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파문의 러시아 피겨 발리예바, CAS 징계 절차에 - '여왕'에 오를 기회 주어질까?
도핑 파문의 러시아 피겨 발리예바, CAS 징계 절차에 - '여왕'에 오를 기회 주어질까?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9.26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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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신예' 카밀라 발리예바에 대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징계 청문회가 26일 스위스 로잔에서 시작된다. 발리예바는 온라인으로 이 청문회에 참여한다. 오는 28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것으로 예정돼 있으나, 29일 하루가 더 추가될 수도 있다.

스위스 로잔에 있는 CAS 본부/사진출처:위키피디아

러시아 스포츠 전문 매체 참피오나트(참피온)스포츠 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발리예바는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이번 사건을 심의할 위원(배석)으로 프랑스 변호사 마티예 매소네르(Матье Мезоннев, Mathieu Maisonneuve)를, 국제빙상연맹(ISU)과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미국 출신의 제프리 미쉬킨(Джеффри Мишкин)을 각각 지명했고, 제 3국(영국과 호주)를 대표하는 제임스 드레이크가 주심을 맡는다. 

발리예바는 또 과거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 사건을 담당한 적이 있는 영국 전문가 아서 그라함(Arthur Graham)을 법정 대리인(변호인)로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에는 베이징올림픽 도핑 파문 당시, 법률 지원을 맡았던 스위스 법무법인 'Schellenberg Wittmer Ltd'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CAS는 청문회 등 법적 절차에 따라 발리예바의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눈물을 훔치는 발리예바/사진출처:ROC 텔레그램 계정

첫 단계인 청문회는 비공개로 열린다. 미국 대표팀은 지난 8월 말 청문회에 참석을 요청하는 서한을 CAS측에 보냈으나, 기각됐다. 미국 측은 서한에서 "베이징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 부문의 메달 확정이 1년 반 넘게 중단되고 있다"며 "당시 3, 4위를 차지한 일본, 캐나다는 물론, 출전 국가팀에서 한 명씩 청문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CAS 측은 "심의 대상자가 미성년자이고, 각 당사자(WADA, RUSADA, IOC, ISU)가 공개에 반대한다"는 이유 등으로 미국의 요청을 기각했다. CAS 심의는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의 경우에도, 사건의 모든 당사자가 동의해야만 공개된다. 

◇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도핑 파문의 시작

이번 사건은 발리예바가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팀 동료들과 우승을 차지했으나, 시상식 직전에 공개된 2021년 12월의 도핑 검사 결과로 시작됐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21년 12월 러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채취한 그녀의 도핑 샘플에서 2014년부터 금지된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의 흔적이 검출된 것이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단체전 시상식을 무기한 연기했고, 발리예바는 우여곡절 끝에 출전 자격을 얻어 여자 싱글 경기에 나섰으나, 4위에 그쳤다. 당시 CAS는 긴급회의를 열고 "발리예바가 샘플 채취 당시 미성년자였으며, 유죄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녀의 싱글 대회 참가를 허용했다. 

이후 조사를 맡은 RUSADA의 징계위원회는 '발리예바가 비록 반도핑 규칙을 위반했으나, 과실이 없어 러시아 선수권 대회의 우승 자격만 박탈한다'는 징계 내용을 지난 4월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에 반발한 WADA와 ISU는 CAS에 항소했다.

베이징 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싱글에서는 러시아의 셰르바코바가 우승을 차지했다/사진출처:ROC 텔레그램 채널

◇ 양측의 주장 

WADA는 이번 청문회에서 발리예바의 선수 자격을 4년간 박탈하고, 샘플 채취일(2021년 12월 15일) 이후 모든 대회 성적을 실격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WADA의 요구가 CAS에 의해 받아들여지면, 우선 러시아의 베이징 올림픽 단체전 우승 자격이 박탈된다. 2위를 차지한 미국이 금메달, 3위 일본이 은메달, 4위 캐나다가 동메달을 획득한다.

발리예바는 또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포함한 향후 4년간 모든 대회에 출전이 금지된다.

러시아 매체 NEWS.ru와 스포츠 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발리예바 측은 올림픽 피겨 단체전 결과를 인정해 지금이라도 메달 수여식을 거행하고, 자신의 국제대회 출전 권리를 보장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발리예바는 또 RUSADA에 의해 박탈된 2021년 러시아 선수권 대회 금메달의 인정도 요구하고 있다. 

현지 스포츠 법률 전문가들은 "발리예바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예외적인 규칙이 적용될 수 있다"며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의 농도도 고려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발리예바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전과 올림픽 도중에 받은 도핑 검사의 결과는 음성이었다. 러시아 측은 “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조사한 모든 샘플이 깨끗하므로, 금지 약물의 영향으로 메달을 획득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할 게 분명하다.

발리예바/사진출처:ROC 텔레그램 채널

발리예바는 올림픽 당시에 열린 CAS 청문회에서 "도핑 위반은 고의가 아니었고, 할아버지의 심장 약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주장했다. 2021년 12월 도핑 검사 이후 모든 샘플이 음성으로 나온 만큼 이번 청문회에서도 같은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특히 "CAS는 심의 결과가 러시아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고려해 올림픽 메달 확정에 대한 결정을 별도로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AS는 "이번 결정이 최종적이고 구속력이 있다"며 "당사자들은 30일 이내에 스위스 연방 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 CAS 결정이 늦어진 이유는

진짜 궁금한 것은 도핑 스캔들이 불거진 지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이유다. 

NEWS.ru에 따르면 현지 스포츠 변호사 안나 안첼리오비치는 “CAS가 올림픽 메달 결정과 같은 중요한 사건의 경우, 당사자들이 긴급 청문회에 동의하지 않는 한, 보통 1년 이상을 끈다"며 "이번 사건도 CAS의 전례와 별로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CAS 측은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을 내릴 것이지만, 발표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2023년 말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CAS 측은 발리예바 청문회 일정을 발표하면서 “최종 결정이 언제 나올지 현 단계에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 발리예바의 근황은

도핑 스캔들 이후 올림픽 경기장에서 계속 눈물을 보였던 발리예바는 지난 1년 6개월간 어떻게 지냈을까?

발리예바를 포함한 러시아 빙상 선수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ISU의 제재 조치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발리예바는 계속 러시아 국내 피겨 스케이팅 대회와 다양한 아이스 쇼에 참가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녀는 베이징에서 돌아온 뒤 곧바로 훈련을 시작했고, 3월에는 '채널원 컵' 대회에, 4월에는 '피겨 스케이팅의 연인' 페스티벌(в фестивале «Влюбленные в фигурное катание»)과 '참피온 온 아이스' 쇼(в шоу «Чемпионы на льду»)에 참가했다. 또 그해 12월에는 러시아 선수권 대회에 나가 은메달을 땄다.

올해 들어서는 공개석상에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지난 4월에는 NEWS.ru의 인터뷰에 응했다.

발리예바의 NEWS.ru 인터뷰 장면/사진출처:NEWS.ru

발리예바는 인터뷰에서 “올림픽 프리스케이팅 장면을 세 번이나 봤다"며 "스스로 강한 여자인 줄 알았는데, 프리스케이팅에 들어가기 전까지 너무 힘들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 "올림픽 구내식당에서 마주친 몇몇 선수들이 매우 이상한 표정을 짓고 돌아서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수많은 카메라를 보고, 맙소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정을 되찾았다고 했다.

또 '투트베리제 코치와의 이상한(?) 관계에 대해서도 "베이징 올림픽 이후 더 긴밀하게 소통하기 시작했다"며 “전에는 더 많은 훈련, 훈련, 훈련이었는데, 이제는 그녀로부터 삶과 인생에 관해 다양한 경험담을 듣고 있으며,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녀는 끝으로 “이번 시즌이 기대된다"며 "쇼트 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도 익혔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피겨 여제' 투트베리제 코치가 베이징 올림픽 출전선수들과 함께 한 모습/인스타그램 

그녀는 지난 8월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연맹(FFKKR)이 발표한 프리시즌 스케이팅 대회 참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 9월 16~17일 모스크바 메가스포츠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현지 스포츠 매체 스포츠.ru에 따르면 러시아의 유명 피겨선수 출신인 알렉산드라 스테파노바는 그녀의 프로그램을 지켜본 뒤 “발리예바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며 “은반 위에서 모든 기량을 보여줄 만큼 심리적으로 안정됐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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