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엔) 러시아CIS토크 Vol. 01 - 제재로 막힌 러시아 물류 통로, 돌파 전략은?
2024년엔) 러시아CIS토크 Vol. 01 - 제재로 막힌 러시아 물류 통로, 돌파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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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1.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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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매월 발간하는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2024년 첫번째 호(Vol. 01, 2024년 1월 1일자, https://ruscis.hufs.ac.kr)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막힌 러시아의 물류 공급망 문제를 다뤘다. 한은영씨(박사수료 러시아·CIS 경제 전공)가 쓴 '제재로 막힌 러시아 물류 통로, 돌파 전략은?'이다. 소개한다/편집자

**본 칼럼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학과와 바이러시아(www.buyruaaia21.com)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자상(刺傷) 입은 러시아 경제 

2022년 2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서방측이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를 가하고 제재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러시아(크렘린)는 대외적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토의 서쪽 날개로 향하는 교통·물류 통로가 물리적으로 차단되고, 교역도 대부분 중단되면서 경제적으로 크나큰 손상을 입었다.

그렇다면 이런 지경학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특히 물류·교통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크렘린은 어떤 전략을 강구하고 있을까?

통상, 특정 국가의 대외 교통·물류 정책에는 국제정세 변화, 주변국과의 물류 환경 변화 등과 더불어 한 국가의 외교정책 방향이 반영된다. 따라서 전쟁 이후 새롭게 글로벌 입지를 구축하려는 러시아의 교통·물류 정책 변화를 살펴보면, 향후 크렘린이 희망하는 지정학적 세력 재편 방향을 일정 수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① 국제남북운송회랑

국제남북운송회랑 노선/출처:EDB Reports and Working Paper(2022)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3년 2월 연두교서에서 국내외 정책의 주요 방향과 미래 과제를 제시하며 대외 경제 관계 확대와 신규 물류 회랑 건설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국제남북운송회랑(INSTC: Article International North-South Transport Corridor) 구축이 핵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INSTC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인도의 뭄바이까지 남북으로 이어지는 육·해상 물류·운송회랑으로, 기존 중점 회랑이 '동서 횡단'이었다면, 전쟁 이후에는 중앙아시아 중동 지역 등 13개국을 경유하는 남북 회랑 노선으로 중심축이 이동된 것이다.

INSTC의 첫 논의는 지난 2000년 러시아와 인도, 이란 정부 간 협정으로 시작되었으나, 재원 조달 문제 등의 이슈로 장기간 미싱 링크(Missing Link) 연계 등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이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 목표는 이란과 러시아 영토를 통과해 인도~유럽 간 화물을 유치하는 것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는 서방의 각종 제재로 갈 길 잃은 러시아 물류에 새로운 활로가 되어 주고 있다.

나아가 러시아는 2023년 여름에 열린 러-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INSTC를 아프리카 대륙까지 확장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이 회랑의 확대 연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② 러시아-중국, 교통·물류 인프라 확대

주지하듯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경제 협력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러-중 교역 규모는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하는 등 양국 교역이 활발해지고 있다.

러시아 철도공사에 따르면 2023년 1~9월 러시아 철도를 이용해 중국으로 운송된 화물량은 전년 대비 5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러-중 간에 폭증하는 화물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노선의 추가 연장 및 양국 국경검문소(Гродеково-Суйфэньхэ, Камышовая-Хуньчунь 등)의 인프라 확장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시베리아 '밤'철도 열차/사진출처:위키피디아

러시아는 《2035년까지 시베리아연방관구 사회·경제 개발전략》에 따라 중국까지 이어지는 철도노선의 추가 연장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북시베리아 노선의 니즈네바르토프스크(Нижневартовск 한티만시 자치구 소속)에서 벨리야르(БелыйЯр, 톰스크주 소속)까지 연결되는 노선과 타시타골(Таштагол, 케메로보주 소속)에서 중국 우루무치 (Урумчи)까지 연결되는 두 개의 노선이다. 건설 규모가 바이칼아무르철도(BAM)에 버금가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러-중 철도 2개 노선 연장 계획/출처: https://rg.ru/

③ 북시베리아 철도 건설 프로젝트

이 외에도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북극항로(NSR)를 연결하여 동부 지역의 철도 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 ‘북시베리아 철도 건설 프로젝트' 구상도 논의되고 있다. 이 또한, 소련 시절과 2000년대 초에 이미 논의되었던 프로젝트인데, 경제적 타당성 문제로 그동안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전쟁 이후 러시아 내부의 물류망 중심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점차 옮겨가면서 이 구상의 현실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처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인도와 이란 등 신규 협력 파트너 국가들을 발굴하고, 대체 운송 경로를 개발하며, 협력 방향을 재편하고 있다. 요컨대 서방 주도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던 국가들과 단절된 서방과의 관계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기간 운송로를 전환하고 있다. 이는 서방과의 교역이 차단되고 중국과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 기타 우호국으로 공급망과 물류망을 재편하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러시아의 물류망 재편과 우리의 과제

러시아 정부는 2023년 5월 중국이 극동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내륙화물 교역 중계항'으로 사용하는 것을 승인한 바 있다. 그동안 역사적으로 러시아가 극동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이 조치가 경제적 의미보다는 중국과의 협력을 공고화하고 전략적 관계 구축에 더 큰 의미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듯 비우호국과 진영적 대립의 격화는 러시아의 교통·물류 인프라 정책 방향의 변화에 반영되고 있으며, 전통적 유라시아 물류망에도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2023년 공표된 ‘러시아연방 대외정책개념’ 문서에서도 명료하게 관찰된다.

이 '대외정책개념'에서는 한반도에 관한 언급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유라시아 물류 회랑을 이용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지정학적 변화 양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가운데, 새로운 대응책을 신속히 강구해야 하는 이유다. 

수출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유라시아 물류망은 우리의 생존·번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21세기 새로운 글로벌 교역로로 부상하고 있는 북극항로는 더더욱 그렇고, 그 중심에는 러시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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