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네프르강 철수' 국방부 가짜 정보에 속은 러시아 관영 통신사들의 수모
'드네프르강 철수' 국방부 가짜 정보에 속은 러시아 관영 통신사들의 수모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1.14 0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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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소련)를 대표해온 양대 관영(국영) 통신사인 '타스(ТАСС) 통신'과 '리아 노보스티(노보스티의 후신, РИА Новости) 통신'이 러시아 국방부를 사칭한 가짜 정보에 속아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재편성(철수)를 보도했다가 취소하는 창피를 당했다.

온라인 매체 rbc 등 러시아 언론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타스와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13일 아침(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이 도하작전을 펴고 있는) 드네프로강 동쪽에서 전술적으로 더 유리한 위치로 옮긴다"고 긴급 타전했다가 약 15분 뒤 해당 보도를 취소했다. '더 유리한 위치로 옮긴다'는 말은 현 위치에서의 철수를 뜻한다.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추가 속보를 통해 "부대를 재편성한 뒤 일부 병력을 다른 방향 공격(전선)으로 옮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양 통신사는 첫 기사를 타전한지 약 15분 뒤 해당 보도를 취소한다며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우크라이나군 드네프르강 도하작전 진격로(점선). 위쪽이 드네프르강 서쪽인 우크라이나군 장악지역, 아래쪽이 드네프르강 동쪽/사진출처: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군의 드네프르강 도하작전/사진출처:우크라 합참 페북

러시아 국방부는 rbc 측에 "누군가가 국방부 프레스 센터(우리 식으로는 공보관 혹은 대변인실)를 사칭해 가짜 정보를 보냈다"며 "이것은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는 "가짜 정보가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 국방부의 가짜 계정에서 전송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헤르손 지역의 도네프르강 동쪽에서 적군(러시아군)의 철수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동시에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군대의 오판을 유도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흘렸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러-우크라 군은 헤르손 지역을 관통하는 드네프르강을 사이에 두고 각각 동쪽(러시아군)과 서쪽(우크라군) 지역을 장악한 채 대치 중이다. 개전 초기 드네프르 강을 건너 헤르손주(州)의 주도 헤르손시(市)를 점령했던 러시아군은 드네프르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파괴 등 우크라이나군의 물류 차단 작전에 밀려 지난해 11월 전격적으로 드네프르강 동쪽으로 후퇴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드네프르강를 건너 서쪽에서 동쪽으로 철수하는 러시아군/캡처 

스트라나.ua는 "가짜 뉴스의 등장은 그 자체로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며 드네프르강 주변 지역의 전황을 이같이 분석했다. 

우선, 헤르손 지역에서 (전술적으로) 더 유리한 위치로 러시아군 이동(철수)에 대한 메시지가 처음부터 이상했다. 강 자체가 상대 공격에 대한 자연적인 요새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이 곳보다 더 유리한 위치는 없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군이 사실상 철수를 고려할 만큼,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도 거세지 않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도하작전을 통해 러시아군이 장악한 드네프르강 동쪽에 교두보 2곳을 겨우 확보한 상태다. 우크라이나군은 계속 교두보의 확대를 시도하고 있으나, 러시아군이 헤르손 일대에 공습·폭격에 나서면서 탄약 보충마저 어려운 지경이라고 한다. 러시아군이 유리한 곳으로 이동할(철수) 만한 실제적 위협이 없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군사 분석가인 콘스탄틴 마쇼베츠는 "러시아 측은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도하작전을 막고 있다"며 "제 70기계화보병사단의 주력과 제 7공수여단을 예비 병력으로 제 2선에 배치해둔 상태"라고 주장했다. 최전선에 있는 러시아군이 움직일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불꽃이 번지는 드네프르강 인근 지역/텔레그램 영상 캡처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은 이 곳의 전투에 대해 매우 드물게 언급한다"며 "지난 몇달간 이 지역 전황 보고는 주로 '친(親) 프리고진' 텔레그램 채널에 의해 이뤄졌으며, 비관적 전망이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이 지역을 담당해온 올레그 마카레비치 러시아군 사령관이 태플린스키 공수부대 사령관으로 교체됐다고 했다. 테플린스키 사령관은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게라시모프 러시아 총참모장 라인에 반대하는 친 프리고진, 친 수로비킨 전 통합군 사령관 라인으로 간주된다. 

이번 오보 소동도 결국, 헤르손 지역의 전황을 이용하려는 측에 의해 저질러진, 러시아군 내부의 정치 투쟁으로 보인다고 스트라나.ua는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번 소동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우리 군의 특권으로, 군만이 논평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대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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