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지 합병 1년) 9.10 지방선거로 합법적 권력 체제 구축, 실효지배의 속도 높인다
점령지 합병 1년) 9.10 지방선거로 합법적 권력 체제 구축, 실효지배의 속도 높인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0.0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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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9월 30일) 모스크바 등 주요 도시에서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가족, 하나의 러시아!'(Одна страна, одна семья, одна Россия!)라는 콘서트가 열렸다. 우크라이나 점령 4개 지역(도네츠크, 루간스크, 자포로제, 헤르손주)의 러시아 연방 편입(합병)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세워진 대형 무대에는 이날 유명 가수들과 공연 단체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러시아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니콜라이 바스코프(Николай Басков)와 라리사 돌리나(Лариса Долина), 드미트리 페프초프(Дмитрий Певцов), 블라디미르 마시코프(Владимир Машков), 인기 가수 올레그 가즈마노프(Олег Газманов), 스타스 피에하(Стас Пьеха), 알렉산드르 마르샬(Александр Маршал), 자라(Зара), 나데즈다 밥키나(Надежда Бабкина), 데니스 마디다노프(Денис Майданов), '그룹' 루키 브베르흐(Руки вверх) 등이 무대에 올랐고, 모스크바 무용극장 '그젤'(Московский театр танца "Гжель")과 쿠반 코사크 합창단(Кубанский казачий хор) 등이 화려한 춤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무대를 빛냈다. 콘서트의 피날레는 가수 '샤먼'(SHAMAN)이 '모이 보이'(Мой бой)로 장식했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우크라 점령지 합병 1주년 축하 콘서트/현지 매체 영상 캡처

러시아가 9월 30일을 '통일의 날'로 정하고, 이날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이면에서는 점령지역에 대한 실효 지배를 더욱 착실하게 굳혀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6월 시작한 반격작전을 통해 점령지역을 해방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지만, 현실과는 너무나 멀어보인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러시아의 점령지 실효지배는 크게 주민들의 자부심 고양과 러시아 본토와의 인프라 확충, 주민들의 러시아화 작업으로 진행된다. 

러시아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9월 30일 합병 1주년 축하 메시지를 통해 "(합병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힘들게 얻은 진정한 주민들의 결정"이라며 돈바스 지역(도네크츠와 루간스크주)과 헤르손, 자포로제주의 수백만 주민이 조국(러시아)과 함께하기로 선택한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더욱 강해졌다"고 치하했다.

점령 4개 지역은 지난해 9월 닷새간의 주민투표에서 확인한 87~99%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러시아 연방 편입이 결정됐고, 뒤이어 30일 크렘린에서 '합병 조약'이 체결됐다. 러시아 연방을 구성하는 21개 공화국과 6개 연방 직할구, 2개 연방 직할시(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49개주, 1개 자치주, 10개 자치구 등 기존 89개의 연방 주체에 4개 지역이 추가된 것이다.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 점령지 4개 지역 대표들과 '합병 조약'을 체결한 뒤 만세를 부르는 모습

합병 1주년이 지난 지금, 점령지역 주민들은 서서이 합병의 효과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러시아군 입대 영장이다. 이전 같으면 우크라이나군이든, DPR(도네츠크인민공화국). LPR(루간스크인민공화국)군 입대 영장이 나올 터인데, 10월 1일부터는 러시아군 입대 영장을 받게 된다. 점령지 주민들에게도 러시아의 병역 의무가 부과된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대통령령에 따라 10월 1일부터 가을철(하반기) 신병 군입대를 시작한다. 13만 명이 징집될 예정이다. 지난해와 다른 점은 점령지 4개 지역 장정들도 입대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 정확히 어느 정도 규모로 징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 

점령 4개 지역에서 러시아 여권을 받은 주민은 약 320만명으로 파악됐다. 2024년 1월 1일 기준, 러시아 연방 의료보험 예산(초안)에 포함된 도네츠크, 루간스크, 자포로제, 헤르손주 주민의 수로 산정한 숫자다. 다만, 러시아 내무부가 지난 9월 12일까지 4개 지역에서 발급한 여권수가 282만 여명이어서, 올 연말까지 40만명에게 여권을 추가 발급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 도네츠크, 루간스크, 자포로제, 헤르손 4개주 주민은 대략 880만명으로 집계됐다. 4개주의 일부 지역은 아직 우크라이나 정부 통제하에 남아 있고, 러시아군의 진입과 함께 떠난 우크라이나계 주민들도 적지 않아, 점령 4개 지역 주민수는 최대 330만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여권 발급/사진출처:스트라나.ua

러시아는 또 실효지배의 근간이 될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러시아 본토에서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을 거쳐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육상 통로'를 최우선적으로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철도 신설과 도로 확충이 핵심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에서 자포로제와 도네츠크를 거쳐 로스토프를 이어지는 철도를 새로 건설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의 최대 격전지였던 아조프(아조우)해 항구 마리우폴에서 볼로바하를 거쳐 도네츠크주의 주도 도네츠크로 이어지는 노선도 계획속에 들어 있다.

러시아는 또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마리우폴까지 새로운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중이다.

러시아의 새 도로(빨간색)는 기존 도로(파란색)와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건설된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점령 지역의 권력 체계는 9·10 지방선거로 거의 완비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의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된 지방선거 결과, 러시아 집권 '통합러시아당'이 점령 4개 지역에서 압승을 거뒀다. 돈바스 지역(DPR과 LPR)에서는 기존의 '인민 의회'가 새 인물들로 바뀌었고, 자포로제와 헤르손 주에서는 '입법 의회'가 처음 구성됐다. 그리고 각 의회에서는 간접 선거로 지방 수장(지자체 단체장)을 선출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에서는 9월 24일 데니스 푸실린과 레오니드 파세치니크가 각각 정부 수반으로 선출됐다. 또 블라디미르 살도는 헤르손 입법 의회에서, 예브게니 발리츠키는 자포로제 입법의회에서 각각 정부 대표로 뽑혔다. 이로써 합법적인 지자체 권력체계가 갖춰진 셈이다.

새 지방 수반들은 러시아 연방 법률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푸실린 도네츠크주 수반이 가장 먼저 나서 야간 통행금지와 통신 검열, 집회 금지 등을 도입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도네츠크주에서는 푸실린 수반의 명령에 따라 9월 24일부터 야간 통행금지와 통신 검열, 집회 금지 등이 실시되고 있다. 주민은 평일(월∼금요일) 오후 11시부터 오전 4시까지 통행이 금지되고, 우편물과 인터넷 대화, 전화 통화에 대한 보안 검열도 연방 보안국(FSB)와 지역 정보부, 통신부처에 의해 이뤄진다. 또 군 작전본부가 허가하지 않은 집회나 시위 등 대규모 행사도 금지됐다. 

이같은 조치는 이 지역에 계엄령을 도입한 러시아 연방 대통령령과 계엄령에 관한 연방법에 따른 것이라고 도네츠크 당국은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러시아의 실효지배를 공고히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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