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의 미 집속탄 사용으로 전장에 피바람이 분다 - 공격 vs 방어, 누가 더 유리?
우크라군의 미 집속탄 사용으로 전장에 피바람이 분다 - 공격 vs 방어, 누가 더 유리?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7.2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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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터에 더욱 거센 피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열화우랴늄탄과 백린탄, 집속탄 등 논란이 큰 무차별 살상무기들이 속속 우크라이나로 제공되면서 전쟁이 더욱 잔혹해질 게 분명하다.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언론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 조정관인 존 커비는 20일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집속탄을 지난 주부터 사용하고 있으며, 그 효과를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조정관/사진출처:페북 

이에 맞서 러시아도 전장에서 집속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여 우크라이나 주요 전선이 양측의 집속탄으로 뒤덮힐 우려가 높아졌다.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WP)지는 이날 "미국산 집속탄은 우크라이나군이 요새화된 러시아 방어진지를 돌파하기 위해 남동부 전선(자포로제·자포리자 지역/편집자)에서 사용됐으며, 바흐무트 인근 전투에도 조만간 등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트라나.ua는 "미 백악관의 이날 발표로 미뤄, 앞으로 1, 2주 후에 미국 집속탄이 주요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속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러시아측도 이미 '눈에는 눈' '코에는 코'라는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한 상태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6일 각걱 "미국의 대(對)우크라 집속탄 제공에 맞서 우리도 전장에서 집속탄을 사용할 것"이라며 "미국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전쟁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는 민간인에 미칠 위험을 고려해 집속탄 사용을 자제해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사진출처:국방부 SNS

◇집속탄의 살상력은

하나의 포탄 속에 수십~수백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있는 집속탄은 공격 목표 지역 상공에서 터진 뒤 그 속에 들어있던 소형 폭탄들이 쏟아져 내리면서 다수의 목표물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한다. 하늘에서 폭탄이 비처럼 쏟아진다고 해서 '강철비'라고 불린다. 그러나 소형 폭탄의 높은 불발탄 비율 탓에 적대 행위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민간인 희생을 요구한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일부 폭탄은 불발탄 비율이 무려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럽을 비롯한 120개국이 지난 2010년 집속탄 사용 및 제조, 보유, 이전을 금지하는 유엔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에 서명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 등은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국제적으로는 '사용이 금지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국제 인권단체들이 미국의 대 우크라 집속탄 제공을 비판한 이유다. 

집속탄/사진출처:위키피디아
집속탄 금지 협정에 가입한 국가들(자주색).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물론, 아시아와 남미 국가들이 많이 가입하지 않았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미국은 집속탄 제공을 결정하면서 크게 2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크라이나 반격 작전 지원과 △155㎜ 포탄의 재고 부족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FT)는 지난 11일 "미국은 155㎜ 곡사포용 집속탄 M864와 M483A1를 3백만 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며 "(집속탄 제공은) 우크라이나군의 포탄 부족에 대처하기 위한 이유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한 달에 10만개 정도의 포탄을 발사하는 반면, 러시아군은 4배나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FT는 “집속탄은 축구장 만한 크기의 지역에 최대 88개의 소형 폭탄을 흩뿌린다"며 "자포로제주(州)와 도네츠크주와 같이 열린 공간(넓은 평지나 개활지/편집자)에서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깊은 참호속에 은신한 군대에 대해서는 비교적 덜 효과적이지만, 그래도 기존의 155㎜ 포탄보다는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군사 전문가인 잭 와팅(Jack Watling)과 저스틴 브롱크(Justin Bronk)는 FT에 "베트남 전쟁에서 평균 1.7개의 집속탄이 재래식 포탄 13.6개와 같은 인명 살상 효과를 거뒀다"(미 국방부 추정)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7월 7일자)는 그러나 "러시아도 집속탄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남부 전선(자포로제주/편집자)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격퇴에 집속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우크라 군이 서로를 향해 집속탄을 사용한다면, 참호에 은닉한 러시아군의 방어 부대보다는 공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의 보병 부대가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또다른 매체 rbc-우크라는 17일 우크라이나 '정보대처 그룹' (группa "Информационное сопротивление)의 콘스탄틴 마쇼베츠 대표를 인용, "집속탄은 방어에 더욱 효과적"이라며 "개활지나 경장갑차량 공격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마쇼베츠 대표는 그러나 "미국의 집속탄은 구 소련제 탄약보다 요새화된 위치, 참호 등을 공격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며 "러시아군의 방공시스템과 포대와 같은 비장갑 군사 장비를 파괴하는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동부지역에서 무력 분쟁이 발생한) 2014년부터 구소련산 집속탄을 사용해 왔다고 밝혔다. 
 

◇간과할 수 없는 접속탄의 위험 

우크라이나에 제공될 미국의 M864 집속탄/사진출처:위키피디아

문제는 민간인과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위험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M864포탄(1987년 첫 생산/편집자)은 당초 불발률이 6%로 평가됐으나 2020년에는 2.35%를 넘지 않는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스트라나.ua는 "집속탄 폭발로 넓은 지역에 흩뿌려지는 작은 폭탄들의 10%~40%는 불발탄"이라며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불발 폭탄 수천개 혹은 수만개가 우리 땅에 남는다"고 우려했다. 또 "전쟁이 끝난 뒤 귀향하는 민간인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앞으로 수십 년간 안전하게 농사 일에 종사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물론, 독일 등 미국의 주요 우방국들도 집속탄 지원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은 집속탄 제공으로 우크라이나 땅을 불발탄으로 가득 차게 만들 것"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비롯한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알렉세이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집속탄 사용의 불가피함을 강변했다. 그는 "집속탄이 러시아군에게 가능한 한 많은 손실을 안겨주고 영토를 수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그들에게 더 많은 손실을 입힐수록, 더 많은 우크라이나 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속탄 사용의 양면성'을 지적한 것인데, 그 과정에서 인도주의적 국제협약을 계속 엄격히 준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국의 집속탄/사진출처:wikipedia org

◇또다른 살상무기들
 

집속탄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가공할 살상무기는 열화우랴늄탄과 백린탄, 소이탄 등이 있다. 영국은 지난 4월 챌린저-2 전차(탱크)와 전차용 열화우라늄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미국도 에이브럼스 전차와 함께 열화우랴늄탄을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열화우라늄은 자연 상태의 우라늄에서 핵무기나 핵연료에 쓰일 핵분열물질을 추출한 후 남는 물질로, 포탄 등을 만들면 관통력이 매우 우수하다고 한다. 두꺼운 장갑을 두른 전차나 장갑차를 파괴하기 위해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만, 열화우라늄은 방사능이 비교적 약하지만, 매우 무거운 중금속이므로 화학적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양이나 지하수를 오염시킬 우려도 높다.

퇴역한 미 전함 미주리호에 실린 열화우랴늄탄/사진출처:위키피디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사용 영상이 공개된 백린탄도 무서운 살상 무기다. 인(P)의 동소체이자 맹독성이 있는 백린을 원료로 쓴 것으로, 불이 붙으면 엄청난 열과 섬광, 연기가 발생해 인체에 치명적이다. 인명 살상용 백린탄은 화염을 이용해 목표물을 파괴하는 '소이탄'의 일종이다. 주변을 불태우는 무기다.

그래서 민간인 거주 지역이나 민간인 밀집 시설에 대한 '소이탄'의 사용은 국제법상 금지돼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 등 거의 모든 국가들이 비준한 1949년 제네바 협약과 1980년 유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등에 소이탄 사용 금지 조항이 들어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해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가 백린탄과 테르밋 소이탄 등으로 민간시설을 공격해왔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당연히(?) 이를 부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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