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하나로 시베리아를 횡단한 장호선씨
오토바이 하나로 시베리아를 횡단한 장호선씨
  • 운영자
  • buyrussia@buyrussia21.com
  • 승인 2005.08.10 2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신세대 청년이 러시아 대륙 1만2000km를 오토바이로 단독 횡단했다.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한달 이상 걸려 달려온 장호선(25)씨. 그의 검게 탄 얼굴에는 자신을 상대로 한 외로운 싸움에서 이겼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나약하고 자기중심적인 신세대의 부정적 이미지는 찾을 수 없었다.

장씨가 목숨을 건 오토바이 여행을 시작한 것은 지난달 2일. 블라디보스토크 중고시장에서 3000달러(약 300만원)에 구입한 1997년산 일제 오토바이(야마하 400cc)에 몸을 실었다. 시베리아의 원시림을 만끽할 것이란 기대감과 낯선 길을 나선다는 두려움이 교차했다고 한다.

출발 초기 한동안은 크게 낯설지 않은 길과 숲이 이어졌다. 러시아 극동 지역은 우리나라와 자연환경이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위험한 여행이니 조심하라"는 러시아 사람들의 충고가 '잔소리'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러나 여행 시작 사흘째 되는 날부터 어려움이 찾아왔다. 극동 블라고베센스크 인근 소도시에서 귀중품을 모두 털린 것이다. 현지에서 사귄 청년들이 안내한 게임방에서 잠에 곯아 떨어진 사이 전기면도기.MP3 플레이어.전자사전.옷가지 등 고가품을 모조리 털렸다. 오토바이 면허 관련 서류와 숨겨둔 비상금이 남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튿날엔 심각한 교통사고도 당했다. 비에 젖은 포장도로에서 미끄러져 오른발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잠을 자기로 계획했던 도시에 미처 도착하지 못해 도로변 타이가 숲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잔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만 둘까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시체로 돌아가더라도 이번 도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출발전 다짐을 되뇌며 이를 악물고 견뎌냈어요."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난 지 34일째인 4일 장씨는 목표 지점인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마음만은 세상을 모두 얻은 것 같았다고 했다.

2003년 부산대 노어노문과를 졸업한 장씨는 해병대 장교로 포항에서 복무했다. 올해 초 제대하며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시베리아 횡단 여행을 실행에 옮겼다. 한번도 타보지 않았던 오토바이를 익히고 면허증도 취득했다. 5월 말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나 한달 간 러시아어 연수도 받았다.

"앞으로 나의 생활 무대가 될 러시아에서 처절한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이번 여행이 성공적으로 끝나 한국 청년으로서 강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cjyou@joong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