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관계의 현안이 된 백모 씨의 간첩 혐의 체포 - 조만간 영사 접견은 이뤄질 듯
한-러 관계의 현안이 된 백모 씨의 간첩 혐의 체포 - 조만간 영사 접견은 이뤄질 듯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3.14 0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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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혐의로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백모 씨는 당분간 한국과 러시아 간에 최대 외교 현안이 될 전망이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의 질문에 "한국인 백광순(러시아 표기 Пэк Кван Сун)이 간첩혐의로 체포됐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그에 대한 한국 측의 영사 접근 허용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前) 'KGB 감옥'인 모스크바 '레포로토보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백모 씨 사건에 대해 답변하는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위)와 아래는 질의하는 연합뉴스 모스크바 특파원/유튜브 영상 캡처

러시아 측은 역시 간첩혐의로 체포돼 1년 가까이 '레포로토보 구치소'에 수감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에 대한 영사 접근을 린 트레이시 주러 미국 대사 등에게 수차례 허용한 바 있다.

이도훈 주러시아 대사도 이날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을 만나 우리 국민(백모 씨)의 신변 안전과 권익 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가 간첩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조사 진행 상황에 대한) 추가 정보는 기밀"이라며 입을 닫았고, (이번 사건으로 인한) 양국 관계의 훼손 가능성과 신뢰 회복 방안에 대한 설명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우리나라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러시아로서는, 브리핑을 한-러 관계 정상화에 대한 주문이자, 압박하는 기회로 활용한 느낌이다. 

그녀는 “안타깝게도 우리는 한국에서 양국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양국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을 자주 봐왔다"며 "어려운 시기에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하는 (태도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러시아는 이러한 접근 방식, 항상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백모 씨가 소속된 지구촌사랑의쌀나눔재단의 이선구 이사장은 13일 "간첩 혐의는 오해이거나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백씨는 순수하게 선교와 구호 활동을 하는 선교사"라고 강조했다. 또 적극적인 구명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백씨가 우리 재단에 4년 가량 소속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지부장을 지냈지만, 보편적인 선교 외에는 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백씨가 한 구호 활동은 굶주린 소외 계층과 해외 노동자에게 먹을 것과 입을 옷을 주고 의약품을 준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또 "탈북을 도왔다는 등의 의혹은 다 얼토당토않다"고도 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소속 요원들/사진출처:위키피디아

온라인 매체 rbc 등 현지 언론도 연합뉴스를 인용, 백모 씨의 신원과 현지 선교 활동에 대한 이 이사장의 발언을 전하면서, 백모 씨가 지난 10년 동안 중국과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하바로프스크 지역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북한 노동자와 탈북자들을 지원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도 빠뜨리지 않았다. 특히 그의 지인 중 한 명은 백모 씨가 일부 북한 주민들의 탈출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한 발언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rbc는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을 인용, “(조사 과정에서) 백모 씨는 자신을 작가로 소개하면서 메신저를 통해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는 '이 정보를 외국 정보 기관에 전달했어야 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타스통신 소식통은 "백모 씨가 어떤 정보를 받았는지, 어느 정보기관을 위해 일했는 지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rbc는 또 국내 언론을 인용, "백모 씨가 종교적 인물(선교사)이기는 하지만 연해주에서 활동하는 한인 선교사 공동체의 일원은 아니다"면서 "북한 탈북자들은 물론, 미국 기독교계, 인권단체들과도 관계를 갖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또 “2018년쯤 선교사들이 중국에서 대규모로 추방당할 때, 상당수의 선교사들이 연해주로 왔고, 백모 씨도 이때 온 것으로 안다”는 현지 선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KBS 인용) 

타스 통신은 앞서 백모 씨가 2020년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무실을 둔 여행사 '벨르이 카멘'(하얀 돌이라는 뜻. 러시아에서는 이 말이 신비하고 순수한 것을 상징한다/편집자)의 총괄이사직을 맡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벨르이 카멘'은 여행업 외에도 건설, 의료, 레스토랑, 신발·소금·설탕 무역 등 사업에도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모 씨가 설립했다는 여행사 '벨르이 카멘' 주소지 건물 입구(위)와 전경/사진출처:얀덱스 지도
카메로보주 소재 벨르이 카멘 여행사 홈페이지/캡처

이 통신이 입수한 '벨르니 카멘'의 작년 재무제표에 따르면, 직원은 3명이며 약 450만 루블(약 6천3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또 백모 씨는 간첩 혐의로 체포되기 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4성급 호텔에서 지냈다고 했다. 

연합뉴스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은 '벨르이 카멘'이 등록된 주소지의 건물을 찾아가 봤지만, 이 업체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현지 포탈 사이트 얀덱스(ya.ru)에 따르면 '벨르이 카멘' 여행사는 원래 1996년 케메로보주(州)에서 러시아 국내 관광및 인바운드 여행사로 등록됐으며, 러시아 곳곳에 같은 이름의 여행사들이 산재해 있다.

백모 씨가 설립한 '벨르이 카멘'도 정확히 말하면 '벨르이 카멘-블라디보스토크'라고 불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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