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10명중 3명은 속초항으로 들어온다
러시아인 10명중 3명은 속초항으로 들어온다
  • 운영자
  • buyrussia@buyrussia21.com
  • 승인 2005.04.25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시간쯤 뒤인 오후 2시30분. 터미널의 200여평 대합실과 세관 옆 복도가 200명이 넘는 러시아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오후 3시 러시아로 떠나는 동춘페리를 타기 위해서였다. 속초항으로 한국을 7번 찾았다는 강엘리나(24)씨는 “러시아보다 돈도 더 벌고, 재미있게 놀 수도 있다”며 “다음달 비자를 받아 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 번, 일요일과 목요일이면 속초항에는 수백명의 러시아인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2000년 백두산 관광을 위해 속초에서 러시아 자루비노항 사이에 ‘북방항로’가 개통된 이후 벌어지는 신풍경(新風景)이다.

처음엔 블라디보스토크 등 연해주 지방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모스크바나 하바로프스크 등 러시아 전역에서 북방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엔 북방항로 이용객의 40%가 러시아 사람들이다. 마르키나 마리나(45)씨는 “한국에 네 번 왔지만 비싼 비행기 대신 늘 배를 탄다”라며 “모스크바에서 가격이 싼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로 블라디보스토크로 와서 배를 타고 한국에 들어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속초와 자루비노를 16~17시간에 연결하는 ‘북방항로’ 운임은 왕복 26만5200원(블라디보스토크까지 3등칸 기준)으로 70만원을 웃도는 비행기 요금의 3분의 1 수준. 동춘항운 유문수 속초지사장은 “러시아 이용객이 급증해 2003년 말부터 2주에 한 번 자루비노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장 운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속초항으로 들어온 러시아인 수는 무려 2만873명(이용객 전체의 32.3%)에 달해 2000년 445명에 비해 46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을 찾는 러시아인 수는 지난해 6만4529명. 따라서 10명 중 3명은 속초로 들어오는 셈이다.

러시아인들이 한국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임금 수준 때문. 사할린대학에서 유학한 뒤 속초시 관광안내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경선씨는 “국내 임금이 러시아의 5배 정도”라고 말했다.

러시아 우스리스크에서 온 유이졸다(33)씨는 “용역업체를 통해 공장 일자리를 소개받으면 하루 12시간 일하고 4만~4만2000원을 받는다”며 “한 달에 20일 일하면 방값 등 생활비를 빼고 20만~30만원을 가족들에게 송금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공장 근로자 평균 월급이 20만원선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라는 것이다.

백러시아인들은 15일에서 한 달 정도의 단기비자를 받아 외항선원으로 취업하는 비중이 높다. 반면 한국을 찾는 러시아인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까레이스키들은 친지 방문의 3개월짜리 비자로 들어와 공장 등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동해안의 소항이었던 속초가 이제는 국제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속초=한윤재기자 [ yoonjae1.chosu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