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비예프 신임 주한 러시아 대사의 첫 인터뷰 - 한-러 매체가 서로 다른 이유
지노비예프 신임 주한 러시아 대사의 첫 인터뷰 - 한-러 매체가 서로 다른 이유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1.22 0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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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 부임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18일 주한 러시아 언론 특파원단과 기자 간담회(기자회견)를 가졌다. 해외 공관에 부임한 우리 대사들이 대충 업무 파악이 끝나면 현지에 주재하는 특파원들과 상견례 겸 간담회(혹은 기자회견)을 갖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로 보인다.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 중 어떤 대목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제목으로 뽑을 것이냐는 언론사별로 다르지만, 실제로는 대개 비슷하다.

러시아 뉴스 포탈사이트인 젠(dzen.ru, 이전 얀덱스 뉴스사이트)에 따르면 지노비에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한국은 러시아가 특수작전에서 패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Посол Зиновьев: Южная Корея не желает поражения России в спецоперации) 고 말한 대목이 큰 제목으로 달렸고, '짧은 예시문'에서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소위 '레드 라인'과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강력한 우호적인 이웃으로 남기를 바란다'는 희망 등이 제시됐다. 

러시아 뉴스 포탈 젠(dzen.ru) 기사 묶음/캡처

국내 언론들은 러시아 언론에 나온 지노비예프 대사의 발언 중에서 “러시아는 한국이 비(非) 우호 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우호국으로 복귀하기를 환영할 것”(조선일보), "한국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다면 한러 양국이 파트너십 관계를 복원할 수 있을 것"(연합뉴스, 대부분 매체 인용)을 주요 내용으로 보도했다.

안타깝게도 러시아 언론 매체들이 제목으로 뽑은 '한국은 러시아의 패배를 원치 않는다'는 대목은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다. 한-러 언론가의 시각 차이로 볼 수밖에 없다.

◇ 타스 통신을 인용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21일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을 인용해 "지노비예프 신임 주한 러시아 대사가 주한 러시아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 ‘러시아는 한국을 비 우호 국가 가운데 가장 우호적인 나라로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이 가장 먼저 우호국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를 쓴 정병선 기자는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낸 러시아 전문가다. 러시아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조선일보의 기사에 나온 지노비예프 대사의 발언을 요약하면 이렇다. 

지노비예프 신임 주한러시아 대사/사진출처:러시아 외무부

“한국이 비우호국 중 가장 우호적이고, 미래에 비 우호국 중 가장 먼저 우호국 대열에 복귀하는 국가로 인식되는 상태를 유지한다면 충분할 것이다”. 
“한국 측이 우크라이나 정권에 살상 무기를 직접 제공하는 형태로 표시한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한, 그 때까지 러시아는 한국을 유망한 파트너로 간주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러시아는 양국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에서 해외로 공급되는 탄약이 ‘(우크라이나가) 최종 사용자가 아니다’고 밝힌 한국 측의 확약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러시아는 한국이 상당한 양의 군사 기술 제품을 해외에 수출(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한국 측은 해외 공급품이 국제 무역 규칙을 준수하고 최종 사용자를 명시하고 있다”며 “군수품의 최종 사용자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믿는다”.
“러시아는 한국의 동맹국들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북한과의 생산적인 교류 과정에서 현존하는 제재를 준수한다’는 우리의 성명을 똑같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다”.

“러시아는 이른바 '확성기 외교'나 언론 보도에 근거해 정책을 수립하지 않고,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것이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적인 국가 가운데 가장 우호적인 국가로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러시아와 한국 간의 직항편은 중요한 실천적 조치이며, 양국 국민의 환영을 받을 것이다. 이전에 (러시아는) 직항편을 재개하면 좋겠다고 (요청)했는데 왜 그렇게 할 수 없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는 이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 국민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계속 서로 상대국을 여행(방문)하는데, 제 3국을 경유하고 있다. 직항편 재개는 중요한 실무 조치가 될 것이며, 러시아 연방에 부과된 불법적인 제재를 항상 되돌아보면 안 된다고 확신한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러시아와 한국 양국간 방문객은 거대한 강이었으며, 이제는 최소한의 물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이것은 누구에게도 방해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주한러시아대사관/사진출처:대사관 페북

◇ 스푸트니크 통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등 

스푸트니크 통신을 인용한 연합뉴스의 지노비예프 대사 발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다면, 한러 양국이 파트너십 관계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측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한, 우리(러시아)는 기꺼이 한국을 장래의 파트너로 생각할 의향이 있으며, 양국 간 관계도 심각하게 손상되지 않는다. 여기서 러시아가 정한 레드라인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으로 무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한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가 공급되지 않는 것이 러시아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한국이 상당량의 군사·기술 제품을 해외에 공급할 때 국제 무역 규칙을 준수하는 것으로, 그 최종 사용자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고 한 한국 측의 언급을 러시아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의 파트너들이 우리가 북한과의 생산적인 관계에 있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현행 제약을 존중한다는 점도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받아들여 줄 것을 촉구한다".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 금지(품목 확대)와 같은 '양국 간 관계를 방해하는' 조치가 시행될수록 '정상적인 (양국) 발전의 궤도'로 돌아가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이 더 이상 러시아의 이익에 반하는 추가 조처를 하지 않는 호의를 보일 경우. '현재와 같은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향후 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떤 관계 노선을 택할 것인지는 우리 보다는 한국 파트너들에 달려 있다".
"한국이 우리의 확고한 적대국 대열에 동참하지 않기를 희망하며, 종국에는 다시 우호적인 국가로 돌아오는 첫 번째 비우호주의 국가가 되길 바란다".

주한러시아대사관이 페이스북에 소개한 지노비예프 신임 대사 인터뷰 내용/캡처

◇리아 노보스티 통신 보도는

"한국은 비우호적인 국가 중 가장 우호적인 국가 중 하나이며, 이는 무엇보다도 현재 진행 중인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한국의) 태도로 나타난다".
“서방에서 비우호적인 국가들도 현안(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는 시각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내 생각에는 러시아가 패배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러시아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의) 권력 교체를 갈망하지도, 러시아가 서방의 꼭두각시나 '바나나 공화국'으로 전락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게는 러시아가 강대국으로서 한반도에서 강하고 우호적인 이웃으로 남는 게 유리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한국과 러시아의 상호 관계를 결정하는 기본 요소 중 하나다".
"서방 파트너와 달리 이곳(한국) 사람들은 (러시아와) 실생활의 접촉을 끊지 않았고, 러시아의 패배가 예상되기는 커녕 정반대의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또 이러한 흐름에 맞춰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나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러시아 외무부 제1아주국장 등을 지낸 '아시아통'으로 꼽히며 지난 9일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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