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는 러시아 폭격기 Tu-95는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는 러시아 폭격기 Tu-95는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3.12.03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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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도발로 방공식별구역(KADIZ)이란 생소한 단어가 연일 언론에 등장한다. 이 단어는 정치군사적 용어다. KADIZ는 우리 군이 영공 방위를 목적으로 설정된 일정한 공역으로, 남북한을 가르는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동·서·남해 상공에 설정돼 있다. 북한 공군기를 비롯해 다른 나라 국적기가 이 구역안으로 들어오면 우리 군이 즉각 출격한다.

이 KADIZ를 무시하려는 행동은 중국이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도 가끔 폭격기를 보내 이 방어선을 위협한다. 과거 냉전시절 제국주의 습관이기도 하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7월 15일 러시아 폭격기 2대가 KADIZ을 침범하려다 우리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하자 되돌아갔다. 이때 나타난 폭격기가 Tu-95기종이다. 우리는 종종 이 폭격기를 장거리 전략 폭격기라고 부른다.

그 연유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땅덩어리를 가진 러시아는 자신의 힘을 과시할 방법으로는 항공기가 적격이다. 섬나라 격인 영국이나 대륙에서 떨어진 미국은 해상전력이 강해야 힘의 과시가 가능하다. 그래서 미국은 핵항모, 영국은 핵잠수함을 통해 전세계에 자신의 역령을 보여준다.

러시아가 항공 전력을 보여준 대표적 기종이 바로 Tu-95이다. 오래도록 멀리까지 날아가야 하는 장점을 가진 기종이다.

소련은 2차대전 직후 냉전이 시작되자 미국 본토를 공격할 폭격기를 갖고자 했다. 마침 2차 세계대전 당시 불시착한 미국의 B-29폭격기가 있어 이를 참고로 개발을 진행한다. 그 결과, 1952년 11월 첫 비행에 성공한 Tu-95는 1955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항공의 날 기념 퍼레이드에서 대중에 공개됐다.

Tu-95의 가장 큰 특징은 날개 4곳에 장착된 5.6m짜리 4엽 프로펠러다. 2중으로 설치된 이 프로펠러는 Tu-95로 하여금 920km/h의 속도로 1만5000km를 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대신 소음이 지나치게 커 잠수함의 음파탐지기에도 비행음이 잡힐 정도로 시끄러운 비행기였다.

Tu-95는 정찰기, 해상초계기 등 20여개의 변형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1957년 개발된 Tu-116은 소련 지도층의 해외 방문을 위해 만들어진 기종이다. 밀폐된 화물칸에는 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승객칸 2개와 주방, 승무원실이 갖춰져 있었다.

Tu-95의 주 임무는 공중초계를 돌면서 유사시 적국의 전략시설을 공격할 수 있도록 전투태세를 갖추는 것이었다. 미국 공격을 위한 최단거리는 북극점을 통과하는 루트이기에 북극 유빙 위에 전진 비행장이 설치되기도 했다. 하지만 공중급유기가 등장하면서 유빙 위 비행장은 사라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Tu-95는 자주 미 항공모함과 마주쳤다. 그럴 경우 미항모위를 낮게 비행하면서 겁을 주기도 했다. 러시아 공군 출신 퇴역군인 비탈리 볼코프는 현지 언론과 만나 “대서양 어느 지점에 항공모함이 포착됐다는 소식이 들리면 출격한다. 항공모함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기 위해 목표물까지 장시간 200m 정도로 고도를 낮춰 접근한다. 갑판 위를 지나면서 사진을 찍고 온갖 위협적인 제스처를 취한다”고 회상했다. 물론 사전에 포착돼 미 전투기에 쫒기기도 했다.

그러나 Tu-95는 소련 붕괴와 시장경제 도입, 이에 따른 경제 위기로 공중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폭격기의 장거리 초계비행이 경제적 이유로 불가능해진 것이다. 비행을 멈추고 녹슬어가고 있던 Tu-95의 초라한 모습들은1990년대 쇠락한 러시아 군사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 Tu-95를 살려낸 사람은 푸틴 대통령이다. ‘강한 러시아’를 추구하던 푸틴은 2007년 8월 Tu-95의 장거리 초계비행을 재개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북해 등지에 러시아 폭격기들이 다시 등장했고, 영국 등 유렵국가들은 끊임없이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 Tu-95에 맞서 전투기를 출격시켜야 했다. 2010년에는 12차례나 우리나라의 KADIZ을 침범했다.

러시아 공군은 Tu-95 폭격기를 2040년까지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공군기도 Tu-95가 떴다하면 비상상황이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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