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결산) 우크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외신 기사들이 쏟아지는 까닭?
2023년 결산) 우크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외신 기사들이 쏟아지는 까닭?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2.0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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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결산하고 마감하는 12월로 접어들자 서방 외신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난 1년을 돌아보는 기사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우크라이나군의 선전, 혹은 격려하는 논조가 사라졌다는 것.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됐다. 지난해 가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이 큰 성과로 이어지면서 2022년 한해를 '우크라이나의 승리 가능성'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면, 올해는 기대했던 여름철 대반격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팔레스타인 하마스-이스라엘 충돌과 전쟁 피로감 등으로 미국과 유럽의 대(對) 우크라 군사 지원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 독일 슈피겔 '끝없는 전쟁'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최신호에서 '끝없는 전쟁, 우크라이나 용기와 절망 사이'라는 기사를 '커버 스토리'(표지)로 올렸다.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 최신호/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슈피겔은 "전쟁의 두 번째 겨울이 다가오면서 전황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은 '헛된 것'이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전쟁은 (제 1차 세계대전과 같은) 진지전(참호전)으로 변했고,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은 공개적으로 '교착 상태'로 규정했다"고 전했다. 또 "이제는 큰 피해를 감수해야만 러-우크라 양측이 최전선을 약간 이동할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주간지에 따르면 군사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사실을 이제는 대중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이 전쟁은 군사적인 수단으로 빨리 끝날 수 없고,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지속될 것이다. 

기자들이 최전선 부근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러시아와의 협상에 반대하면서도, 지쳐서 더 이상 싸우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우리 부대는 마을 노인들(?)로 구성돼 있다. 26세 미만의 젊은이들은 군대에 징집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누구도 평화협상을 원하지 않는다! 이 순간, 모두가 말한다. 나는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나설 차례다”라고 우크라이나 병사 이반이 말했다. 

참전용사이자 인프라부 차관 무스타파 나이엠의 동생인 마시 나이엠의 발언도 실렸다. "우리는 1년 안에도, 2년 안에도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놀라겠지만, 5년 안에 우리는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그가 지난 9월 서방측 대표들과 만났을 때 한 이야기다.

슈피겔은 또 "전쟁의 장기화로 우크라이나에서는 권위주의적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몇몇 도시 시장들의 해임을 실례로 들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의 일일 연설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정치는 일종의 '1인 쇼'로 변질됐다”고 썼다.

◇ 영국 이코노미스트 "푸틴이 승리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지도부에게 불편한 기사를 잇따라 쓴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술 더 떴다. 아예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처음으로 이길 가능성이 보인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 웹페이지. '푸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현재로서는' 캡처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서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쟁이 더 이상 '영토 점령'의 문제가 아닌 '인내심의 차원'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이란·북한 등으로부터 부족한 무기를 채우고,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국가)를 '반미 전선'으로 끌어들여 '우크라이나가 유럽식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서방 측의 확신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잡지는 "전쟁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전황이 한 국가의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게) 밀린다면, 키예프(키이우)에서는 반전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서방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돈과 무기를 보내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여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어도 2024년에는 러시아가 전투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서방 측이 푸틴 대통령을 꺾을 의지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제재 조치로 러시아의 산업과 재정을 조일 수 있지만, 안일하게 대처하고 전략마저 부족해 판세가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내부는 뒤숭숭하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이 갈등을 빚고,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입지는 약화되고 있다. 국제 사회가 느끼는 전쟁의 피로감도 우크라이나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서방 측은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가 확고하다고 계속 주장하지만, 미국의 내년 대선이 최대 변수다. 

◇ 우크라에선 '반격 실패의 상호 비난전'

앞서 이코노미스트는 또다른 기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총참모장 간의 갈등은 여름철 반격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관리는 이코노미스트 측에 "잘루즈니 장군이 대통령의 공식 입장에 반대되는 말을 함으로써, 현명하지 못하게 처신했을 수는 있지만, 정부 내에서는 그의 냉철한 결론에 흠을 잡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군총참모장/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이 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는 반격 실패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지에 대한 '비난 게임'이 진행중이다. 정치인들은 '군장성들이 소련에서 교육받은 바보들'이라고 비판하고, 군지휘관들은 '정치인들이 방해만 한다'고 반박한다. 여름철 반격이 성공했다면, 서로 자기 몫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교착 상태에 빠지니,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꼬집었다. 

젤렌스키-잘루즈니 갈등의 또 다른 요인은, 잘루즈니 군총참모장이 증인으로 나서야 하는, 개전 초기의 우크라이나 남부 방어 실패에 대한 형사 사건이다. 이 사건은 앞으로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1월 중순 기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신뢰한다'와 '신뢰하지 않는다' 간의 격차가 +32%로 떨어진 반면, 잘루즈니 총참모장은 무려 +70%에 달한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군정보국의 키릴 부다노프 국장도 +45%로, 대통령보다 높다고 했다.

◇ 미 폴리티코 '역할론 순위 4위에 오른 대통령 실장'

우크라이나를 더욱 힘빠지게 하는 것은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올 한해) 역할을 한 인물'(doers) 선정이다. 

폴리티코 선정 '역할을 한 인물' 순위, 2위는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3위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5위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다. 1위는?/캡처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폴리티코는 안드레이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을 '역할을 한 인물' 4위로 선정하면서 '키예프의 녹색 추기경'이라고 불렀다. 이 매체는 "국가 원수가 아닌 인물이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을 제치고 순위에 오른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라고 평했다. 

문제는 그를 순위로 끌어올린 역할의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됐다는 점이다. 예르마크 실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신해 '더러운 일'을 처리했고, 그의 주변 인물들도 부패 혐의에 연루됐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예르마크 실장이 '젤렌스키 전쟁 내각'의 핵심 인물로 과도할 정도로 권력을 휘둘렀다"며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뒤 대통령의 손과 국제적 이미지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할 일을 다했다"고 밝혔다. 

'드리머 1위' 젤렌스키 대통령/캡처

폴리티코는 또 젤렌스키 대통령을 '올해의 드리머(몽상가?) 1위'로 올리면서 "TV 프로그램에서 대통령을 연기한 뒤 실제로 대통령직에 오른 그에게 2024년은 힘든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이스라엘 충돌로 국제사회가 들끓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지난 2년간의 전투로 지쳐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짚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서방 국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태도에서 이제는 그들을 가르치려고 들고, 과거 만큼 성공적이지도 않았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또 지난 2019년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한번만 하겠다'고 맹세했지만, 최근에는 '전쟁 중 대선 실시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한번 더 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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