유튜브 채널 'Tatarka FM'에 출연한 것은 지난 3월 13일이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도핑 스캔들에 휩쓸린 피겨 신예 '카밀라 발리예바'의 싱글 매치 경기 당시 심리 상태나 주변 상황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당시에는 별로 주목을 끌지 못했다.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소트니코바(위)와 유튜브 채널 타타르카 FM/사진출처:위키피디아, 캡처

거의 4개월이 지난 5일 이 채널은 소트니코바의 폭탄성 발언을 추가한 뒤 다시 올렸다. 발리예바가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매치에서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해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대목이다. 물론 러시아 스포츠계와 언론이 알고 있던 내용과는 달랐다. 

"모든 사람이 발리예바가 (싱글 매치에 나섰을 때)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 완전히 본 것 같다. 특히 그녀가 (긴 논란 끝에) 출전이 허용됐을 때. 그리고 피겨스케이팅 쇼트 프로그램 경연에 들어갔다. 올림픽에 참가한 15세 아이(소녀)가.. 그녀는 (단체전 금메달 이후) 또 다른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완벽한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언론, 떠도는 이야기들, 인터넷 댓글이 있었다. 심리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의 발언은 이어졌다.
"2014년을 되돌아봐도, 그들이 나에게 도핑이 발견됐다고 말했고,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나중에 문제가 없다(음성 판정)고 했다. 두 번째 샘플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잘 풀렸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나는 겁이 났고 위축된 (심리) 상태였다'. 자, 상상해보라. 어린 아이(발리예바)가 ... 이 모든 걸 (이미) 경험한 나는, 카밀라(발리예바)가 어떻게 다시 은반 위로 나갈 힘을 되찾았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발언은, '2014년 첫번째 샘플 양성, 두번째 샘플 음성이라는 판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느꼈던 심리 상태나 컨디션, 경험을 되돌아보면, 그것보다 더한 과정을 거친 발리예바가 어떻게 다시 싱글 매치에 나설 힘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대단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싱글 매치가 끝난 뒤 눈물을 보인 발리예바/사진출처:러시아 올림픽 위원회 텔레그램 계정

문제는 소트니코바가 첫번째 샘플에서 양성 판정을 통보받았다는 사실이다. 본인의 이야기이니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현지 언론의 관심은 그녀의 발언이 미칠 파장이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연맹 알렉산더 코건 사무총장은 당장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고, 그녀의 전 코치인 엘레나 부야노바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러시아의 구조적인 도핑 스캔들로 도핑 시험 자격 자체를 박탈당한 바 있는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도 그녀의 양성 반응 자체를 확인하지 않았다.

우리의 관심은, 우습지만, 소트니코바가 소치올림픽 금메달이 박탈될 지 여부다.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이어받으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현지 매체 가제타.ru에 따르면 도핑 전문 변호사는 현지 'Match TV' 인터뷰에서 "도핑 테스트에서 나온 양성 반응이 도핑 방지 규칙 위반에서 제외되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며 "하나는 치료 목적으로 정당하게 사용된 경우와 1차 샘플에서 (어떤 이유로든) 제대로 판별하지 못해 두 번째 샘플을 열어 확인한 경우"라고 말했다. 소트니코바가 말한 두번째 샘플 개봉이 바로 후자의 경우다. 현지 전문가들이 소트니코바가 '도핑이 발견됐다'는 식으로 용어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아쉬워하는 이유다. 정확하게는 '첫번째 샘플에서 최종 확인이 되지 않아, 두번째 샘플을 연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후속 조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소트니코바의 '금메달 자격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금메달 획득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소트니코바/사진출처:위키피디아

소치 동계올림픽의 이미지를 망친 러시아 정부의 조직적인 도핑 스캔들은 2014년 12월 독일 TV 채널 ARD가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도핑 사실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리처드 파운드가 이끄는 특별 위원회를 만들어 조사에 들어갔고, 그 결과 전러시아육상연맹(ARAF)은 8년 동안 자격을 박탈당했다. 

동시에 WADA는 모스크바 도핑연구소의 활동을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2015년 가을 RUSADA의 책임자 그리고리 로드첸코프의 폭로가 터져나왔다. 소치 올림픽에서 도핑 샘플 바꿔치기가 있었다는 것. 또 러시아 선수들이 소위 '공작 부인'으로 불리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특수 칵테일을 마셨다고도 했다. 

이후 러시아의 조직적인 약물 투여 실태를 조사한 WADA 보고서가 2016년 발표됐고, 거기에 소트니코바도 포함됐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그러나 이듬해(2017년) 11월 10일 IOC가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우승자인 소트니코바의 도핑 의혹을 기각했다. IOC는 이날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던 러시아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4명을 실격 조치하고, 향후 올림픽 출전을 금지한다"면서 그러나 "다섯 번째 선수는 도핑 규정을 위반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해 징계 없이 사건을 종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해당 선수의 권리 보호 차원에서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비밀 유지에 나섰으나, 다섯번째 선수는 곧바로 소트니코바로 알려졌다.

소트니코바는 부상을 이유로 2017년 시즌부터 대회에 불참했으며, 2020년 은퇴를 공식 선언하고, 2022년 10월에는 아기 엄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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