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원 교수의 우크라 문화 기행=부동산 투기
김석원 교수의 우크라 문화 기행=부동산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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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7.3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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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이곳에서 사귀고 있는 선교사와 만나면 이런 농담을 한다.

“10년 전에 아파트 몇 채 사 놨으면 떼부자 되는건데 이게 뭡니 까, 집 한 채 없이….” 구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의 주택 정책은 국가가 무상지급하는 것 이었다. 직장별로 무주택자에게서 신청을 받아 국가에서 아파트 를 지어 신청 순서대로 무상 지급했다.

국가는 아파트가 많고 기숙사가 많아 주택 정책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예를 들어 대학 근처에는 교수와 교직원을 위해 아파트와 기숙사를 지었다.

미혼은 기숙사에, 기혼은 아파트를 무상으로 받아 살았다. 무상으로 받는 사람들은 2∼3년, 길게는 5∼6년 기다린 사람도 있고 독립 전까지 아파트를 받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지역별로 노동자, 공무원, 선생님 등 같은 직종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았다.

1992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아파트 가격은 우리 식으로 15평 정도의 아파트가 3000∼4000달러(300만∼400만원)였고, 웬만큼 큰 아파트도 1만달러(1000만원)를 넘지 않았다.

아파트가 투기의 대상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구소련시절 아는 아저씨 한 분은 별장에서 먹다 남은 사과를 키예프에 가지고 와, 몇 상자 팔았다는 죄명으로 경찰에 잡혀 부정축재 및 반사회주의 법에 걸려 2년형을 살았다고 한다. 그만큼 구 사회주의권에서는 부(富)의 축적을 범죄나 악으로 연결지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1991년 독립 후 지방의 많은 사람들이 키예프로 몰려왔고 돈에 미친 투기꾼들이 생기면서 지금의 아파트 값은 10여년 전 에 비해 10배 이상 올라 요즘은 15평 아파트는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략 3만∼4만달러 정도이고 20만달러 이상하는 고가 아 파트도 많아졌다.

러시아 혁명을 주도했던 레닌이나 철권통치를 했던 스탈린 시절이었다면 부동산 투기꾼들은 전원 사형이거나 최소 시베리아 유형이었을 것이다. 지금 키예프 전역에는 아파트 건설붐으로 도시 전체가 활기차면서도 뭔가 무계획적인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학에서 무상 임대해 준 기숙사 아파트 양쪽에도 새 고급아파트를 짓느라 분주하고 먼지가 날린다. 이제 몇 개월 후에는 외제차를 모는 신흥부자들이 가난한 대학 교수들과 어울려 친밀감도 악의도 없이 그저 한 동네를 이룰 것이다.

한국에서 부동산 투기가 여전하다는 소식을 듣고 있지만, 이제 우리 가정이 키예프에서 아파트를 사는 것도 물 건너갔다. 아예 키예프에서 떨어진 교외에 전통 한옥을 한 채 지어볼 생각을 한다.
키예프대 교수 kiev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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