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에 맞불놓은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의 연말 기자회견 내용을 보니..
푸틴 대통령에 맞불놓은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의 연말 기자회견 내용을 보니..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2.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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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 최전선의 병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최고라다(의회)가 추진중인 '여성 동원' 방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말 기자회견을 갖고 우크라이나군 지휘부의 최대 50만명 동원 요청에 대한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확산된 발레리 잘루즈니 군총참모장(합참의장 격) 등 군부와의 갈등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에 관한 질문에는 답변을 모호하게 하거나 피해갔다는 평이다.

그의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14일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겸 국민과의 대화에 대한 '맞불' 성격을 띤 것으로 보인다. 2시간 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은 보안상의 이유로 장소와 시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말 기자회견 장면/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다음은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 등을 참고로 한 기자회견 내용이다.

◇ 동원 문제

의회가 마련중인 동원 관련 법안에 여성 (동원안)도 포함된다면 서명하지 않겠지만, (남성들의) 동원 연령을 27세에서 25세로 낮추는 안에는 찬성할 수 있다. 군부 추가로 45만, 50만명을 동원하자고 한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로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 먼저, 오랫동안 최전선에 배치된 병사들의 교체, 순환근무 방식이나 기존에 동원된 인력에 대한 동원 해제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또 군이 원하는 대로 인력을 동원하려면, 5,000억 흐리브냐가 추가로 필요하다. 현재 군인 1명당 국민 6명의 세금이 투여된다고 보면 되는데, 50만 명을 동원하려면 50만x6, 즉 300만 명의 납세자를 더 찾아내야 한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토론이 더 필요하다.

스트라나.ua는 "강제적이고 폭력적인 현재의 동원 방식은 사회에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성 동원 제안을 대놓고 거부하고, 군이 요구한 동원 규모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추가 동원의 부정적인 면(여론)을 해소하려고 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군의 요구대로 대규모 동원을 하게 되면, 당연히 비용도 많이 들고, 최전선에서 인명 손실도 클텐데, 이를 감당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대통령이 어떻게 전쟁을 계속하려고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면서 "그렇다면 최소한의 병력으로 방어작전에 나서든지, 러시아와 협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잘루즈니 총참모장과의 갈등설. 

스트라나.ua는 "기자들이 대통령과 총참모장과의 갈등설에 대해 여러 각도로 질의를 계속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떤 것도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통령은 “왜 이 문제를 계속 파헤치고, 자가발전(自家發電)하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회견 중 두어차례 군부를 질책했다.

"추가 동원에 수반되는 부대의 순환 근무 보고 자료에서 정당성을 찾을 수 없었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문제도 우리(우크라이나) 군부가 구체적인 군사적 방안들을 제시하지 않아 진행이 더디다. 공은 지금 우리에게 넘어와 있다. 군총참모장과 휘하 지휘관들로부터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스트라나.ua는 "대통령은 기자회견 내내 군참모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갈등 자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며 "'여름철 반격의 실패후 군 최고 지휘부에 책임을 물을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대통령은 애써 무시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총참모장 사이에 비구름(갈등)이 없었다면 대통령은 '군지휘부를 바꾸지 않겠다'거나, '현 지휘부를 좀 더 긍정적인 방식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을 것이라는 게 이 매체의 결론이다.

스트라나.ua는 "기자 회견에서 두 사람(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군총참모장) 사이에 갈등이 있음을 확인했으나, 대통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잘루즈니 총참모장과 공개적으로 충돌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은 현재의 불리한 전황과 동원 문제 등을 군부에게 돌려 군 최고지휘부가 책임지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고 전했다.

집권여당 '인민의 종' 마구아나 베주글라야 의원이 잘루즈니 총참모장을 비판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 네트워크에 일일이 대응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나는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지 않는다. 소모적이고 쓸모없는 대화를 할 만한 시간이 없다. 베주글라야 의원등 일부 인사들은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을 좋아한다. 앞으로 우리(대통령과 측근들)에게도 매일매일 업무를 보면서 셀카를 찍을 시간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집권여당 소속 의원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잘루즈니 총참모장의 사진/사진출처: 페이스북

스트라나.ua는 "셀카 대목은 잘루즈니 총참모장이 셀카를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암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제의 셀카는 잘루즈니 총참모장이 국방부 산하 공공반부패위원회 다나 야로바야 위원과 함께 찍은 것으로, 페이스북에 게재되자, 베주글라야 의원은 “장군(잘루즈니)은 숙녀(야로바야 위원)를 위한 시간이 있지만, 예비군 동원을 책임지는 군사위원회(우리의 병무청)에는 한번도 직접 가본 적이 없다"고 쏘아붙인 바 있다. 

◇ 대통령 팀과 (임기가 끝난) 의원들 문제 

(지난 10월의 총선 취소로 임기가 끝난) 의회 의원들의 추한 행태에서 '도덕적인 권위'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헌법이 계엄령 기간에는 총선 실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둘 수밖에 없다. 의회를 해산할 수가 없다. (해체 여부를 물어보는) 대통령 팀(측근인사)이 없다면, 우크라이나가 더 약해질 것이기 때문에 팀을 해체할 수 없다.

스트라나.ua는 "대통령은 기자 회견에서 친서방 매체 '제르칼로 네젤리'(Зеркало недели, '한주일의 거울'이라는 뜻) 소속 기자와 미흡한 '부패와의 전쟁', 건설적인 활동에 관한 법, 야당과의 통합정부 구성 등을 놓고 10여분간 논쟁을 벌었다"며 "대통령은 어느 것 하나 (기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신, 대통령은 "우리는 공무원의 비용을 줄이고, 정부를 더 작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사람이 전혀 없으면, 국가를 통치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 서방의 대우크라 지원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중요한 재정적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처리가 미뤄지고 있지만, 조만간 지원이 이뤄질 것이다. 미국이 전쟁 피해국(우크라이나)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EU에선 헝가리의 '지원 반대'가 여전하지만, EU는 가까운 미래에 키예프에 자금을 할당할 것이다. 시간의 문제다. 결정은 가까운 시일 내에 내려질 것이다. 부지런히 정상회교를 펼친 결과, 프랑스와 벨기에 등 우리와 특별한 관계를 맺은 나라들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았다. 패트리어트 방공 시스템도 이번 겨울 추가로 배치될 것이다.

젤렌스키 기자회견 뒷 벽면에 띄운 EU의 별/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 설치된 스크린에 뜬 EU 상징(국기)을 가리키면서 "지금은 별이 27개이지만 곧 28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EU가 500억 유로의 대우크라 지원 합의에 실패할 경우, '다른 메커니즘'을 찾아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내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를 우려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분명히 지금과 다른 정책을 취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경제적 실리만을 따진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전 세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매일매일의 전황 

연말까지는 다음 작전 계획이 명확해질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2024년에 끝날지 여부는 군 최고사령관과 서방 파트너들 누구도 모른다. (전쟁의 종식 문제에 대해) 우리가 조직력을 잃지 않으면 전쟁을 더 일찍 끝낼 수 있다. 우리가 혼(정신)을 잃지 않으면 회의적인 태도로 살 수 있고, 국가도 그렇게 존재할 수 있지만, 나는 아직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현재 전황이 '패배의 시작'이고 패배에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아니다. 개전 초기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빴다. 러시아군에 의해 거의 완전히 점령당했다. (국가의) 중심부와 물류, 도로, 철도, 식료품 공급 등 완전히 봉쇄됐다. 지금은 다른 상황이다.

포탄과 포병 시스템, 대전차 시스템, 장비 보수및 수리 등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고 있고, '허브'가 점차 열리고 있다. 군사 장비 수리를 위해 '허브'에 갈 수 없었을 때에는 이웃 국가와 어려움이 있었다. 정치적 문제 때문이다.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걸 모두가 이해한다. (질문하는 기자가 말하는) 리스크(위험)도 늘 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여름철 (반격 작전시) 남부 전선에서는 어려움을 겪었다.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고, 탄약 등 무기도 부족했다. 또 우리의 공격 목표가 무엇인지, 어디로 가는지 모두가 (러시아에) 알려줬다. 이같은 상황에서 (작전은) 성공하지 못한다. 러시아도 올해 달성한 군사적 성과가 별로 없다. 

우크라이나는 단결이 가장 큰 무기다. 내년에는 드론을 100만대 가량 생산할 것이다. 

◇ 러시아와의 협상 

러시아와의 협상은 아직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 '우크라이나 평화 공식'에 대한 50개국의 공통된 입장이 현재 조율되고 있다. 끝나면 러시아로 넘겨질 것이다. 크렘린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협상이 가능하다.

(러-우크라) 정상회담이 열리면, 기본적인 사항에 관해 합의가 있을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합의) 문서(초안)을 마련한다. 이 문서(초안)을 러시아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평화 협상이 가능하다는 뜻인데, 푸틴 대통령이 (14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전쟁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 만큼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본다. 

◇ 나토 가입 등 외교 문제 

(러시아 점령지 양보를 전제로 한) 부분적인 나토(NATO) 가입은 우크라이나에 큰 위험이며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키예프(키이우)는 '잃어버린 영토'를 러시아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부분적 나토 가입은 나토와 러시아 간의 직접적인 적대 행위로 이어질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나서면 나토와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문제는 나토 회원국들이 (나토의 어떤 지위를 얻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울 것인지 여부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점령 지역을 러시아로 인정하지 않는다. 또 아무도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하도록 초대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에서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만났다. 그의 정책은 우리에게 별로 우호적이지 않다. 그에게 "당신(오르반)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적어도 한 가지 이상 말해달라. 외교적인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오르반 총리는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남(회의)을 왜 가질 수 없는지 대답하기 어려워했다. 

◇ 하마스-이스라엘 충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각기 독립된 민족(나라)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 측의) 선제 테러 공격이 없었기 때문에 이스라엘 측의 가자지구 공격과는 다르다. 중동 전쟁은 우크라이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에 의해 저질러졌는데, 서방의 많은 국가들은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전쟁 초창기에 이스라엘로 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게는 (정상 방문의) 우선 순위가 있었다. (그래서 못갔다). 스트라나.ua는 "텔아비브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받아들일 수 없거나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 가족 문제

내 아이들이 지금 우크라이나에 있다. 10세 아들 키릴은 학교에 가고, 19세 딸 알렉산드라는 대학에 다닌다. 아이들을 해외로 보낼 수도 있었지만, 우리(본인과 아내)는 그런 생각조차 못했다. 다른 집 아이들이 죽어가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해외로 나가 해변에서 일광욕을 한다? 그것은 매우 불공평한 것이다. 지금 나는 우크라이나에 가족들이 함께 있어 매우 기쁘다. 

스트라나.ua는 "개전 둘째날(2022년 2월 25일/편집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가족들이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았고, 안전한 곳에 피신해 있다고 밝혔다"며 "가족들은 러시아군의 두 번째 표적이기 때문에 취한 조치"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첫번째 표적은 본인이었다. 

◇국내 난민 지원

국내 실향민들에 대한 지원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방예산 증가 등으로 인해 확답을 드릴 수 없다. 지금 지원금 처리 방식을 말할 수는 없으나, 연말까지는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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