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최대 이통사 키예프스타 해킹 사건의 배후는? 1주일만에 통신 정상화
우크라 최대 이통사 키예프스타 해킹 사건의 배후는? 1주일만에 통신 정상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2.19 0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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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최대 이동통신사 '키예프(키이우)스타'는 18일 문자서비스 기능을 되살렸다고 밝혔다. 12일 해커의 집중 공격을 받아 통신 서비스를 중단한 지 거의 엿새만이다. 물론 그 사이에 모바일 인터넷(15일), 음성 서비스(17일) 등 주요 기능을 차례로 복구해 왔다. 유선 통신망은 당일(12일) 밤과 이튿날 새벽 대부분 정상화됐다. 

키예프스타는 우크라이나 인구의 절반이 넘는 약 2천430만명을 모바일 서비스 가입자로 둔 이통사다. 가정용 인터넷 가입자도 110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키예프스타/사진출처:mediasat.info
문자 메시지 기능/사진출처:blog.neotel.com.br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키예프스타는 18일 이동통신 정상화의 마지막 단계로 문자메세지(SMS) 전송 서비스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모바일 인터넷은 해킹 전과 달리 속도가 느리고, 모바일 데이터 전송도 불안정하며, 수도 키예프(키이우) 일부 지역에서는 홈 인터넷 접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통사 측은 "서비스의 부분적인 장애는 통신 보안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키예프스타가 대규모 해킹 공격을 당한 것은 지난 12일이다. 
키예프스타는 이날 "강력한 해킹 공격으로 모바일 통신과 인터넷 접속 등 모든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라며 "문제를 해결하고 통신망을 최대한 빨리 복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키예프스타의 해킹 피해를 알리는 코마로프 CEO 

이 회사의 알렉산드르 코마로프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방송에 나와 "전쟁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며 해킹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해커들은 키예프스타 직원 중 한 명의 계정을 통해 네트워크의 주요 제어 센터뿐만 아니라 각 중계국이 운영하는 주 노드(통신망의 분기점, 혹은 단말기 접속점/편집자)인 대중교통 기지국의 구성을 삭제했다고 코마로프 CEO는 밝혔다. 

업체 측은 해킹에 의해 특수 프로그램으로 보호되는 '가상 시스템'이 파괴되자, 원격으로 전체 시스템에 액세스할 수 없어 긴급 보안 대응을 위해 일부 네트워크의 연결을 물리적으로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키예프스타의 IT 인프라가 부분적으로 파괴되면서 그만큼 복구가 늦어졌다는 뜻이다.

키예프스타가 먹통이 되면서 프리바트방크(Приватбанк) 등 일부 은행들의 결제 단말기 및 ATM기 작동이 부분적으로 멈췄고, 북부 수미 지역에서는 공습 경보 시스템도 작동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측은 러시아 (정보기관) 측의 소행에 혐의를 두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긴급 통신망 복구작업에 들어간 키예프스타는 15일 대부분의 지역에서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정상화했다.

키예프스타 홈페이지/캡처

현지 언론의 관심을 끈 것은 이번 해킹 사건의 배후다. 키예프스타와 SBU는 당연히(?) 러시아(정보기관)의 짓이라고 단정했지만, 현지에서는 다른 버전이 돌고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 소셜 네트워크(SNS)에는 이번 해커 공격이 우크라이나 당국의 특정 의도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돌고 있다. 오랫동안 소문으로 돌았던 키예프스타 국유화설이다. 

키예프스타는 공식적으로 'VEON'이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 올리가르히 미하일 프리드만이 'VEON'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것. 우크라이나 당국은 프리드만을 '전쟁 후원자 명단'에 올려 이미 제재를 가했으며, 그의 영향권 하에 있는 '센스-방크'(Сенс-банк, 구 알파뱅크 우크라이나)를 국유화했다. 또 프리드만과 그의 사업 파트너와 연결된 미네랄워터(광천수) 생산업체인 '미르고로드스카야'(Миргородская)와 모르쉰스카야(Моршинская) 등 9개 업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하마스-이스라엘 충돌로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온 미하일 프리드만/사진출처:yaplakal.com

이후 우크라이나 당국이 키예프스타를 국유화할 계획이라는 비공식 정보가 현지 언론에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키예프시의 셰브첸코프스키 지방법원은 지난 10월 키예프스타의 주식을 프리드만의 소유라는 이유로 압류하기도 했다.

위기를 느낀 키예프스타는 11월 이사회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오를 이사로 영입했다. 그럼에도 키예프스타를 국유화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계속 돌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터진 키예프스타의 대형 해킹 사건은 단순한 외부 해커 공격이 아닐 수도 있다는 버전이 확산되고 있다. "아무도 나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또 '국유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우크라이나 당국에 미리 경고를 하듯이 대규모 해킹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스트라나.ua는 그러나 "이 버전에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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