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이 쏘아올린 우크라 파병론으로 본 러-나토 충돌 시나리오는?
마크롱 대통령이 쏘아올린 우크라 파병론으로 본 러-나토 충돌 시나리오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2.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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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섣부른 '우크라이나 파병' 발언이 유럽 대륙을 '전쟁 위기'로 떨 게 만들 판이다.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을 앞두고, 전황이 우크라이나에게 불리한 것으로 드러나자, 나토(NATO) 일부 회원국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하면 뒤이어 나토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현실은 거꾸로 돌아갈 태세다.

러시아는 그동안 나토 혹은 유럽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할 경우, 이를 자국에 대한 '전쟁 선포'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파병론이 현실화한다면, 러시아는 파병 국가에 대해 적대적인 행위(공격)을 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곧 나토 헌장 5조(회원국이 공격을 당하면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조항/편집자)를 발동할 근거가 된다. 자칫하면 나토-러시아 간의 전면전, 나아가 제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우크라이나 파병(론)이 러시아의 나토 공격을 유도한 것이나 다름없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주둔은 없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선 이유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처참하게 당하는 걸 나토가 계속 보고 있어야만 하느냐고? 아니다. 비극적인 전쟁은 하루 빨리 끝내야 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전쟁을 중단(혹은 종식)하는 방법으로는 2가지가 있다. 항복하거나 휴전이다.

파병론은 우크라이나의 전세가 불리하니, 러시아에 항복하는 걸 막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하자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200년 중립국인 스웨덴마저 나토에 가입했으니(형식적 절차만 남았다/편집자), '이번 기회에 러시아를 혼내 주자'는 바이든 미 대통령식 사고와 비슷하다. 휴전이나 평화협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제 2차 세계대전 직전, 나치 독일의 히틀러와 '나쁜 평화'에 합의한(1938년 9월)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 총리가 '역사적 웃음거리'가 된 것을 두려워하거나, 나토 확장에 허세를 부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체코슬로바키아의 독일인 거주 지역을 달라'는 히틀러의 요구를 수용하는 '뮌헨 협정' 체결을 주도, 히틀러의 '불장난'을 막았다. 하지만, 1년 뒤 히틀러가 폴란드를 공격하면서 제 2차세계대전이 시작됐다. '뮌헨 협정'으로 지켜낸 유럽 대륙의 평화는 1년이었다.

◇ 프랑스가 쏘아올린 우크라 파병론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을 맞아 26일 파리에서 개최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파병론을 의제에 올렸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기자회견 하는 모습/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로베르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가 회의 전 "일부 나토 국가가 (우크라이나와의) 양자 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운을 띄웠고, 파리 회의 참가자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파병론 논의'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튿날(27일)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가장 뜨거웠으나, 합의는 없었다”며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논의가 유럽 대륙에 충격을 안겨준 것은 회의룰 주재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는 회의가 끝난 뒤 "우리는 우크라이나 파병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여운을 남겼다. 또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도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이 당초에 거부했던 군사 지원안(탱크와 장거리 미사일, 전투기 등 제공/편집자)이 나중에 번복되고 합의됐다"고 전제한 뒤 “이 문제(우크라이나 파병)도 그렇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언론에 거론되는 파병 논리는, 지뢰 제거 등 인도적 지원을 위한 기술 인력을 시급히 우크라이나에 파견해야 하고, 현장에는 이들을 보호할 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파리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제한된 지역으로 (기술) 인력의 파견을 제안했다"며 "'이들의 신변을 보호해야 할 수도 있고, 병력 배치도 앞으로 부분적으로 정당화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군대를 전장에 직접 파견하는 것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이 통신은 밝혔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지뢰제거 장면/사진출처:러시아 SNS ok 러시아군 계정 

아탈 총리에 이어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은 27일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지뢰 제거나 무기 생산, 사이버 작전에 참여할 수 있다"며 "이런 조치 가운데 일부는 전투 영역을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직접 수행해야 할 수도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파병 발언을 설명했다.

◇ 현실적인 파병의 걸림돌 

하지만 프랑스식 파병론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스트라나.ua는 27일 "마크롱 대통령이 전날 밤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는 방언을 논의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던졌다"며 유럽 각국의 반응을 자세히 전했다.

서방 측은 그동안 어떤 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로의 군대 파견은 '결코 없을 것'으로 정리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서방 주요 국가들의 정상들이 나토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과 '결코' 싸우지 않을 것이며, 나토와 러시아간의 직접 충돌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는 것. 일부 국가는 이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제공을 거부하거나, 약속한 무기 공급을 지연시키기도 했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서방 측의 이같은 행보는 러시아가 세계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현실에서 출발했다. 자칫하면 전세계가 공멸하는 '핵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러시아 측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자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그 가능성을 누차 경고해 왔다. 재래식 전력으로는 나토의 상대가 되지 않는 러시아는 (나토에 의해) 국가체제가 위협받을 경우, 규정에 따라 즉시 핵무기를 사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27일 "만약 그런 일(우크라이나 파병)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가능성이 아니라 러시아와 나토 간에 직접적인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며 "(유럽 국가들도) 이 점을 명심하고, 어떤 선택이 자국의 이익, 자국 시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캡처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이나 각료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지난 달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프랑스 용병을 모집하는 데 프랑스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했다고 주장했을 때,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이 이를 부인했는데, 정작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에 파병론을 제기했다는 점을 비꼰 것이다.

러시아 측은 이미 나토가 용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러시아군 참모장(중장)은 "나토군 장교들이 우크라이나의 군사작전을 직접 준비하고 있다"며 “전술 미사일과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의 대공 방어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주목을 받자, 미국과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서둘러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V4(비세그라드 그룹,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총리 회의차 체코를 방문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고,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도 "인도적·경제적 지원, 군사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파병 가능성을 부인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유럽이나 나토 국가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군대를 보내지 않기로 한 합의는 미래에도 적용된다"고 말했고,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우크라이나 군대를 지원하는 소수의 인력 외에, 대규모 파병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탈리아 총리실도 "우크라이나 지원은 유럽 또는 나토 군대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주둔하는 것을 상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백악관 관계자도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파병론은 시작부터 우크라이나 지원에 매우 적극적인 영국과 폴란드를 포함해 유럽 전역에서 공식적으로 거부됐다고 할 수 있다.

◇ 마크롱은 왜 파병론을 꺼냈을까?

그동안 금기시된 우크라이나 파병론을 마크롱 대통령이 굳이 꺼낸 이유로는 몇가지가 거론된다. 앞서 지적한 대로, 우크라이나 전황이 너무 어려워 나토의 직접 개입없이는 우크라이나가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우려에서다. 그래서 그의 발언은 파병에 대한 국제 사회의 여론과 러시아의 반응을 떠보려는 '에드벌룬' 성격도 강하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또 하나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사기를 높이고, 러시아에게는 '나토가 어떤 경우에도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서다.

또 서방 측에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로도 가능하다. 나토가 직접 개입해야 할 만큼 상황이 급박하니,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에게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적극 나서라는 뜻이다.

우크라이나군/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미 블룸버그 통신은 프랑스 관리들을 인용, "대통령의 발언은 푸틴 대통령에게 서방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전략적 모호함'의 한 형태"라고 풀이했다. 또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타우러스 장거리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제공을 거부한 숄츠 독일 총리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스트라나.ua는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의 의도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주요 정상들이 앞다퉈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계획이 없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나토를 대표하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에 전례 없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는 2014년부터 이 일을 해왔고, 전면적인 침공 이후 지원을 강화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나토 전투군을 주둔시킬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캡처

유럽 대륙의 반응은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약속을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파병론이 러시아와의 '핵 전쟁' 시나리오로 비화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요구하는 세력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서방의 군사지원이 다급한 우크라이나는 마크롱 대통령의 파병론을 환영했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로이터 통신 등 언론에 보낸 서한에서 "이는(파병 논의) 좋은 일"이라며 "군사주의적이고 공격적인 러시아가 유럽에 가하는 위험에 대한 유럽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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