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우크라 흑해 해상봉쇄 선언 - 수출항 인프라 파괴와 함께 '곡물 수출'에 쇄기
러, 대우크라 흑해 해상봉쇄 선언 - 수출항 인프라 파괴와 함께 '곡물 수출'에 쇄기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7.20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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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흑해 곡물 협정' 탈퇴이후 '흑해 곡물 운송 항로'의 봉쇄에 쇄기를 박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협정 탈퇴 시점이 우크라이나 주도의 크림대교 '사보타주'(비밀 폭파작업)와 겹친 상황을 놓치지 않고, 흑해 연안의 오데사항과 니콜라예프항, 체르노모르스크 항 등을 향해 18, 19일 이틀 연속 미사일및 드론 공격을 가했다.

이어 20일 자정(19일 밤 12시)부터는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영해로 진입하는 모든 선박을 군수물자 운반선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러시아 국방부가 발표했다. 전시 상황에서 군수 물자 운반선은 누구에게나 격침 대상이다. 러시아는 사실상 흑해 해상 봉쇄를 선언한 것이다.

러시아군의 오데사 폭격/텔레그램 캡처 

코메르산트 등 현지 언론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9일 "흑해 곡물 협정과 인도주의적 해상 항로(곡물 수출 항로/편집자)에 대한 안전보장 조치의 종료에 맞춰 모스크바 시각으로 7월 20일 0시를 기점으로 흑해 해역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은 잠재적 군 수송선으로 간주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흑해 공해상의 북서쪽과 남동쪽 해역은 일시적으로 항해에 위험하다"며 "선원에 대한 안전 보장도 철회됐다"고 했다.

스트라나.ua는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해상봉쇄를 선언하고, (러시아가 설정한) '금지 구역'으로 진입하는 모든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아가 "협정 중재자인 튀르키예(터키)나 서방 진영이 흑해상 운항 재개에 대한 정치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미리 쇄기를 박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이 전날 "국방부에서 향후 대응 방침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룻만에 '해상 봉쇄'라는 가장 과격한 조치를 선택한 것이라는 풀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 선사들은 쉽게 우크라이나 항구로 출항하지 않을 것으로 확실시 된다. 협정 연장 결렬 이후를 지켜보던 주요 선사들와 보험사들이 러시아군의 오데사 등 주요 흑해 항구 공습에 심각한 위험을 느껴 하나씩 둘씩 우크라이나산 곡물 운송에서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흑해 곡물 운송 선박들의 예전 모습/현지 매체 영상 캡처

실제로 러시아군의 타격 목표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운송했던 항구의 터미널, 유류 탱크, 적재 장비 등 항만 인프라였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겐나디 트루하노프 오데사 시장은 "가장 끔찍한 밤이었다"며 "침공이 시작된 후 이같은 규모의 공습은 기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항만 인프라가 손상된 사실도 인정했다.

또다른 곡물 수출항인 체르노모르스크의 곡물 터미널도 타격을 받았다. 항만에 있는 Kernel, Viterra, CMA CGM 그룹 등 다국적, 또는 우크라이나 농업기업의 시설및 설비들이 파괴됐다. 솔스키 우크라이나 농업장관은 "체르노모르스크 항구에 적재된 곡물 6만 톤이 피해를 입었고, 터미널 복원에 최소 1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타는 니콜라예프항 건물/사진출처:스트라나.ua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취약한 방공망이다. 곡물 협정이 작동하던 지난 1년간, 오데사항 등에 배치된 방공망은 키예프(키이우)와 주요 전선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측도 이번 러시아 공습에서 칼리브르, kh-22(러시아 표기로는 X-22) 오닉스 순항미사일 등 상당한 수의 러시아 미사일과 드론(총 26 개)을 격추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19일 긴급 회의를 소집해 항구 인프라 보호를 강화하도록 지시한 이유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공미사일 'SAMP-T'와 '패트리엇'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단시간에 공급받지는 못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크라이나는 이날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에 서한을 보내 곡물 수출을 계속하기 위해 임시 운송 경로를 설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공식적으로 플랜 B의 가동이다. 임시 항로는 흑해 인접국인 루마니아의 영해 및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이용하는 것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독일 일간지 빌트는 19일 "흑해상의 선박들은 모두 루마니아와의 접경 이즈마일항을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메룬 국기를 단 'Alfa Star' 화물선도 끼어 있다고 했다.

흑해상 선박 움직임을 보여주는 지도. 왼쪽 다뉴브 강 하구에 선박들이 몰려 있고, 나머지 지역은 휑하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운항 경로는 이렇다. 
'루마니아 영해를 통해 다뉴브 삼각주까지 항해한 다음 (바다가 아닌) 다뉴브 강을 따라 강 하구에 있는 우크라이나의 이즈라일항, 혹은 레니항으로 들어간다'.

빌트지는 "이 경로는 전쟁 와중에도 늘 작동했다"며 "운송 용량이 기존의 흑해 곡물 운송 항로보다 몇 배나 적다"고 지적했다. 이 경로의 흘수(吃水, waterline/해상의 선박이 바다물 아래에 잠기는 부분/편집자)는 약 7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선박이 곡물을 최대로 선적할 경우, 흘수는 7m를 넘어 (배가 바닥에 닿아) 운항을 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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