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상트 공장 인수전에 불이 붙었다'는 현지 언론 보도 - 매각은 불가피?
'현대차 상트 공장 인수전에 불이 붙었다'는 현지 언론 보도 - 매각은 불가피?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8.1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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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주요 서방 자동차 기업들이 모두 러시아를 떠나고 마지막 남은 알짜배기 자동차 공장인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법인 이름은 Hyundai Motor Manufacturing Rus·HMMR)에 대한 인수 경쟁이 치열하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사진출처:유튜브

현지 온라인 매체 rbc는 11일 독일의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의 러시아 자산을 인수한 '아빌론 홀딩스'와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있는 자동차 조립회사 '아프토토르'가 현대 자동차 공장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현지 자동차 전문가 세르게이 부르가즐리예프는 "현대차 상트 공장은 모두 떠나고 마지막 남은 공장이기 때문에 인수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며 "앞으로 10~12일 안에 최종 결정될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누구에게 유리한 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분명한 것은 현대차 공장 역시, 시장 가격에 비해 크게 할인된 선에서 인수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까지도 외국 기업의 철수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만드는 조치들을 내놨다. 산업통상부 산하의 '외국인 투자 소위원회'는 기존에 알려진 △매각시 가격 인하 △시장 가격의 10% 국가 헌납 외에 최근에는 △기업 매각시 환매 옵션을 2년 이하로 하고 △인수자는 인수기업 주식의 최대 20%를 증권거래소에 내놓도록 하는 조건들을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외부관리에 편입된 프랑스 유제품 업체 다농/홍보 영상 캡처

또 러시아 철수를 공언한 뒤, 1년 6개월 가까이 매각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사업 규모만 줄여온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외부 관리'(внешнее управление)라는 사실상 '법정관리'를 통해 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프랑스의 유제품업체 다농과 덴마크 맥주브랜드 칼스버그가 지난달 중순 전격적으로 '외부관리'로 편입됐다. 

현지 언론에 거론된 '아빌론 홀딩스'와 아프로토르 중 누가 현대차를 인수할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현지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인포라인 분석'(Infoline-Аналитика)의 미하일 부르미스트로프 대표는 "폭스바겐의 칼루가 공장 등을 인수한 뒤 재가동 준비 중인 '아빌론 홀딩스'가 현대차 공장까지 인수하는 것이 산업 지원 측면에서 비논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폭스바겐 공장의 본격 가동은 올 연말께로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아빌론 홀딩스의 최고 관리자 그룹이 현대 자동차와의 매각 협상을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빌론 홀딩스는 자회사 '아트 파이낸스'(Art-Finance, Арт-Финанс»)를 앞세워 티구안과 폴로, 스코다 라피드 등을 조립해온 칼루가 공장 등 폭스바겐의 모든 러시아 자산을 인수한 바 있다. 

독일 폭스바겐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때 현대·기아차를 조립생산한 '아프토토르'도 현대차 공장 인수에 뛰어들었다. 아프토토르는 현재 칼리닌그라드 생산 시설에서 현대기아차 차량 대신 중국의 3개 자동차 브랜드 차량을 조립생산 중이다. 

아프토토르는 현대차 상트 공장을 정상화하는 야침찬 방안을 연방 정부에 제시했다고 한다. 이 회사 블라디미르 쉬체르바코프 대표는 한달 전에 칼리닌그라드 주지사를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현대차 상트 공장 인수및 재가동 계획을 담은 의향서를 보냈고, 푸틴 대통령은 이를 데니스 만투로프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검토를 지시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아프토토르는 현대차 상트 공장 정상화 계획안에서 생산 설비를 가스와 전기로 작동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플랫폼 등으로 현대화하고 가능한 한 빨리 자동차 생산을 재개하는 방안을 담았다고 한다. 또 (현대 모비스 등) 부품공장에서는 전기 모터와 기어 박스, 전자 장치 및 관련 부품을 생산, 공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칼리닌그라드 아프토토르 공장에서 기아차를 조립하던 모습/홈페이지 캡처

쉬체르바코프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이를 확인하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을 위해 지난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에너지 국영기업 '가스프롬'과 가스 자동차 개발을 위한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가스프롬 측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현대차 조립 공장과 부품 공장, GM 공장(현재 현대차 소유)이 있다"며 "이 시설을 이용해 가스(수소 가스/편집자)를 엔진 연료를 사용하는 특수 자동차(수소 자동차)의 공동 생산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계획은 논의 중이고, 연방 정부의 승인이 떨어져야 시작할 수 있다"며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여전히 현대처 소유라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아프토토르는 현대차 상트 공장에 대한 '외부 관리'를 겨냥한 듯한 느낌이다. 

현대차는 상트 공장에서 크레타와 솔라리스, 기아 리오 등을 연 20만대 이상 생산해 왔으며 인근에 현대 위아 엔진 공장등 부품 공장을 조성했다. 또 러시아 시장을 철수한 GM 상트 공장을 인수했다. 그러나 상트 주공장과 부품 공장은 작년 봄 가동을 중단했고, GM 공장은 생산 시설 교체 작업도 채 끝내지 못한 상태다.

현대차는 최근 상트공장에서 자동차 차체를 생산,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 모터스'에 납품하는 방법으로 일부 브랜드의 차량 조립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아스타나 모터스'가 지난 4월 현대차 상트 공장 인수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현대차 러시아 법인(Hyundai Motor Manufacturing Rus·HMMR)은 2022년 말 약 190억 루블의 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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