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결산) 서방의 지원없이 우크라이나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 '패배' 단어 등장
연말결산) 서방의 지원없이 우크라이나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 '패배' 단어 등장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2.17 05:4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언론에서 '우크라이나 패배'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몇개월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객관적인 전황이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전략적으로 우크라이나 편을 들었던 서방 외신들이 '패배'라는 용어를 쓰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우크라이나가 코너로 몰리는 모양새다.

2003년 발발한 이라크 전쟁에서 '전쟁 보도'의 신기원(新紀元)을 열었다는 미 CNN 방송은 15일 미국과 유럽 정부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의 지연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앞으로 받을 수 밖에 없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내년 여름께 우크라이나가 패배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과 나토(NATO)의 무제한(?) 지원없이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서방 정보기관들이 분석 중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이같은 보도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개시와 동시에 쏟아져 나온 서방의 주요 군사 전문가들의 예측(주로 3일에서 한달내 키예프 함락/편집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의 군사 지원을 받아 러시아군과 21개월 이상 싸운 경험과 전황,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현장 중심의 분석'이기 때문이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CNN측에 “우리(서방)가 있어도 성공(승리)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우리가 없으면 확실히 실패(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직 미 해군 제독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현 록펠러 재단 이사장)는 전날(14일) "서방이 제공하는 지원이 줄어들면, 우크라이나군은 1년 정도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미 워싱턴 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의 진짜 위험은 전선의 교착 상태가 아니라 키예프(키이우)의 패배'라는 칼럼(칼럼리스트 '리 혹스테데르'·Ли Хокстедер)을 싣기도 했다. 

◇ 우크라이나 최악의 시나리오

주목되는 것은,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익명으로 전한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對)우크라 지원이 끊어지거나 지연되는 경우, 내년 여름께 우크라이나가 손을 들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멕시코 국경 강화'라는 정치적 쟁점에 발목이 잡혀 있고, EU는 친러시아 헝가리의 '몽니'에 막혀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언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 있는 자금은 이제 10억 달러 남짓 남았다"며 "(의회에서 승인된) 예산의 96%는 이미 지출했고, 남은 4%를 12월 말까지 키예프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가 추가 지원 예산을 확정하지 않는다면, 미 행정부에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자금이 없다는 것이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키예프 방문(11월 20일)시 1억 달러,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1억7,500만 달러(12월 6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12월 12일)시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2억달러 등 미국의 대우크라 추가 원조가 1억, 2억 달러로 조각조각 난 것은 바로 재원 부족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20일 키예프를 방문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우크라이나군도 서방의 지원 중단 혹은 축소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게 CNN 보도다. 일부 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탄약 배급제'에 들어갔으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보다 5∼7배 더 강력한 포 사격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독일 일간지 빌트는 아예 "우크라이나군이 공격도, 방어도 모두 포기하고 보이는 대로 러시아군을 죽이라는 새로운 명령을 받았다"고 15일 보도했다. '아군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많은 적(러시아군)을 제거하는 새로운 작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서방의 한 군사고문은 빌트지에 “우리가 개략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전투를 통한 우크라이나군의 통제된 후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서방의 원조마저 끊긴다면, 우크라이나군은 곧바로 핵심 전력의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CNN은 "장거리 미사일을 시작으로 방공망용 지대공 미사일과 포병용 탄약, 자벨린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과 스팅어 대공 미사일 등이 급격히 고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군은 그동안 영국의 장거리 미사일 '스톰섀도' 등으로 한 때 흑해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했던 러시아 흑해함대를 수백㎞ 바깥으로 밀어냈고, 서방의 방공 미사일 등으로 러시아의 공습을 막아내곤 했다.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를 장착한 영국 전투기의 모습/사진출처:위키피디아

◇ "지난 1주일은 젤렌스키에게 끔찍"

우크라이나에게 절망적인 사태 진전은 지난 1주일 사이에 급격하게 이뤄졌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CNN은 16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12월 3주차(11~16일)는 끔찍한 한 주였다"며 "최전선 상황은 암울하고, 외교적 성과도 기대 이하"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선에서 계속 러시아군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14일 기자회견겸 국민과의 대화에서 "아주 보수적으로 말하더라도, 러시아군이 전 전선에서 전술적 위치를 개선(반격)하고 있다"며 "드네프르강 동안(東岸)의 우크라이나 정예군도 괴멸 직전에 있다"고 주장했다. CNN도 "우크라이나군이 드네프르강 동쪽에 작은 교두보를 확보했지만, 손실이 크고 보급로도 불안정하다"며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외교정책 측면에서는 우크라이나가 EU 가입 협상에서 '상징적인 승리'를 선언했으나, 실제 EU 회원국이 되려면 전쟁이 끝나고, 우크라이나가 생존 가능한 국가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CNN은 지적했다. 전쟁에 질 경우, 그 가능성은 사라진다는 뜻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여행도 사실상 실패했다. "워싱턴이 내년 초에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안을 확정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은 뒤일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미 백악관은 지난 10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614억 달러 규모의 군사지원 등이 포함된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멕시코 국경 강화'를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계류돼 있다. CNN은 "키예프 지원을 막고 있는 의회의 상황은 '미국 외교 정책의 실패'이며, 그 결과는 앞으로 수십 년내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공화당으로부터 '대승적인 양보'를 얻어내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존슨 미 하원의장과 만난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EU도 15일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 유로(약 71조원) 상당의 예산 지원을 확정하는데 실패했다. 논의는 내년 2월 이후로 늦춰졌다. 

◇ 자신감에 찬 러시아군 행보

상대적으로(아니, 객관적으로도)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 러시아의 향후 전략은 어떻게 될까?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독일 빌트는 14일 러시아는 2026년까지 우크라이나의 하르코프(하르키우)와 드네프르, 자포로제를 점령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방의 대우크라 지원 감소를 기대하는 러시아는 평화협상이 개시되더라도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을 완전히 장악할 태세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년 10만명의 병력을 잃을 각오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2년여에 걸친 휴전 협상 기간에도 각 전선에서 수많은 공방전이 벌어진 것을 감안하면, 러시아가 공세를 중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2024년 말까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 대한 통제권을 확립하고, 하르코프 지역의 오스콜강에 도달한 뒤 서진을 계속해 2026년 말까지 하르코프, 드네프르, 자포로제를 점령한다는 것이다. 반면, 남부 헤르손 전선에서는 드네프르강을 따라 방어선을 유지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는 드네프르강 동쪽 지역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또 푸틴 대통령이 14일 기자회견에서 '오데사는 러시아 땅'으로 지칭한 만큼, 흑해 최대 항구도시인 오데사를 점령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러시아군 탱크/텔레그램 영상 캡처 

그러나 키릴 부다노프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장은 "모스크바는 2025년에도 전쟁을 벌일 계획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쟁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의 예측은 미 백악관이 비공식 회의를 통해 2025년 초까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로 한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 

또 푸틴 대통령의 14일 기자회견 메시지 중 하나가 서방과 포괄적인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과도 일맥상통한다. 미 카네기 재단의 러시아 전문가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재단 웹사이트에 “푸틴은 서방 측이 자신들의 정책을 재고하고, 포괄적인 대화의 물꼬를 찾도록 기다리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녀는 "러시아 지도부의 판단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은 실패했고 서방은 점점 더 주저하고 내부 분열에 빠졌다는 것"이라며 “푸틴은 서방 측에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항복과 우호적인 정권(탈나치화) 수립,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의 러시아 편입 등을 제시하며, 서방 측이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와 서방 측 군사 장비를 계속 파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겸 국민과의 대화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그러나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 소통관은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 제안에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 군대가 철수한 후에만 가능하다"고 접촉 자체를 거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윤철 2023-12-18 10:05:52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2억 달러 등? 뭔가 이상해 보이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