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관광은 역시 볼쇼이
모스크바 관광은 역시 볼쇼이
  • 운영자
  • buyrussia@buyrussia21.com
  • 승인 2005.04.22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냉전의 상징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종말, KGB, 레닌, 차이코프스키, 톨스토이, 우크라이나의 끝없는 해바라기 밭, 유형의 땅 시베리아 등등.

내가 모스크바에 갈 때 까지는 여러 복잡한 러시아의 이미지가 이렇게 조각조각 내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러시아의 모스크바 한국 대사관에 나의 선배님이 부임하였고, 어느 날 그는 후배인 나를 러시아로 초대하였다.

그 선배는 음악광이다. 고등학교 선배인 그는 1950년경에 만들어진 가라드301 턴테이블에 50년쯤 된 냉장고만한 탄노이 스피커, 쿼드 303진공관 앰프와 SM5 암을 장착한 클래식한 오디오로 잡음이 칙칙 거리는 음악을 즐겨 듣는다.

그런 선배와 자주 함께하는 나는 오죽하겠는가? 나 역시 33과 3/1의 속도로 돌며 치지직거리는 턴테이블을 만지작 거리며 20~30분에 한번씩 LP를 갈아야 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소음에 중독된지 오래 되었다.

이렇게 선배에게 전염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파가니니와 바흐를 사랑하고 무반주 첼로곡을 좋아하는 사람. 선배와 함께 한잔씩 하며 음악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아침이 오곤 했다.(그 분이 최근엔 중국으로 부임했다.)

그 선배가 모스크바를 방문한 나에게 멋진 선물을 주었다. Bolshoi Theatre의 발쇼이(러시아 발음임 -한국에선 볼쇼이라 함) 발레 공연 티켓이 그것이다. 게다가 퍼스트 클래스의 발코니에서.

영국에서 뮤지컬을 보아도 기껏 그랜드 서클이 전부였던 나에게 대단한 선물 이었다.(그랜드 서클 좌우에 4~5명 정도가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우아한 발코니가 있다)

발쇼이 극장은 1776년 3월 17일 문을 연 이래 오늘까지 228년 동안 단 한 시즌도 공연을 중단한 적이 없다고 했다. 평상시 극장의 입장료가 5달러인데 암표상들이 공연하는 모든 티킷을 사들여 무려 100달러의 웃돈을 주어야 겨우 입장할 수 있었던 때였다. (지금은 신관을 임시로 쓰면서 구관은 대대적인 수리 중에 있고 인터넷 예약까지도 가능함)

그러니 얼마나 폭리를 취하고 있었던가? 그러나 100달러를 주어도 세계 최고의 발쇼이 발레를 보는 것은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 아니 100달러의 비용으로 그런 공연을 본다는 것이 미안할 정도다.(런던의 ‘팬텀 오브 오페라’의 그랜드 서클도 100달러 정도 함)

그 웅장한 무대 음향시설, 고전적인 무대 장치, 400여 명이 동시에 설 수 있는 드넓은 무대, 24 마리 백조들이 차이코프스키의 극적인 음악에 맞추어 연출하는 환상적인 춤과 최고 기량의 무용수들이 추는 화려한 군무, 백조(오데뜨)와 간악한 흑조(오딜)를 동시에 연기하는 발레리나의 대 변신.

선배가 나에게 선물한 그 날 밤의 공연 티킷은 내 생애 결코 잊을 수 없는 없는 모스크바의 환타지였다. 나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한 음울한 러시아의 단편적인 정보가 포맷되고 새롭게 다시 태어나던 밤이었다.

전승범전문여행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