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부서 항명-경질 스캔들이 터진 까닭은? 친프리고진 세력의 준동?
러시아 군부서 항명-경질 스캔들이 터진 까닭은? 친프리고진 세력의 준동?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7.1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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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부내 파워게임 vs 친 프리고진 세력의 준동(蠢動)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지점인 자포로제(자포리자)에서 방어작전 중인 러시아 제58군 사령관이 항명을 이유로 최근 경질됐다. 이 사건의 전말이 군장성 출신의 국가두마(하원) 의원에 의해 '사령관의 생생한 목소리'로 폭로되고, 이를 비판하는 또다른 정치세력이 나타나면서 군부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번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3일 "러시아군 최고위 지휘관인 게라시모프 총참모장(합참 의장 격)을 겨냥한 새로운 스캔들이 러시아 군내에서 터졌다"며 "러시아의 집권 '통합러시아당'의 하원의원 안드레이 구룰료프가 러시아 제 58군 사령관에서 최근 경질된 이반 포포프 소장의 호소문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항명사건으로 물러난 포포프 장군/사진출처:스트라나.ua

포포프 소장은 호소문에서 "상부에 전장의 현실을 보고했다가 직위해제됐다"며 "열악한 대(對) 포격전 조직과 포병 정찰 기지 부재, 이에 따른 병력 손실 등을 사령부에 가감없이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많은 사단·여단장들이 말했듯이, 우리는 전선에서 어렵게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막아냈지만, 후방에 있는 상부로부터 배신을 당하듯이 뒤통수를 맞았다"고 감정을 쏟아냈다.

그의 경질은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들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이 채널들은 "포포프 사령관이 상부에 전방 부대를 다른 부대로 교체하는 순환 배치(후방 이동)를 요청했고, 상부에서는 그를 겁쟁이라고 비난했다"며 "이에 포포프 사령관이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상신하겠다고 하자 지휘권을 박탈했다"고 전했다.

이론적으로 전쟁중에 전투 현장의 일선 지휘관과 후방의 최고위 지휘부 사이에는 부대 이동과 구체적인 작전 계획, 군수물자 보급 등을 놓고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현장에서는 (휴식과 재정비를 위해) 부대 이동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병력과 군수물자를 더 많이 요구할 수 있지만, 후방에선 가용 병력과 최전선의 여건, 향후 작전 방향 등을 고려해 군사력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지휘관의 불만이 부대 밖으로 터져 나왔다는 것은 러시아군의 일사분란한 지휘체제에 의문을 품게 한다. 군사용병 조직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이 격전지 바흐무트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탄약 부족을 이유로 끊임없이 러시아군의 지휘체계(쇼이구 국방장관-게라시모프 총참모장겸 특수군사작전 총사령관)을 비난하고 협박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나중에 알려진 것이지만,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 그룹'으로부터 중화기 등 무기와 탄약을 돌려받기 위해 그들의 '후방 기지'에 갔을 때, 창고에는 탄약이 가득 차 있었다. 최고 지휘부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포포프 장군의 작별인사를 공개한 하원의원을 직격한 집권 '통합러시아당' 총평의회 투르차크 서기/사진출처:ru.m.wikipedia org

이 사건이 더 큰 주목을 받은 것은 '통합러시아'당의 지도부 인사인 '총평의회 서기'(секретарь генсовета "Единой России", 우리 식으로 당무를 총괄하는 집행위원회 사무총장)인 안드레이 투르차크가 이 스캔들을 폭로한 구룰료프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투르차크 서기는 "포포프 장군의 호소문(사실은 부대원들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은 사령관과 부대원 사이의 비공개 채팅에 나온 것인데, 구를료프 의원이 이를 정치적인 쇼로 이용했다"며 "다른 진술과 의견처럼 그의 양심에 맡겨두라"고 직격했다. 나아가 "포포프 장군의 양심은 순수하고, 조국은 그러한 지휘관을 자랑스러워한다"며 "군대는 지금까지 정치권 밖에 있었고, 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라나.ua는 "투르차크 서기가 군부내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세력과 반대 세력간에 벌어진 권력다툼의 확대를 막기 나선 것"이라며 "모든 것은 푸틴 대통령의 판단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반(反)게라시모프 세력을 친(親)프리고진 세력으로 치환해 이 사건을 보기도 한다. 친 프리고진 세력이 6·24 군사반란 이후 살아남기 위해 포포프 장군을 앞세워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친프리고진 SNS(텔레그램) 채널들이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 지휘체계.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위)를 총사령관으로 아래(왼쪽이 수로비킨 장군)에 3명의 부사령관을 두고 있다/텔레그램 캡처 

포포프 장군과 프리고진과의 관계는 특별히 드러난 게 없지만, 군사반란 이후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의 주요 경쟁자로 간주됐던 세르게이 수로비킨 부사령관의 오랜 '부재'에도 여전히 친프리고진 세력이 준동(蠢動)하고 있다는 것이다. 쇼이구 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포포프 소장을 일부러 자극해서 호소문을 내도록 했다는 설과 군사반란 이후 러시아군 고위간부 약 15명이 직위해제 또는 직무정지 조치를 당했다는 미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13일자 보도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앞으로의 관건은 푸틴 대통령의 대응이다.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날뛰던 시기에 그의 행동(국방부 비난)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샀다. 일각에서는 프리고진이 크렘린과 짜고 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6·24 군사반란이 '교활한 계획'이 아니라, 진짜 쿠데타라는 것을 모든 사람이 깨달은 것은 6월 24일 아침이었다. 푸틴 대통령의 분노에 찬 성명과 프리고진의 모스크바 진격 명령이 나온 뒤였다. 

포포프 장군의 항명성 발언이 과거 프리고진과 비슷하게 동일한 패턴과 동일한 SNS 채널들을 통해 확산된다. 군사반란이 실패한 뒤, 다른 탈출구를 찾는 세력(프리고진 조종 세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스트라나.ua는 추정했다. 그 세력의 목표가 쇼이구 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날리고 군권을 장악하는 것이라면 모르나, (군사반란과 같이) 크렘린을 겨냥하는 것이라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도 있다.

그 사이에는 또 온갖 억측이 외신을 통해 전해질 것이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특수 군사작전 총사령관직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에 미하일 테플린스키 공수부대 사령관이 간다는 외신 보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헤르손 최전선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 왼쪽이 테플린스키 공수부대사령관, 오른쪽은 마카레비치 드네프로 지역 사령관/사진출처:크렘린.ru

도네츠크주 출신인 테플린스키 장군은 가장 유능한 러시아 군지휘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한때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의 갈등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외신에 보도됐지만, 지난 4월 푸틴 대통령의 남부 헤르손 지역 최전선 시찰 때 그의 건재가 확인된 바 있다.(본보 4월 19일자) 그는 또 프리고진의 군사 반란을 '반역'이라고 지징하며 그를 따르지 않는 '바그너 전사'들에게 '러시아 공수부대'로 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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