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여정 하바에서 치타로 이르는 1천8백 킬로의 대장정
험난한 여정 하바에서 치타로 이르는 1천8백 킬로의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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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8.0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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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호까지 가야 하는 대장정의 중간 기착지는 시베리아의 한가운데 자리잡은 인구 30만명의 도시 `치타'. 시베리아의 초입에서 랠리팀을 맞이한 것은 `치타 1821km'라는 이정표였다. 1821킬로미터는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를 두 번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다.

대륙의 끝자락 반도에서 `아옹다옹'하며 살아왔던 우리에게 시베리아는 이미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바꿀 것을 권하고 있었다.



랠리팀은 앞으로 하루 300∼400km 구간을 달려야 했다. 아스팔트도 깔리지 않은 흙돌길에서 먼지바람을 맞으며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하바로프스크를 출발한 랠리팀이 첫날 도착한 곳은 러시아 내의 유대인 자치구 `비로비드잔'. 차에서 내리기만 해도 무섭게 달려드는 모기떼와 싸우면서 익숙지 않은 텐트를 치고 밥을 지어 먹으며 랠리팀은 첫 야영을 시작했다.

다음날 일찍 길을 나선 랠리팀을 맞이 한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울창한 침엽수림이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야트막한 산자락조차 보이지 않은 채 울창하게 늘어선 침엽수들만 가득한 공간. 우리에게 선택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밖에 없었지만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이 깊은 숲에서는 결코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답답함과 두려움마저 전해졌다.

셋째날부터 차량의 타이어가 드디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아스팔트길이 끝나면서 울퉁불퉁하고 뾰족한 돌들이 깔린 자갈길이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길 위에 내리쬐는 따가운 여름햇살은 이곳이 과연 동토(冬土) 시베리아가 맞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자갈길의 뜨거운 열기와 함께 쉼없이 달려온 타이어의 마찰열이 더해져 바퀴는 하나둘씩 힘없이 주저앉았다.

최악의 도로조건 속에서 매일 수백km를 달려야 하는 빡빡한 일정을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예비 타이어가 하나씩 줄 때마다 차량속도도 조금씩 줄어들어 랠리팀은 평균시속 40km를 유지하며 힘겹게 앞으로 나아갔다.

8월2일 야영 4일째. 결국 차량 타이어 교환 등으로 11시가 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차량은 계속 시속 30∼40km로 저속주행했으나 뜨거운 한낮의 태양열과 바닥열, 바퀴의 마찰로 타이어는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었다.

노면이 불량하거나 고르지 못한 길목에서 요철구간이나 날카로운 칼돌을 만나면 어김없이 무전기를 통해 타이어 파손 보고가 전해졌다. 대원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시베리아의 광활한 침엽수림 지대를 지난 8월3일부터는 대원들의 눈앞에 넓은 대평원이 나타났다. 사방이 지평선인 공간, 하늘과 땅이 맞닿은 원시의 대지였다. 이 드넓은 대지위에 시베리아의 짧은 여름을 맞아 막 만개한 꽃들과 아직 봄처럼 푸른 초목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시베리아의 깊은 숲과 대평원을 가로지르는 인간의 도로가 또한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도로는 과연 자연을 정복해가는 인간의 힘의 상징인가, 유라시아 대륙의 가느다란 선(線)에 불과한 것인가.

어느 쪽으로도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 드넓은 대륙에 길게 드러누운 도로는 비록 지금은 가냘픈 선에 지나지 않지만 언젠가 이 선은 면(面)으로 면은 입체로 더욱 자신을 확장시켜 나갈 것이라는 것은 확실해보였다.

문제는 이 확장이 어떻게 기존의 `정복'이 아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조화'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대장정 코스 가운데 최북단인 북위 56도에 위치해 8월 밤기온이 12도까지 떨어지는 `마고챠'에서 밤을 지샌 랠리팀은 4일 마침내 `치타'에 도달했다. `치타 1821km' 구간을 무사히 통과한 것이었다.

치타 부근에는 도시 근교마다 볼 수 있는 `다차'라고 불리는 개인 주말농장이 잇따라 늘어서 있었다. 러시아에서는 정부가 가구마다 400∼600평의 토지를 나눠주고 직접 농사를 짓도록 장려해왔으며, 이러한 문화가 발달해 러시아에는 전체 농산물 생산량의 1/4∼1/3 가량을 이 다차에서 생산해내고 있다고 했다. 나라가 무너져도 백성이 굶어죽지 않는 이유는 러시아의 대표적 문화 가운데 하나인 다차 문화 때문이라는 것.

랠리 구간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코스라는 하바로프스크∼치타 구간을 6일만에 주파한 랠리팀은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시베리아를 달려온 랠리팀의 앞에는 이제 생명의 시원이자 민족의 시원인 `바이칼호'가 놓여있었다.

그 곳에서는 분명 우리가 어디서부터 왔으며,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이 있을 터였다. 문명에서 원시로 이어지는 길, 그리하여 그 원시에서 다시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길. 랠리팀의 눈 앞에는 바이칼호가 성큼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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